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서 성찰하는 대상은 사람이다. 문학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올해 글빛문학상에 응모한 3명의 응모자들이 쓴 소설들도 그렇다. 발랄하고 풋풋하고 과감하면서도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방법론이 치열하다. 타자란 자기 바깥의 존재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 안에도 끊임없이 타자가 생겨난다. 아픈, 버림받은, 상처받은, 실패한, 소외된, 하지만 언제나 사랑받고 싶어 하는 나도 타자다. 읽는 사람이든 쓰는 사람이든 문학은 이런 타자를 아프도록 깊숙이 응시하게 하는 형식이다.

<원>은 엽기적 연쇄살인이라는 소재를 통해 학대받고 자란 소년의 트라우마가 이 사회의 폭력 구조를 어떻게 확대 재생산하는지를 두 개의 스토리를 교차하는 형식으로 써내려간 소설이다. 무엇보다도 순차적 현실과 트라우마가 시작된 과거로부터 역순으로 이어지는 컷구조의 형식이 돋보였다. 그러나 과도하게 그로테스크한 폭력 묘사가 거슬렸고, 이런 주변인을 만들어낸 것은 기성사회라는, 틀에 맞춘 듯한 서사의 전개가 오히려 작품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장미나무>는 6월의 장미처럼 풋풋하면서도 불안정한,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청춘의 사랑을 외피로 가진 성장소설이다. 19살의 남자아이가 채팅을 통해 만난 낯선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완전히 다르게 보이지만 사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로 연결되어있는 한 인간의 외면과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장편소설이 기본적으로 가져야하는 틀이나 삶에 대한 성찰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

올해의 수상작인 <시티홀> 역시 ‘아리수에 이틀쯤 불린 써클렌즈’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주인공이 우연한 만남과 1등 당첨된 복권을 통해 타자(자신을 포함한)와 세계의 속성을 알아간다는 점에서는 성장소설의 범주에 넣을 수 있겠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에서 만난 손님이 주고 간 복권 한 장과 ‘베이글과 커피를 합해 천원’에 파는 시티홀이라는 공간,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낯선 사람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며 이야기를 확장해나가는 솜씨가 탁월하다. 내 안에 있으나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꿈틀거리는 에일리언 같은 욕망의 지형도를 풍성한 서사로 풀어놓았다. 주제의식도 뚜렷해서 문학적 내공이 엿보였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기본기도 탄탄해서 신뢰감을 주었다. 

3편 모두에서 젊음만이 가진 에너지와 무모함과 풋풋한 기운이 느껴진다. 피에르 노라가 말했다. 당신이 숨기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보라. 그러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을 거라고. 문학이 아닌 어떤 것이 인간의 이면과 무의식을 파헤칠 수 있을까. 내년에는 더욱 많은 이화인의 당찬 도전과 모험, 청춘의 역량과 만나고 싶다는 기대를 가지면서 당선자에게 크나큰 축하를 보낸다.

 

심사위원: 정미경 소설가,  김미현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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