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는 재작년 교육부가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 장애학생 교육복지 실태 평가’에서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됐다. 평가에서 본교는 선발과 교수·학습 분야 모두 최우수등급, 시설·설비 분야는 우수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본교 내 장애인 시설·설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5월13일부터 전국 공공건물, 공중이용시설 등 약 16만개를 대상으로 장애인편의시설 설치현황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5월27일~5월30일 학내 장애인 편의시설 정도 등 본교 내 전반적인 장애인 시설을 항목별로 직접 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대학 장애학생 교육복지 실태 평가에서 사용된 항목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1항 제3호에서 제시하고 있는 ‘정당한 편의’ 제공에 대한 시행규칙,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을 참고했다. 조사 항목은 참고한 자료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의 도움을 받아 선정했다.


△장애 학생에게 교내 셔틀버스는 무용지물

  본교는 지형상 ECC를 제외하고 경사진 곳에 있는 건물이 대부분이다. 이에 몸이 불편한 장애 학생들은 건물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중앙도서관(중도), 아산공학관은 계단이나 가파른 언덕을 통하지 않고는 전혀 갈 수가 없다. 본교 장애학생 지원센터는 도우미 제도를 통해 장애학생의 거동을 돕고 있다. 하지만 지형상 가파른 오르막이 많은 본교에서 도우미 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도우미 제도 외에는 장애 학생의 이동성을 보장하는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화·포스코관(포관), 종합과학관 등 교내 곳곳을 다니는 셔틀버스도 장애 학생은 탈 수 없다. 휠체어를 탄 채로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버스가 작아 휠체어를 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셔틀버스 전윤수 기사는 “셔틀버스는 계단 등 장애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 학생을 태우는 과정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장애 학생의 이동을 전문적으로 돕는 다른 이동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연세대는 장애 학생의 이동을 돕기 위해 재작년부터 장애학생 지원차량을 도입했다. 휠체어를 탄 채로 차에 오를 수 있도록 자동 발판을 설치한 차량을 이용해 장애학생들의 등·하교, 강의실 이동 등을 돕는다. 이에 연세대 염병오 기술관리실장은 “장애학생들은 기숙사에서 강의실까지 등교할 때나 정문에서 강의실까지 등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문턱 높은 학교…경사로 마련돼 있지 않아

  장애 학생의 학교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 교육부에서 실시한 평가에는 ‘보도와 차도의 경계구간은 높이 차이가 3cm 이하가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는 기준이 분명히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본교 내 이 규정이 준수된 곳은 건널목도 13곳 중 2곳뿐이었다. 심지어 ECC 앞 건널목의 경우, 보도와 차도 경계구간의 높이 차이는 약 8cm이었다.

  인도와 차도 간의 높이 차이는 장애 학생을 차도로 내몰게 한다. 인도의 높은 턱은 휠체어가 올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을 뿐 아니라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겨우 올라갈 수 있다. 또 장애 학생이 차도로 다니면 일반 학생에 비해 사고의 위험성도 더 높다. 사고 처리를 할 때도 차도로 다닌 당사자의 책임이 높고, 처벌이나 보상에서도 불리하다는 것이 장애인권익지원과의 설명이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학생들은 본관 앞 등 교내 따로 인도가 마련되지 않는 곳을 지날 때면 더욱 아찔한 상황에 직면한다.


△겸용 화장실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어 불편

  본교 모든 건물에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1개 이상 있다. 그러나 한 건물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1개뿐인 곳도 다수고 일반인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겸용 화장실이 있는 정도다. 층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마련된 건물은 ECC와 이화·알프스 유치원뿐이다.

  장애 학생은 전용 화장실을 사용하려면 건물 내에서 층을 오가는 불편을 감소해야 한다. 휠체어 출입이 가능할 정도로 넓은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층마다 마련돼 있지 않다. 포관, 대강당 등 일반인과 함께 사용하는 겸용 화장실이 있는 곳도 있지만, 이는 실제 장애인이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애인 전용 또는 겸용 화장실은 타인의 도움 없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설치돼야 한다. 하지만 겸용 화장실은 장애인 전용 화장실보다 작을 뿐만 아니라 휠체어의 출입이 어렵다.

  건물 내부에 따로 경사로가 설치된 건물도 100주년기념박물관, 법학관, 생활환경관, 음악관, 조형예술관 A, B동, 종합과학관 C동, 학관 단 8곳에 불과하다. 학관은 장애인을 위한 내부 경사로가 있지만m 경사가 급해 실제 휠체어가 오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중도 열람실에서 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계단을 이용해야만 올라갈 수 있을 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 학생들이 올라갈 방법은 외부로 가는 방법 외에는 없다.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는 일반 학생이 이용해

  본교 건물 내 사소한 부분에서도 장애인을 배려하는 시설이 부족했다.

  ECC 출입문은 무게 때문에 장애 학생이 오가는데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몸이 불편한 장애 학생들이 사용하기에는 무겁기 때문이다. ECC 설계에 참여한 강미선 교수(건축학과)는 “ECC 출입문은 장애 학생이 사용하기에는 무겁다”며 “장애 학생이 사용하려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여닫이 방식의 문도 장애 학생들이 사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본교 내 건물 출입문과 강의실 문 대다수가 모두 앞으로 밀거나 당겨서 여는 방식이다. 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ECC 출입문은 여닫을 때 힘을 많이 필요로 한다. 그는 “공공시설 대부분은 회전문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도 일반 학생들의 차지가 된 지 오래다. 포관 내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는 계단이 있어도 일반 학생들은 버젓이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한세미(경제·08)씨는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라는 것을 알아도 시간이 급하다 보니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전 층을 운행하는 엘리베이터가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라서 사용하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본교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장애 학생과 관련된 불편사항이 접수되는 대로 전문가, 장애 학생, 교내 관련 부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교내 편의시설을 더 편리하게 이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일반 학생들의 이해가 부족해 장애 학생이 학교생활에 불편을 호소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도 장애 학생을 깊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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