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북한? 예측할 수 있는 북한!
예측할 수 없는 북한? 예측할 수 있는 북한!
  • 김석향 교수
  • 승인 2013.0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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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학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6월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또 북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화에서 나를 키워 주신 선생님 몇 분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 했었다.

  학부 1학년 시절, 시골교회 담임목회자인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품은 글을 보시고 연구실로 부르셨던 한준석 선생님, 은퇴하실 때 영국으로 공부하러 가신다 하시던 김흥호 선생님, 일본군 성노예로 원치 않던 삶을 사셨던 우리네 할머니들 이야기를 조용조용 하시던 이효재 선생님, 학부 시절부터 석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보살펴주신 사회학과 이동원 선생님과 조 형 선생님, 김동일 선생님...그 분들 지도가 없었으면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되새겨 보고 싶었다.

  그런데 최근 몇 달 동안 남북관계 상황이 나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북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내 표정을 살핀다. 딱히 내 대답을 기다리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뭔가 한 마디 하지 않으면 나름 북한학과 교수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을 소홀히 한 것 같다.

  어쩌다 남보다 이 분야에 오랫동안 있었던 나는 때때로 북한의 소행을 예측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만약 그렇다면 비법이 무엇인지 알려주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낀다. 실제로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부담감을 해소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부족한 답변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름대로 비법을 꺼내 놓는다. 비법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결코 짧은 시간 내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북한 관련 정보를 파악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을 들여 노력하면 북한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런 비법도 아닌 비법은 희망적인 대답을 기대하는 사람에게 절망적으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북한학 연구의 비법이라서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다. 그나마 반가운 사실은 짧은 시간 내에 신속하고 정확한 예측을 하겠다는 욕심을 포기하면 북한의 행위를 예측하는 비법 체득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 그 비법을 누설해 보겠다.

  첫째, 자신이 직접 연표를 작성한 뒤 자주 보완하면서 그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이 방법을 통해 분단 이후 오늘날까지 북한사회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변화했는지 파악해 두면 일종의 기초공사를 마친 셈이다.

  둘째, 대한민국 전도를 펼쳐 놓고 북한지역 내 주요 도시와 다른 지역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관찰해야 한다. 청진과 혜산, 무산, 종성의 위치를 파악한 상태에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속도는 그 곳 위치를 모를 때보다 훨씬 빠르다.

  셋째, 분단 이후 북한당국이 지속적으로 발간한 자료를 찾아 자신의 관심사 관련 주제를 연도별로 정리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 방법은 북한당국이 발간하는 공식자료가 그 특유의 과장과 은폐로 인해 신뢰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는 비결이다.

  넷째, 북한이탈주민 수기와 북한지역 여행기를 꼼꼼하게 읽는 작업을 시도한다. 특히 저자의 출생연도와 성별, 출생지역 및 성장지역, 성분, 학력, 직업 등 이른바 주요 독립변수를 고려하며 50권∙100권 정도 읽는다면 나름대로 사회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할 토대를 쌓을 수 있다.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이 비법을 다시 한 번 권해봐야 되겠다. 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