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전 강의계획안 17%는 확인 불가…수강생은 깜깜
수강신청 전 강의계획안 17%는 확인 불가…수강생은 깜깜
  • 황선영 기자, 정소영 기자
  • 승인 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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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ㄱ(국문·10)씨는 매 학기마다 각 과목 시험시간이 겹칠까 조마조마하다. 강의계획안을 확인하지 못한 채 개강을 맞아 시험 시간이 겹쳤던 적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시험 전 주에 시험시간을 통보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수강신청마다 상품상세정보가 없는 물건을 이름만 보고 구입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ㄴ(초교‧13)씨는 수강신청을 하기 전 강의계획안을 확인 하고 싶었지만 강의계획안이 올라와 있지 않아 제목만 보고 선택했다. ㄴ씨는 “지난 학기에도 몇몇 과목의 팀플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개강 후 시간표를 바꿔야 했다”며 “새로 시간표를 정비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말했다.

  강의계획안이 제때 공지되지 않아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본지는 수강신청 장바구니 사용 전날인 8월4일까지 올라온 전공 강의계획안 수를 조사했다. 게시된 강의계획안은 전체 1천235개 과목 중 1천28개로, 평균 게시율이 약 83.24%였다. 조사 결과, 게시율이 가장 높은 곳은 자연과학대(자연대)였으며 가장 낮은 곳은 음악대학(음대)였다. 일부 강의는 수강신청 기간에 강의계획안 파일이 등록되기도 했지만, 모든 강의계획안이 게시된 단과대학(단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강의계획안 게시는 교수 재량에 맡겨…게시율 낮은 곳은 음대

  강의계획안이 모두 올라와 있지 않은 것은 게시 여부가 교수의 재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교무처 교무팀은 교수에게 강의계획안을 올려달라는 메일과 문자를 수강신청 날짜 약 보름 전부터 4~5차례 발송한다. 그럼에도 교수가 수강신청 전 강의계획안을 올리지 못한 이유는 다양했다. 본교 ㄷ교수는 “바빠서 깜박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실수로 강의계획안 마감일을 놓쳤다”고 했다.

  본교는 강의계획안을 올리는 교수에게는 교육봉사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본교 규칙집에 따르면 교육봉사점수는 교원실적평가에 반영돼 교원의 인사이동에 영향을 준다. 강의계획안 관련 점수는 학기당 5점이 배정돼 있으며, 이는 강의계획안을 올린 교수는 교원실적평가에서 5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강의계획안 항목에 배정된 5점은 초과강의, 영어강의, 강의공개 등 다른 항목에 부여되는 것에 비해 낮은 점수다. 초과강의와 영어강의는 학점 당 5점이 부여되며 강의공개 항목에는 최대 20점이 부여된다.

  학생들은 강의계획안은 당연히 100% 게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수경(생명‧10)씨는 “수강신청은 한 학기 계획의 시작”이라며 “이에 필수 기초가 되는 강의계획안이 없으면 한 학기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ㅁ(국제‧09)씨는 “강의계획안은 교수님과 학생의 한 학기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는 것 같다”며 “강의계획안이 있으면 교수님과 학생이  더 책임감 있게 수업에 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본교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도  학생의 불만이 올라왔다. 학생들은 “학생은 수업을 신청하기 전에 그 수업 정보를 공식적으로 얻어야할 권리가 있다”며 의견을 밝혔다. 이외에도 포털 게시판에는 강의계획안이 올라오지 않아 불편하다는 의견이 수강신청 전인 8월2일부터 수강신청 후인 8월13일까지 약20건 가량 올라오기도 했다.

  교수진도 강의계획안은 당연히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장 높은 게시율을 기록한 자연대 김성진 학장은 “강의계획안은 수강신청 전에 올리기로 약속돼 있는 것이니 개인 사정을 조정해서라도 올리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강의계획안이 있어야 학생들도 수강신청에 참고하기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교 ㄹ교수는 “연구, 봉사 등으로 바쁜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들의 수강신청을 돕기 위해 강의계획서를 미리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단대별 강의계획안 게시 비율을 조사한 결과 자연대가 가장 높고, 음대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에서 전문대학인 법과대학과 약학대학은 제외했다. 자연대는 93개 과목 중 89개 과목이 강의계획안이 안내돼 약 95.7%를 기록했다. 이어 인문과학대학(약 91.3%), 사회과학대학(약 91.24%) 순이었다. 그에 비해 음대는 184개 과목 중 108개가 올라와 전체에서 약 58.7%의 과목만 강의계획안이 있었다. 그 다음 강의계획안을 적게 올린 단대는 경영대로, 86과목 중 71과목인 약 82.56%를 기록했고, 공과대학이 약 83.9%(118개 중 99개)였다.

본교 단과대별 수강신청 전 올라온 강의계획안 비율(낮은 순)

순위

단과대학

수강신청 전 올라온강의계획안 비율

1

음악대학

58.69%

2

경영대학

82.55%

3

공과대학

83.89%

4

조형예술대학

84.18%

5

스크랜튼대학

85.71%

6

사범대학

85.92%

7

건강과학대학

88%

8

사회과학대학

91.24%

9

인문과학대학

91.3%

10

자연과학대학

95.69%

  음대는 강의계획안이 많이 올라오지 않은 이유로 실기과목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음대 행정실측은 “음대 강의 중 실내악 같은 실기과목은 악기가 여러 개”라며 “모든 악기 운용 계획을 담은 강의계획안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학생들은 실기과목도 강의계획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음대 차정윤(한국음악·09)씨는 “물론 실기 수업은 진행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 편이지만 강의계획안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 학사일정을 미리 계획하는데 필요하다”며 “성적처리 방법 등도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어서 번거롭다”고 말했다.
 
△건국대는 강의계획안 100% 올려, 연대는 엄격하게 게시 관리

  한편, 같은 기간 서울지역 4년제 대학교의 전공 강의계획안 게시율을 조사한 결과 건국대, 연세대 등 본교보다 강의계획안 게시율이 높은 대학은 게시율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인 차원의 개선을 했다.

  건국대학교(건국대) 2013년 2학기 전체 전공 강의계획안 게시율은 100%였다. 건국대 교수학습지원센터 이민영 연구원은 “강의계획안을 게시하지 않은 교수를 가려내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강신청 2주 전부터 강의계획안 미등록자 현황을 조사한다”며 “강의계획안 게시율이 100%가 될 때까지 일일이 개별 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연세대) 강의계획안 게시 비율은 약 94%로 본교보다 10% 가량 높았다. 연세대는 교수의 강의계획안 게시 여부가 교원업적평가에 반영되고 그 기준도 엄격하다. 연세대 홈페이지에 제시된 규정집에 따르면 강의계획안을 수강신청 전까지 등재하지 않을 경우 학점 수 대비 2배수를 감점하며, 개강일 전까지도 등록하지 않을 경우 학점 수 대비 2배수를 추가 감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