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이라는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청년창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학은 창업과 관련한 다양한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이화인이 있다. 여행캠프를 기획하는 ‘트리에이블(Treeable)’ 김수정(사교·11)씨, 벤처 기업 ‘엔시온(NSION)’ 최혜윤(물리·12년졸)씨,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접착식 메모지(메모지)를 제작하는 ‘내가그린지도그림’ 백채현(디자인대학원 석사과정)씨를 5월21일~5월23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행을 통한 자기 성장, 트리에이블이 도웁니다”

▲ 김수정씨 최형욱 기자 oogui@ewhain.net

   일본 드라마를 즐겨보던 14살 소녀의 꿈은 일본에 가는 것이었다. 소녀는 학원 수업이 끝나면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여행사로 출근하다시피 방문했다. 일 년 동안 부모님을 설득한 결과 소녀는 동생과 함께 동경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이 소녀는 여행 교육 벤처 트리에이블을 만든 김수정 대표다. 트리에이블은 아이들을 비유한 ‘트리(Tree)’와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가능하다(-able)’를 합친 이름이다. 트리에이블은 10대부터 60대까지 여행을 통해 스스로 삶을 변화할 수 있는 여행 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으로 작년 7월 김씨와 공동창업자 연세대 이태근(경영·11)씨가 설립했다.

  “여행은 하나의 작은 인생이에요. 여행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더 넓은 세계를 통해 기획력, 자신감 등 자기계발적인 측면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디어만 있던 김씨는 수업을 듣고, 사람을 만나며 이를 사업으로 구체화했다. 그는 여행사 사장이 꿈인 공동창업자 이씨를 만나면서 아이디어를 현실화했다.

  “생각지 못했던 전공이었던 지리교육과를 선택했죠. 이는 어쩌면 필연이라고 생각해요. 공동창업자는 저의 내면에 잠재돼있던 생각을 깨워준 터닝 포인트였죠.”
 
  이들이 준비한 첫 번째 프로젝트는 10대와 20대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여행쟁이’다. 10대 청소년들은 자신이 주체가 돼 여행을 직접 기획하고, 20대는 모티베이터(motivator·동기부여자) 역할을 맡아 청소년에게 조언한다.

  “저는 학생들이 남의 기준에 맞춰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좀 더 알아보고 주체적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는 방법 중 가장 재미있고 유익한 방법은 여행이라 생각해요.”

  현재 여행쟁이는 콘텐츠를 더욱 보완하기 위해 잠시 휴식기이다. 사범대에 재학 중인 김씨는 평생교육, 아동심리 수업 등을 통해 탄탄하게 준비할 예정이다. 


△“모이면 뚝딱, 다양한 콘텐츠로 고객만나요”
 

▲ 최혜윤씨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직원 평균 나이 26세. 직원 7명. 외부 투자 무(無).

 

  어찌 보면 ‘위태로워’ 보이는 이 회사의 주인공은 벤처 기업 엔시온(NSION)이다. 그러나 이런 걱정과 달리 어플리케이션(앱) 등 SNS 서비스, 유·아동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엔시온의 올해 상반기 예상 매출은 5억 원이다. 벤처 기업치곤 ‘괜찮은’ 성적이다.

  재작년 10월에 설립된 엔시온의 창립 멤버 중에 본교생 최혜윤씨가 있다. 엔시온에는 디자인, 디렉터 대표, 웹툰 디자이너 등 7명이 함께 하고 있다. 그 중 최씨는 기획 및 운영, 행정, 디렉터를 담당한다.

  “워낙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성격이었어요. 모든 일은 적극적으로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기획하고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왔어요.”

  최씨는 죽기 전에 창업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기회는 우연히 왔다. 호기심에 청강한 본교 ‘캠퍼스 CEO’ 수업에서 벤처 창업 경진대회에 나갔고, 그곳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 지금의 엔시온이 시작됐다.

  “저희는 다양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시작했어요. 이것저것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다 함께 진행하면서 회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거죠.”

  사람으로 모인 엔시온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면에서 다른 회사와는 차이가 있다. 엔시온은 직위에 상관없이 각자가 꿈꿔왔던 생각을 시작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프로젝트로 발전시키며 진행하는 형식이다. 지금까지 소셜데이팅 앱 ‘아이스위티’, 유·아동 스티커북 등을 제작했고, 외주 제작을 포함해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18개를 동시에 하기도 했다.

  최씨는 마지막으로 창업하고자 하는 대학생에게 조언했다. “자신의 창업 아이템에 대해 유연한 생각을 하세요. 사람이 모이면 자신의 아이디어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지치지 않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아이디어라고만 생각해 집착이 강해지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꿈을 담은 지도 그림, 내가그린지도그림

▲ 백채현씨 최은별 기자 byeol2728@ewhain.net

 

  “내가그린지도그림은 제 디자인에 대해서 고객의 피드백을 직접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과 소통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 메모지를 사용한 고객이 제주도는 왜 없냐며 제주도도 넣어달라고 했죠.”

  본교 교육관, 학관 등 생활협동조합 매장 한편에는 한반도가 그려진 하얀 메모지가 판매되고 있다. 이 메모지는 본교생 백채현씨가 제작한 상품이다. 단순하지만 유용한 이 제품은 고시생이 몰려있는 노량진 등 학원가에서 5월 한 달 동안 500권이 ‘완판’됐다.

  이전부터 고객과 직접 소통을 바랐던 백씨는 작은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내가그린지도그림을 생각해냈다. 제작 시간은 짧았지만, 실용성을 중시했기 때문에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했다. 우선 필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한반도 크기를 최대한 크게 넣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한반도 우측에 독도와 울릉도를 빠뜨리지 않았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메모지 크기를 정하는 바람에 제주도는 넣지 못했는데 울릉도, 독도는 넣었어요.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독도는 우리 땅이다’이라고 알려주기 위해 욕심을 부린 거죠.”

  최근 백씨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메모지 10만 부가 팔리면 티벳트 등 영토분쟁 중인 지역 또는 나라의 지도가 그려진 메모지를 그 지역 학생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앞면과 메모지 내용면에는 그 지역 또는 나라의 지도를 그리고 뒷면에는 우리나라 지도를 그린 것이다.  

  “받는 학생들이 ‘이 지도가 어디서 왔을까’하고 생각할 때 우리나라 지도를 통해 우리나라의 존재를 알게 되겠죠. 그들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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