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목 죄는 등록금 대하기 앞장서 풀어야”


  이제야 등록금을 냈다. 지난 여름 내내 휴학을 고민하다 등록금 납부 마지막 날까지 됐다. 필자가 등록금을 납부한 날, 한 친구는 휴학신청서를 냈다. 한 학기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등록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가 등록금을 걱정하는 동안 필자는 스스로의 앞날과 스펙만 생각했다. 등록금의 몫은 온전히 부모에게 맡긴 채.

  부모는 자식의 등록금을 쫓아 달려온 시간동안 제 모습조차 잃어버렸다. 지난 여름, 몇 년 만에 잡은 아버지 손에는 주름이 가득했다. 딸자식의 빛나는 청춘을 지켜주고자 아버지는 그렇게 중년을 치열하게 보내고 있었다. 자신의 손에 주름이 지는 것도 모른 채 자식 등록금 걱정부터 해야 하는 모습, 이것이 우리네 부모의 모습이다.

  등록금 고지서에는 숨 쉴 곳이 없다. 인하했다던 등록금은 여전히 학생과 부모를 압박한다. 납부할 금액으로 꽉 찬 고지서에서 더 이상 마음을 둘 여유가 없다. 우리는 한 학점 당 평균 20만원에 달하는 대학 수업을 들으며 취업을 고민한다. 명문대에서 수업을 듣고 공부할수록 상념만 늘었다.

  등록금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예전에는 비싼 등록금을 빗대어 상아탑을 우골탑(牛骨塔)으로 부르기도 했다. 시골의 가난한 부모들이 소를 팔아 학비를 대던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당시에는 소가 집안의 가장 큰 재산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몇 년간 등록금 때문에 수많은 대학생이 자살하는가 하면, 아직 사회에서 제대로 걸음마도 못 뗀 대학생이 학자금으로 쓰기 위해 대출받은 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재작년부터 온 사회가 이른바 ‘반값 등록금’ 문제로 떠들썩했다. 대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광화문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등록금 인하에 대한 정치권 논의는 2006년 지방선거 직전, 당시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책 발표로부터 시작됐다. 이것이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반값 등록금 정책이다. 2011년 재·보궐선거에서 패하자 한나라당은 다시 반값 등록금 카드를 불쑥 꺼내 역풍을 몰고 왔다. 이에 민주당은 저소득층 50% 대학생 대상 반값 등록금제 실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사회 흐름에 대학 본부도 등록금 인하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 등록금은 우리에 목을 죄어오는 존재다. 반값 등록금은 ‘표(票)풀리즘’ 및 과잉 복지에 대한 논란 등을 야기하며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올해도 사립대학 적립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학 재단들이 적립금 늘리기에는 혈안이 돼 있으면서도 막상 대학 지원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은 이제 식상하다. 현재 사립대학 재단들의 적립금은 약 10조원 규모다. 한 일간지에서 ‘2010년 회계연도 결산서’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그해 전국 100개 대학에서 등록금을 받고서도 쓰지 않고 쌓아둔 돈이 8,100억원에 달했다. 이는 대학 등록금을 1인당 평균 81만원 깎아줄 수 있는 액수라고 한다.

  대학과 교육 당국은 하루 빨리 머리를 맞대고 병목을 뚫어야 한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한 판 뒤집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높은 산을 수십 개는 넘어야 하는 난제다. 대학만의 문제는 더욱 아니지만 대학이 먼저 나서야할 문제다. 대학에서 먼저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이 우선이다. 이제는 부모의 어깨에 올려진 ‘등록금’이란 짐을 내려 놓아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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