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 속 작은 텃밭, 나는 도시농부다
빌딩 숲 속 작은 텃밭, 나는 도시농부다
  • 김모경 기자
  • 승인 2013.0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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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조합 ‘파릇한 젊은이’ 나혜란 이사장, 서울시립대 동아리 ‘UOS옥상텃밭프로젝트’ 강태욱 회장, 본교 동아리 ‘스푼걸즈’ 오세영 회장, 본교 동아리 ‘스푼걸즈’ 유지현 회원 최형욱 기자 oogui@ewhain.net

<편집자주> 대학가에 농업 바람이 불고 있다. 교내 농업 동아리,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관련 강좌도 개설됐다. 본지는 직접 텃밭을 가꾸며 농사를 짓는 대학생과 협동조합원의 이야기를 듣고자 23일 본교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는 본교 동아리 ‘스푼걸즈’ 오세영(방송영상·11) 회장, 유지현(경제·12) 회원, 서울시립대 동아리 ‘UOS옥상텃밭프로젝트’ 강태욱(환경원예·09) 회장, 협동조합 ‘파릇한 젊은이(파절이)’ 나혜란 이사장이 참석했다.


-각자의 단체를 소개해달라

오세영 회장(오): ‘스푼걸즈’는 2010년 가을 본교생이 모여 만든 동아리다. 처음 땅을 일굴 때 숟가락을 사용한 데서 지금의 이름이 탄생했다. 현재 중앙도서관 뒤편 텃밭 약 10평에서 당근, 배추 등을 경작하고 있다.

나혜란 이사장(나): 파절이도 처음에는 작은 모임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올해 2월 서울시 협동조합으로 정식 등록했다. 우리는 ‘파절이가 될 때까지 농사짓는 젊은이들’인 20, 30대 조합원 26명으로 구성됐다. 현재 서울시 종로구 누하동에 있는 옥상 텃밭과 노들섬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강태욱 회장(강): UOS옥상텃밭프로젝트는 서울시립대 학생회관 옥상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옥상에 조성한 약 30평의 텃밭에서 상추, 고추, 토마토 등을 기르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 부는 도시농업 바람을 체감하나

강: 요즘은 대학만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에도 도시농업 동아리가 생겨나고 있다. 작년 6월2일 ‘유기농의 날’에 서울시가 그해를 도시농업 원년으로 선포하고 도시농업 십계명도 만드는 등 도시농업 육성을 위한 정책이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텃밭을 조성하고 농사를 짓는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나

나: 지난 3월 서울시에서 도시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10개의 단체를 선정했는데 우리 협동조합도 그 중 하나다. 옥상에 텃밭을 만드는 사업 ‘옥상 프로젝트’를 주제로 소셜펀딩(Social Funding·SNS로 아이디어,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해당 사업을 위한 후원을 받는 소셜 웹 커뮤니티)을 진행하고 있다.

강: 우리는 학교의 동의를 얻어 학생회관 옥상을 농지로 택해 지대를 해결했다. 얼마 전까지 농사에 필요한 재료비는 모두 자비로 충당했는데, 다행히 총학생회에서 진행하는 ‘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이러한 지원 덕분에 재정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오: 우리는 사회복지법인 우양재단에서 지원받고 있다. 이 재단은 청년이 도시농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작부(작물을 심음)계획을 통해 언제 어떤 작물을 심을지 정하고 종묘시장에 가서 재료를 구매한다. 이때 나온 비용을 재단에 청구한다.
 

-최근 농사방법의 추세인 유기농법을 활용하는가

유지현 회원(유): 우리는 농약, 화학비료, 비닐,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4無 원칙 농사법’을 고수한다. 달걀노른자와 식용유를 섞어 만든 난황액을 잎사귀에 뿌리거나 마요네즈와 물을 희석해 뿌리면 해충을 방지할 수 있다.

강: 우리도 농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인체에 해가 없고, 분해가 쉬워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농약은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난황액과 비슷하게 물엿과 물을 희석해 사용해봤지만 물엿이 끈끈해 수확이 어려웠다.


-수확물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강: 수확물은 상추, 감자, 고추, 토마토, 배추 등 다양하다. 수확량도 상당해 교직원이나 학생회관 환경미화원께 나눠드린다. 상추와 같은 잎채소는 수확이 수월했지만 아직 배추, 무 농사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가을에는 배추농사를 잘 지어 복지관에 김장 김치를 전달하고 싶다.

오: 올해 학교 축제 때 직접 수확한 배추로 전을 만들어 판매했다. 이외에 녹차로 푸딩을 만들어 학생문화관 앞에서 판매하기도 하고 올해 식목일에는 직접 씨를 직파(논밭에 씨를 직접 뿌리는 것)해 만든 묘목 약 100그루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후원재단에도 수확물을 기부하고 있다.

나: 우리는 기업, 홍대 지역 레스토랑, 카페에 수확물을 납품하고 있다. 협동조합이라 동아리보다 규모는 크지만 이윤은 적은 편이다. 그래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옥상부지 확장, 체험학습 프로그램 등의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다.


-농사를 지으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유: 모종을 심는 시기와 직파시기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농사를 지으려면 시기가 중요한데 시기계산이 어려워서다. 무엇보다도 작물을 수확할 때 가장 힘들었다. 시중에서 파는 것처럼 큼직하고 보기 좋은 수확물을 기대했지만, 막상 수확을 하면 당근이 손가락 한 마디도 되지 않거나 모양이 이상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 같다.

강: 땅의 영양분이 생각보다 빨리 소실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비료를 활용했는데 뿌려야 하는 양의 기준을 정확히 몰라서 어렵기도 했다. 해바라기에 비료를 뿌렸다가 잎이 녹은 적도 있었다. 유기농법으로 작물을 키우려다 보니 해충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지금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얻은 경험과 책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


-도시농업 활동을 통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유: 계절에 대한 인식이 뚜렷해졌다. 예전에는 ‘더우면 여름, 추우면 겨울’이라고 인식했는데 요즘은 사계절을 넘어 24절기로 한 해를 구분한다. 내가 직접 키운 작물을 수확하고 먹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은 농사를 지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아 환경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강: 어렸을 때 아버지와 낚시를 하러 갔는데, 아버지께서 우리가 버린 쓰레기 외에 다른 사람이 버리고 간 쓰레기까지 정리하라고 하셨다. 아버지께서 물고기 종류와 서식지 등을 설명해주셔서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런 관심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더 커졌다. 자연의 신비로움도 자주 느꼈고, 환경 문제에 관심도 깊어졌다.


-도시농업이 일시적인 붐으로 끝나지 않기 위한 방법은

강: 서울시는 작년 6월 2020년까지 4백 개의 텃밭을 8천 개로, 4십만 명의 도시농업 인구를 5백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도시농업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도시농업강좌를 신설하고 이를 가르칠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대학도 협조해야 한다. 경희대는 작년 2학기부터 학점이 인정되는 도시농부학교 강의를 개설했다. 더불어 비공식적이지만 동아리 스스로 커리큘럼을 만들고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개설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