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재학 중이다. 대학교를 초등학교만큼 다니고 있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해보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 대학원생도 아니니 이미 학교를 떠나야 했을 나이와 학번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취업 때문에 졸업이 늦어지는 게 새삼스러운 소식은 아니다. 지난 5월 발표된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결과, 대학생 10명 중 6명은 졸업하는 데 5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고 응답했다. 휴학이나 일부러 F학점을 받아 사회 진출을 미루는 ‘모라토리엄족’, 학교를 졸업하고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부모님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캥거루족’ 등 도서관과 영어 학원을 전전하는 게 비단 몇 사람의 일은 아니라는 의미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과의 대화는 “우리 이제 돈 벌자”라는 말이 대부분이다. 얼른 사회인이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소설가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라고 썼다. 오늘의 나는 그 지겨움이 부럽다. 또 이 구절을 이렇게 읽을 수도 있지 싶다.

  “친구들아, 취업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끝끝내 취업이 아니다.” 6년 전 입학할 때만 해도 큰 꿈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룹 입사가 우리 인생의 꿈일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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