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은 앨리스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다
한복 입은 앨리스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다
  • 백수연 기자
  • 승인 201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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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흑요석씨 전시회 수익 위안부 할머니에 기부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고운 색감의 한복을 입고 있다. 회중시계를 든 흰 토끼는 양반이 쓰는 갓을 눌러썼다. 일러스트레이터 흑요석 작가(우나영, 동양화·02년졸)의 대표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와 토끼다.

  흑 작가는 6월에 개인전 ‘앨리스, 한복을 입다’를 대중에게 선보인다. 그는 전시회 기념품 판매수익과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로 모은 기금 전액을 위안부 여성 쉼터 ‘나눔의 집’에 7월중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전시 준비로 바쁜 흑 작가를 5월22일 전화상으로 만났다.

  흑 작가는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상에서 손꼽히는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는 한복 입은 앨리스를 그린 작가로 한동안 인터넷을 달궜다. 흑 작가는 인기 온라인 게임 ‘밀리언 아서’의 어우동과 장화 일러스트를 맡아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흑 작가는 건국대 입구 부근의 갤러리 카페 ‘자코’에서 첫 개인전인 ‘앨리스, 한복을 입다’를 연다. 개인전에는 서양 동화를 동양화로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미녀와 야수’, ‘백조왕자’를 비롯해 조선시대 한국 여성을 일러스트한 작품 ‘목단화 여인’, ‘월하미인’ 등이 전시된다.

  흑 작가는 이번 전시와 더불어 위안부 여성을 돕는 일에 참여한다. 온라인에서 네티즌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벌여 마련된 기금을 위안부 여성 쉼터에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한 그림을 보고 위안부 할머니를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림은 위안부 할머니가 미술 심리 치료차 그린 것으로 벌거벗은 몸으로 엎드려 있는 소녀와 칼을 찬 순사, 한복을 입은 소녀의 손목을 잡아끄는 군인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요즘 일본 정치인들이 계속 망발을 거듭해 울분이 나는데 그 그림을 보니 더 속상했어요. 작게나마 제 프로젝트가 할머니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어요.”

  모금 운동은 5월2일~5월31일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형식으로 진행됐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으로 소셜미디어,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참여자가 해당 사이트(incujector.com)에 들어가 후원금을 결제하면, 흑 작가가 후원금액에 따라 개인전 초대권, 엽서 등을 제공한다.

  흑 작가의 모금 운동으로 5월2일에 모금을 개시한 지 3시간 만에 목표액인 2백만원이 모였고, 5월29일 기준 약 2천300만원이 모여 목표액의 10배에 해당하는 기금이 모금됐다. 그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마련된 기금뿐 아니라 개인전에서 판매하는 퍼즐, 엽서 등 다양한 기념품의 판매 수익 전부를 ‘나눔의 집’에 기부하기로 했다.

  마련된 기금은 흑 작가가 ‘프로젝트 후원자 일동’이란 이름으로 기부한다. 자신의 팬과 함께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다. “평소에 제 작품을 좋아해주시는 분들과 온라인으로 자주 소통해요. 팬들과 함께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 모금 운동을 기획했죠. 저 혼자가 아닌 후원에 참여한 분들이 한 일이기에 이름을 후원자 일동으로 내보내는 거예요.”

  이에 흑 작가는 관람객이 뜻깊은 일에 동참하고, 동시에 이번 개인전을 여유롭게 즐기다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요즘 제 작품을 좋아해주는 분이 있기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껴요.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위안부 할머니도 돕고, 커피 한 잔하며 제 작품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