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칼럼] SUNY, Stony Brook

 

  2013년 1월, 처음 SUNY(State University of New York, Stony Brook)를 찾았던 순간이 생각난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삶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몸을 맡기며 더 넓은 세상에서의 모험에 대한 부푼 마음을 안고 미국에 도착했다. 하지만 22년 동안 익숙해진 서울이라는 도시를 떠나 뉴욕 땅 한가운데 있자니 처음엔 망망대해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여대를 통학하던 평범한 여대생이 남녀공학을 기숙사에서, 그것도 미국에서 홀로 산다는 건 너무나도 큰 환경의 변화였다. 처음에 몇 주간은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생활한다는 자체가 신기하고 새롭기만 했다. 가끔씩 기숙사 스윗에서 파티가 열리기도 했는데 한국 대학 생활에 비해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기숙사에 사는 것이 언제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청소, 빨래, 요리 등 항상 어머니께서 도맡아 오신 집안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고 함께 온 교환학생 친구들도 모두 살림의 여왕이 되어가고 있었다.

  미국에서 생활할수록 한국에서의 삶과 비교를 하며 다른 점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국 미대의 수업과는 다르게 SUNY의 미술 수업에는 교수님과 기술자, 두 분이 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흔히 미술 작업을 하면서 아이디어는 있지만 기술이 부족한 경우와 기술은 있지만 아이디어와 철학이 제대로 서지 않은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교수님께는 철학적인 부분에서 조언을 받고 기술자 선생님께는 부족한 기술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양질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매 작품마다 간단한 전시를 하고 크리틱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남의 작품을 비평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한국의 분위기와는 달리 서슴없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교육 환경에서 작품 만드는 것의 재미를 발견했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떠오르는 상념을 표현하고 싶다는 자발적인 마음에서 매일 밤마다 작업에 매진했던 것 같다.

  또 타지에 나와 작업하는데 있어서 신조가 ‘돈들이지 않고 있는 재료로 작업하자’ 였기 때문에 쓰레기장을 뒤질 수밖에 없었다. 남이 버리고 간 컴퓨터 모니터를 분해하고 재조립하면서 LED조명을 삽입해 발광효과를 내는 입체작품을 만들었는데 순수한 마음에서 작업했던 작품이 우연히 교수님의 추천으로 뽑혀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다. 난생 처음 전시 계약서를 쓰고 작품을 전시장에 설치했다. 결과는 호평. 하지만 더 큰 선물은 국적과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소통할 수 있는 예술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점 이었다. 미국에서의 전시가 교환 생활 중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던 만큼 제일 인상 깊고 나를 가장 발전시켰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살림의 여왕이 됐던 경험, 철학과 기술이 만난 수업, 쓰레기에서 탄생한 미국에서의 첫 전시 작품... 뉴욕에서의 교환 학생 생활은 그저 휘발성 있는 한 겨울 밤의 꿈이 아니었다. 그건 내 성장이 존재한 시간과 공간의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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