이화100주년기념박물관 오진경 관장 인터뷰


   “대학박물관은 일반 박물관과 달라요. 수집가가 보여주는 개인적 취향보다는 시대와 소통하는 문화 리더의 성격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화100주년기념박물관(박물관) 오진경 관장이 제시한 대학박물관의 생존 비법이다. 5년째 박물관을 이끌고 있는 오 관장은 이화가 여성 인재 양성, 여권 향상 등에 책임감을 지녀 온 만큼 그 정신을 박물관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일 새 상설 전시 ‘조선시대 여인의 삶’과 ‘조선시대 무관의 차림새’의 개막을 맞아 오관장을 서면으로 만났다.

  박물관에 이화의 색을 덧입히기 위한 오 관장의 고민은 새 전시 ‘조선시대 여인의 삶’에 특히 잘 드러났다. 그는 2년 전부터 학예사와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계급적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한 조선 여성과 무인의 노력에 주목했다. 

  “조선시대 여성과 무인은 성, 계급 구분이 분명했던 조선 사회에서 계급적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죠. 사회의 제약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삶이 조선 사회를 지탱하는 내재적 힘이 됐다고 확신합니다.”

  이번 전시는 여러 계층, 직업의 유물을 함께 전시해 조선시대 여성의 다양한 삶이 하나의 여류 문화를 완성했다는 점을 조명했다. 계층에 따라 특징이 다르게 나타나는 유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는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특별히 관심을 두고 볼 전시물로 국보 107호 ‘백자 철화 포도무늬 항아리’와 ‘자수경직도 10폭 병풍’을 꼽았다.

  “수장고에 있다가 2년 만에 빛을 보는 백자철화 포도무늬 항아리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문인화풍의 포도문양이 일품이죠. 반면, 평민 여성을 그린 자수경직도 10폭 병풍은 힘든 노동 중에도 즐거운 표정을 잃지 않는 민중의 모습이 유쾌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앞으로 오 관장은 성차별적 시각에 맞서기 등 여자대학 박물관으로써 제시할 수 있는 주제들로 전시를 꾸려나갈 계획이다. 그는 재작년 ‘가인 佳人’전에서 외모지상주의 속 진정한 미의 기준을 제시하고, 작년 ‘모성’전에서 세계 각국의 모성에 관한 보편적 감성을 고찰하는 등 이러한 전시 방침을 고수해 왔다.

  “이화가 제시하는 주제 역시 특수한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모성과 아름다움 같이 모든 여성이 공감하는 주제를 고전미술부터 현대의 작품까지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방식은 국내에서 시도된 적 없는 우리만의 기획이라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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