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인기가 있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로 ‘아빠 어디가’를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부모와 자녀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경쟁 방송사‘붕어빵’과 비교되지만, 대중의 선택은 ‘아빠 어디가’였다. 최근 TV 시청을 멀리하던 필자 역시‘아빠 어디가’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이 5명의 순수한 행동은 이를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한다.

  ‘아빠 어디가’의 애청자인 필자는 부모와 아이가 등장하는 공통점이 있음에도 붕어빵보다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에 보다 많은 사람이 매력을 느끼는 원인은 무엇일지 고민해 봤다. 필자는 이를 ‘어린이 5명이 진짜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이가 아이다운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나이에 맞게 살아가기란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는 우리가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사회 속에서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이화여대 4학년 언론정보학과 전공’, ‘000씨의 딸’같은 역할을 담당하듯 한 개인은 여러 사회적 위치를 중복적으로 차지한다. 이쯤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나를 나타내는 사회적 역할과 수행에만 집중하는 건 아닌지 돌이켜 봐야 한다.

  후기 구조주의는 이를 ‘생체 권력’이라 말한다. 생체 권력이란 ‘권력이 육체의 활동을 규율함으로써 육체에 힘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생체 권력이 작용한 사회 현상에는 공중위생 습관, 교육 등이 있다. 삶 속에서 생체 권력은 ‘학생이라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라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즉,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 담론이 한 개인을 지배하는 것이다.

  후기 구조주의자 미셸 푸코는 이런 생체 권력을 따르고, 사회 체계에 적응하고 동조하려는 욕구가 있으며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저항하지 않고 참여하는 시민을 ‘유순한 신체(docile bodies)’라고 정의한다. 미셸 푸코의 생체 권력은 은유적이고 비가시적이라는 점에서 강압적이고 가시적일 수 있는 일반적 의미의 권력과 구분된다.

  필자는 지금 필자가 겪고 있는 문제도,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하고 있는 고민도 미셸 푸코의 ‘생체 권력’이 작용한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대학 4학년은 취업 준비생이라는 이름 아래 영어 자격증, 해외 연수, 더 좋은 학점 만들기 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정작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대학생은 주변 사람들과 ‘어떤 직업으로 살아가야 할까’고민한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무엇인지에 관한 물음에는 ‘아직 잘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을 하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은 개인에게 직면한 상황에 따라 할 일도 많고, 어려운 일도 많은 법이다. 그러나 한 번쯤은 잠시 멈춰서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책을 읽고 기록해두는 메모장에 적힌 한 글귀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자신에게 솔직해져라. 자신에게 자유로워져라. 그리고 규칙에서 느슨해져라. 이것이 노력하지 않아도 당신이 달라지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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