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인의 시간은 뜨겁게 간다
이화인의 시간은 뜨겁게 간다
  • 황선영 기자
  • 승인 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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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그리스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는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라고 말했다. 약 80일간의 여름방학이 끝난 지금, 이화인들은 방학이라는 값진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여기 의미 있는 방학을 보낸 이화인 여덟 명이 있다. 노력했던 만큼, 분주했던 만큼 방학이 가치 있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이번 방학으로 무엇을 얻었는지 들어봤다.

▶ 진정한 나의 뿌리를 찾아서

  이번 방학은 나의 뿌리에 대한 고민에 답을 얻은 시간이었어요. 김좌진 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청산리 역사 대장정에 참가해 열흘간 중국 땅에 있는 우리나라의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고 왔기 때문이에요. 교환학생 시절 만난 외국인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우리나라 역사가 별로 없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아 이 대장정에 참가했죠.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역사를 배우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우리나라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들이 정말 뜻깊었어요. 유리 벽에 갇혀있는 광개토대왕릉비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것, 비를 맞으며 청산리대첩기념비 주변의 잡초를 뽑은 경험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잊지 못할 여운을 남겼어요. 방학은 영혼이 풍성해지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학기 중에 배우는 것들이 학업적인 측면에 머무른다면 방학 때는 나의 인간다움, 전공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지식, 혹은 세상을 보는 눈 등 여러 다른 측면들을 기를 수 있는 시기죠. 방학이 끝나고 나면 ‘아, 내가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구나’라고 문득 느낀답니다.
김경영(방송영상·10)

▶ 잊고 있던 시간 속으로

  방학이 시작된 후, 고등학교 때 썼던 ‘대학교 가서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오랜만에 꺼내 봤어요. 팍팍한 입시생활이 너무 힘들 때 간간이 꺼내 보며 힘을 얻었던 작은 종이에 빼곡히 적힌 할 일에는 ‘봉사활동 많이, 자주 하기’가 맨 위에 쓰여 있었죠. 항상 과제와 시험에 치여 살았던 저는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방학 때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라오스에 가서 한국문화와 IT 기술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게 됐어요. 저는 영어를 잘 못하는 라오스 학생들을 위해 밤새 번역기를 돌려 라오스 어로 된 수업자료를 만들고,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영상자료를 찾아가며 열심히 가르쳤어요. 최선을 다한 만큼 학생들도 끈기있게 따라와 줬죠. 그곳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아름다운 자연도 아니고,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사원도 아닌 사람이었어요. 라오스 학생들이 보여준 배움에 대한 열정은 다시금 저를 되돌아보게 했네요.
김현진(국제·13)

▶ 학교 밖에서 살아남기

  이번 방학은 사회를 직접 경험해 보고 내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보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래서 이번 방학에 여성신문사 편집국 콘텐츠 팀에서 인턴 활동을 했죠. 인턴의 주 업무는 기사 쓰기와 편집회의 보조였어요. 두 달 동안 우편물 발송과 원고료 계산부터 기사작성 훈련까지 신문사 편집국의 모든 일을 경험했어요. 이번 인턴 활동이 제게는 ‘신의 한 수’였죠.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내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고 일을 잘하려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앞으로 이런 작은 경험이 쌓여 조금씩 완벽한 내 모습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지영(철학‧09)

▶ 내 방식대로 홀로서기

  이번 여름방학에 다녀온 나 홀로 유럽 여행은 그저 ‘살아 돌아오기’가 목표였어요. 숙소도 기차표도 아무것도 정해놓은 것 없이 배낭 하나와 비행기 표만 달랑 가지고 여행을 떠났죠. 정처 없이 떠돌다가 공원에서 낮잠을 자고, 호수에서 물놀이하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 일상이었어요. 하루는 런던 길거리에 앉아 빵을 먹다가 TV에 출연하기도 했죠. 항상 맞닥뜨릴 수 있는 우연과 예측 불가한 일들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세를 터득했어요. 언제든 내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던 38일. 맨몸으로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세상은 참 안전하다고 느꼈어요. 항상 추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게 정말 행복합니다.
양애진(영문·12)

▶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추억

  휴학과 방학을 포함한 201일 동안 약 17개국을 여행했어요. 온 가족이 함께한 여행이어서 더 특별했죠. 동남아시아부터 시작해 인도, 네팔, 중동, 이란, 터키, 북아프리카를 거쳐 유럽까지. 정말 바쁘게 움직였죠. 온 가족이 항상 캐리어를 끌고 다녔기 때문에 캐리어 바퀴에는 항상 소똥 같은 이물질이 껴있었고, 개나 소 같은 온갖 가축들과 인도 기차역에서 노숙도 해봤죠. 도로를 달리던 중 영화처럼 길 한복판에 거북이가 있는 바람에 급브레이크를 밟아 앞자리로 튕겨 나갈 뻔 하기도 했어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건 가족과 여행하고 있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거예요. 평소 대화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대화를 많이 한 것 같아 뿌듯하네요.
이재정(철학·12)

▶ 땡볕에서 집짓기

  내 손으로 지은 집에 실제로 사람들이 산다면, 상상이 가시나요? 저는 이번 방학에 이화봉사단과 중앙건축동아리 ‘이화우스’와 함께 경남 진주에 있는 건축봉사 현장을 다녀왔어요.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금자리를 지어주겠다는 일념으로 하루 종일 땡볕에서 일했죠. 건축봉사의 가장 큰 장점은 땀 흘린 것들이 점점 집의 형태로 눈에 보이기 때문에 힘이 들어도 반대로 힘이 난다는 거예요. 처음 건축 현장에 도착했을 때 집터 틀도 제대로 서 있지 않고 바닥은 비 때문에 진흙투성이여서 막막했어요. 하지만 차근차근 벽채를 만들고 하나하나 담을 세우면서 집의 형태를 만들었죠. 일정 마지막 날에는 끝난다는 아쉬움과 더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만큼 보람을 느꼈어요. 방학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방학을 ‘해야만 하는 일’에 모두 쏟아 붓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스스로를 위해 하고 싶은 일에도 시간을 쓰길 바라요.
박신비(독문·12)

▶ 기도하며 국토대장정

  ‘국토기도대장정’을 들어보셨나요? 국토대장정도 아닌 국토기도대장정은 생소할 거라고 생각해요. 국토기도대장정은 기도를 하며 해남~임진각을 행군하는 거예요. 우리 국토기도대장정팀은 한국 교회 스스로가 더욱 굳건해지길 바라며 국토대장정에 나서게 됐어요. 이번 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 행군이 힘들었지만 항상 비가 개면 맑게 뜨는 무지개가 있어 많은 힘을 얻었죠. 대장정을 떠나 있는 동안 내가 밟는 땅을 위해 울면서 기도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 부었던 것 같아요. 방학 동안 종교와 믿음에 모든 열정을 다했기 때문에 신념이 더 굳건해 졌다고 생각해요.
강현아(사교·12)

▶ 꿈을 찾는 서포터즈

  이번 방학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사회로 향하는 문을 열고 그 사회에 한 발 짝 내디딘 시간이었어요. 평소 국제학도로서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기에 외교부에서 대학생 서포터즈로 첫 대외활동을 시작했죠. 이때 했던 활동으로 외교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엿볼 수 있었기에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 첫 깃대를 세울 수 있었어요. 외교부 서포터즈 활동 후 했던 방송국 서포터즈 경험은 여러 사람 앞에서 직접 발표를 하고 보고서도 쓰는 등 진짜 업무를 배웠고 사회생활에서는 어떻게 적응하는지 깨달았던 시간이었어요. 방학이란 ‘꿈을 찾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학기 중에는 아르바이트하느라, 학점 관리하느라, 막상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를 생각할 여유를 가질 수 없잖아요. 앞으로도 방학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이용해 제 꿈을 찾아가고 미래를 계획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차현정(국제·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