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조형예술대학(조예대) 학생들이 5월27일~1일 조형예술관에서 ‘메이데이전(메이전)’을 열었다. 메이전은 조예대가 매년 개최하는 학생 작품전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조예대생 약 560명이 참가했다. 올해 섬유패션학부가 신설되면서 이화아트센터에서는 메이전의 하나로 패션디자인학과 학생과 섬유예술과 학생이 함께 작품을 전시했다.

  조형예술관 A동에서는 동양화과, 서양화과, 섬유예술과, 조소과, 패션디자인학과가 층별로 작품을 전시했다. 조소과는 1층에서 금속과 찰흙 등으로 만든 작품을 선보였다. 방현지(조소·11)씨는 백발에 흰 옷을 입고 앉아있는 노인을 실물크기로 제작한 작품 ‘흐르다’를 건물 입구에 전시했다. 방씨는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이 노인을 석고로 떠 그 위에 아크릴로 색을 입혔다. 그는 “할머니를 떠올리면 느껴지는 포근하고 편안한 감정을 나누고 싶었다”며 “마실을 나온듯한 할머니 모습을 입체감 있게 표현하고자 피부 이외의 부분은 단색으로 통일했다”고 말했다.

  동양화과는 소망, 부담감 등의 심리와 감정을 다채로운 색의 먹과 물감으로 표현했다. 점묘화 기법을 응용한 윤수현(동양화․11)씨의 작품 ‘그리다 꿈’은 손톱 크기의 ‘꿈’글자를 한 자 한 자 적어 작품을 완성했다. 검은 글씨와 파란 글씨로 이뤄진 이 작품은 멀리서 보면 바위산과 바다처럼 보인다. 윤씨는 “절벽에서 떨어지면 수평선이 보이던 꿈을 작품으로 표현했다”며 “힘들었던 시기에 이 꿈을 꾸고 안정적인 생활로 돌아왔던 기억을 상기하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대원여고 강지연(서울시 광진구․18)양은 “동양화는 먹을 사용한 그림만 있는 줄 알았는데 다채로운 색을 사용해 현대적으로 그린 작품이 많아 흥미로웠다”며 “미술반에서 동양화를 전공 중인데 전시회에서 본 다양한 작품이 전공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층 이화아트센터(아트센터)에는 섬유패션학부가 전시를 열었다. 전시는 아트센터 입구를 기준으로 좌우로 나뉘어 각각 패션디자인학과와 섬유예술과 학생이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장에 좌측에 놓인 마네킹 26개는 금속, 비닐 등 독특한 재료로 만들어진 옷을 입었다. 남자마네킹에 웨딩드레스 같은 여성복을 입힌 작품 ‘I am not a gay’를 만든 박해송(패디․11)씨는 “평소 실루엣의 변화가 없는 현대 남성복 디자인이 아쉬웠다”며 “작품을 통해 남자도 여성스러운 옷을 입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라 말했다.

  섬유예술과 학생의 전시는 4층에서도 이어졌다. 아트센터 전시 끝부분에 전시된 김민희(섬유․10년졸)씨의 작품 ‘변: 갑자기 일어난 괴이한 일’은 라이트 클레이(공예용 점토)로 만든 바위모형에 검은 실로 낙서처럼 삐뚤빼뚤하게 글씨를 수놓아 밧줄로 매달은 작품이다. 김씨는 “천안함 사건 등 과거사 속에서 상처 받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기록하고자 했다”며 “강한 시각적 효과를 위해 전시회장에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바위를 연출했고 부분적으로 남아있는 기억을 새겨 기억을 공유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3층과 6층은 서양화과 학생들의 사진 작품과 유화 작품이 주를 이뤘다. 6층 실기실에는 인체묘사 등 서양화과 학생들의 스케치나 일상적인 내용의 낙서를 공개해 작품관람에 재미를 더했다. ‘0, !’ 작품을 만든 이수민(서양화․12)씨는 캔버스 두 개를 이용해 자고 있는 아이를 묘사했다. 정씨는 “자고 있는 동생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며 “아이의 피부 결과 순수한 표정에 묻어나는 평온함을 표현하고 싶어 배경을 깨끗한 느낌의 하얀 이불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조형예술관B동에서는 도자예술과 학생 약 30명이 솜씨를 뽐냈다. 조형예술관B동 3층에는 나뭇가지, 쓰레기봉투 등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물건을 도자기로 빚어낸 작품이 진열됐다. 이 작품들은 사람들이 인위적인 미를 추구하는 등 학생들이 평소 느껴온 문제의식을 작품으로 승화한 것이다.

  최서영(사학․12)씨는 “같은 학교이지만 평소 조예과 학생들의 작품을 접할 일이 없어 궁금했다”며 “일반적인 호리병 형태의 도자기 작품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무궁무진한 형태와 색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조형예술관C동에는 디자인학부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영상디자인과 학생들은 1층, 2층 복도에서,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은 105호와 203호에 작품을 전시했다. 이지원(영디․11)씨는 꽃잎에 타이어의 빗살무늬를 그려 넣은 작품 ‘Bloom Bloom’으로 언어유희를 시도했다. 작품명 ‘Bloom Bloom’은 ‘부릉부릉’이라는 자동차 시동소리와 bloom(개화하다)라는 단어의 발음이 유사하다.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은 4층 공간을 ‘현대적 라푼젤(urban rapunzel)’이라는 주제로 탑에 갇힌 라푼젤과 같이 혼자 사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제품을 제작해 전시했다. 이희승(산디․11)씨와 이가영(산디․11)씨는 뚜껑과 모터만으로 구성된 단순한 디자인의 믹서 ‘mini B’를 선보였다. 그가 제작한 믹서는 컵으로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다각도로 꺾여 있어 제조하는 음료에 따라 각도를 눈금처럼 활용할 수 있다. 이희승씨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간편하게 주스 등을 만들기에 적합하게끔 디자인한 제품”이라며 “구조가 단순해 믹서 그 자체로도 예쁜 오브제가 되도록 구상했다”고 말했다. 

  5층에서는 공간디자인 학생들이 ‘아(兒)짓트’라는 제목으로 키덜트족(kidult,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위한 공간을 설계했다. 전시된 10개 작품은 주로 도시 속 자연 및 놀이체험 등의 주제를 다뤘다.

  관람객은 메이전에 대해 수준 높은 전시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가람(서울시 중랑구․21)씨는 “지인이 전시를 해 방문했다”며 “수준 높고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이 많아 전문 전시회 못지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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