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을 다룬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편을 방송했다. 이 사건은 한 기업 회장의 사모님 윤씨가 사위와 그의 이종사촌인 여대생 하씨를 불륜 관계로 의심해 두 사람을 미행하다 결국 하씨를 청부 살해한 사건이다.

  MBC ‘시사매거진 2580’에 이어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세상에 다시 알려진 이 사건은 각종 SNS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2004년 무기징역형을 받은 윤씨는 2007년 유방암 치료를 이유로 처음 형집행정지를 허가받았고 이후 수차례 연장 처분으로 병원 특실에서 생활했다. 방송을 계기로 본교생들은 동문인 하씨를 위해 광고 모금 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사건이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진 데는 미디어의 역할이 컸다. 미디어가 없었다면 사건은 세상의 빛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맥스웰 맥콤과 도널드 쇼가 주장한 의제 설정 이론에 의하면, 미디어는 사회를 구성하고 그 설정 안에서 우리의 생각이 시작된다. 미디어가 어떤 의제를 비중 있게 다루면 일반 대중들은 그 이슈를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는 중요한 의제로 부각 된다는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미디어에서 주목하지 않는 의제는 대중이 사건을 취사선택할 생각의 기회에서부터 배제됨을 알 수 있다. 미디어가 새로운 의제를 제안하지 않는다면 본교 동문인 하씨 사건도 이전처럼 역사 속으로 묻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의 의제 설정은 대중이 사회를 보는 눈이 된다. 동시에 미디어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취재진이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6월17일까지 예정됐던 윤씨의 형집행정지 허가를 전격 취소했다. 즉, 입법부·사법부·행정부가 지켜내지 못한 사회 정의를 미디어가 지켜낸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중 방송국 벽면에 있던 ‘대충하지 말자 시청자가 먼저 안다’는 문구가 필자의 머릿속을 맴도는 원인이 무엇일지 고민해 봤다. 필자는 미디어가 사회의 숨겨진 악을 고발하고 정의를 수호하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 또한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가 다양한 의제 설정을 통해 ‘제4부’의 역할을 수행하고, 그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얘기다.

  필자는 지난 2년간 이대학보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그동안 한 기사당 적게는 수십 장에서 많게는 수백 장에 이르는 학내·학외 사진을 촬영했다. 지면에 실리는 사진은 그 ‘찰나’가 의미가 있기도, 기사와 함께해 사건 이해를 명확하게 하기도 했다. 2년의 사진기자 생활로 필자가 느꼈던 점은 사진과 기사가 ‘이화’라는 작은 사회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필자가 사진 기자 활동을 마무리하며 느낀 바는 이화인 여러분의 참여 역시 학내 언론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대 미디어의 특징이 바로 ‘미디어와 대중의 상호작용성’이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대중이 있을 때 그 역할과 책임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대학보 역시 독자의 참여로 보다 독자와 가까운 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독자의 목소리를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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