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이 곧 취업이 된 사회 온전한 자아 찾기가 중요


  #1. 수도권 4년제 대졸자의 취업률이 지방대졸자에 비해 5%포인트 이상 높고, 임금도 26% 높아... -‘수능점수가 취업에 중요한 영향 미쳐’(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04)

  명문대 진학이라는 숙제를 필사적으로 풀어냈다. 누가 낸 숙제인지 궁금하지도 않았고, 정답 외의 보기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시선이 올곧이 대학 정문만을 향했던 것은 누구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는지,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새내기가 됐다.

  #2. 2010년 전체 대졸자 47만3천487명 중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업한 사람은 전체의 23.8%인 11만2천764명이었다... -‘대기업·공기업·정부기관…넷 중 한 명만 원하던 직장에’, <중앙일보>, 2013년 3월26일.

  학점에 연연하지 않고 놀고만 싶은 새내기의 ‘쿨함’은 채 1년도 가지 못했다. 사람들을 만날수록 취업 준비에 온 신경을 쏟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마음 한구석에 쌓여갔다. 기말고사를 망치고 집에 가는 길, 순간 아스팔트 길 끝에 취업이라는 문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고등학생 때 기억이 오버랩됐다. 수능시험일을 d-day로 정신없이 공부만 하던 그때. 취업은 수능시험처럼 d-day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상아탑에서 공부할수록 상념이 늘었다. <정의란 무엇인가>,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마냥 정을 붙인 ‘향가자료집’이나 <국어사개설>만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이제는 행정학을 복수전공으로 신청한 한 명의 ‘졸업준비생’이 됐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까지 한 자리 수 학점을 남기고 휴학을 신청했다.

  #3.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브로콜리 너마저, ‘졸업’

  ‘졸업을 축하합니다’는 ‘이 미친 세상에 어디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와 동의어일지도 모른다. 이 노래 가사를 쉬 잊지 못하는 이유도 그 메시지에서 전해오는 간절함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2013년을 살아가는 대학생의 자화상이다. 취업 준비가 곧 졸업 준비가 됐다. 자격증이나 대외활동 등 스펙을 쌓기 위해 졸업을 미룬 학생이 늘고 있다.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졸업생 10명 중 6명이 휴학을 했다고도 한다. 경제 위기, 취업난과 맞물려 대학들도 졸업 연기제도를 시행했다. 4년 동안 8학기를 이수하는 ‘칼졸업’이 눈에 띄게 줄었다. 5, 6년 동안 재학하는 경우나 휴학으로 인한 후기 졸업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졸업이라는 문을 통과하기도 어려워졌다.

  졸업을 미루고 ‘나의 자리’를 찾을 때까지 오늘도 걷는다. 올해 여름 친구들의 졸업가운을 흘깃거리며, 다음 학위수여식에서 당당히 학사모를 쓴 내 모습을 그려본다. 그게 취업이든, 온전한 자아를 찾은 내 모습이든. 미뤄진 한 학기를 한 학기를 새로운 4년처럼 보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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