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에서 아띠 인력거 끄는 ‘미꾸’ 오세린씨 인터뷰

▲ 8월28일 종로구 안국동 윤보선가 앞에서 아띠 라이더 오세린씨가 아띠 인력거를 운전하고 있다.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서울 도심 한복판, 시간이 정지한 듯 한옥이 줄지어 서 있는 북촌. 북촌 한옥 마을 골목 사이로 삼륜 자전거가 지나간다. 삼륜 자전거를 탄 라이더가 거리를 걷는 사람을 향해 “안녕하세요!”라고 우렁차게 인사한다.

  아띠 인력거를 운전하는 아띠 라이더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인사를 건넨다. 친구 같이 반갑게 인사하는 것은 아띠 라이더만의 특별한 인사법이다. 아띠 라이더로 활동하며 성격도 밝게 변했다는 오세린(중문‧12)씨를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씨는 경력 8개월의 아띠 라이더다. 그는 지난 1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아띠 라이더 모집’이라는 글을 보고 호기심에 지원했다. 어린 시절 중국에서 살았던 오씨는 중국 거리에서만 보던 인력거가 서울에 생겨난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원래 자전거 타기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던 오씨는 북촌을 안내하는 라이더가 되고 싶었고, 그렇게 아띠 인력거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 라이더 모집 글을 보고 반신반의 했어요. 요즘 정말 인력거가 있나 싶었죠. 아띠 라이더 면접을 본 후에 정말 하고 싶은 거예요. 바쁜 학교생활에 지쳤을 때라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활력을 찾고 싶었어요.”

  시작한 라이더 생활은 쉽지만은 않았다. 평소 자전거를 꾸준히 타고, 중앙 축구동아리 ‘FC콕’ 주장으로 활동하는 오씨에게도 삼륜 자전거를 끄는 것은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삼륜 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달리 크기가 훨씬 커 운전도 쉽지 않았다.

  “아띠 라이더는 본격적으로 인력거를 끌기 전에 운전법, 코스 등 많은 교육을 받아요. 교육은 즐거웠지만 처음 인력거 운전법을 배울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축구 할 때도 안 아팠던 다리가 처음으로 아팠어요. 빈 병으로 다리를 마사지하는 게 일상이었죠.”

  사람을 인력거에 태우고 달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아띠 인력거에는 최대 성인 2명, 어린이 3명이 탈 수 있다. 성인 남녀 두 명이 탈 경우, 100kg가 넘는다. 그러나 운동을 좋아하는 오씨는 꾸준히 체력을 단련해 쉽게 익숙해졌고, 인력거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달릴 정도로 능숙해졌다.

  “손님들이 여자가 끄는 인력거라고 타기 미안해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마다 저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고 말씀드리죠. 그래도 미안해하면 “저 축구동아리 주장이에요!”라고 외치기도 해요.”

  인력거 라이더로 활동하면서 오씨의 성격은 더 활발해졌다. 인력거를 처음 운전할 때는 오씨는 손님과 일대일로 얘기 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아띠 라이더 인사법으로 큰 소리로 인사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감이 생기니 운전도 재밌어졌다.
“어느 날은 한 중국인 관광객께서 제가 참 재미있다고 자신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계속 가이드를 해줄 수 있냐고 제안하셨어요. 제가 한국에 방문한 관광객을 즐겁게 해드린 것 같아 정말 뿌듯했어요.”

모든 아띠 인력거 라이더들은 자신을 나타내는 별명을 갖고 있다. 오씨의 별명은 ‘미꾸’. ‘믿고 맡겨!’라는 의미다. 오씨는 손님들이 자신을 믿고 아띠 인력거를 즐겁게 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더 많은 사람에게 북촌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어요. 손님들이 저와 함께 달리는 동안은 저를 믿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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