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주말마다 외부인들이 관광을 오고 산책을 할 정도로 아름다운 캠퍼스를 가졌다. 시험 기간, 꾀죄죄한 몰골로 밤을 새고 등교를 해도 해맑게 나를 맞아주는 아름다운 교정이 있어 힘이 나곤 했다. 하지만 이번 중간고사 기간에는 건물 안에 들어서는 순간 풀렸던 피로가 다시 쌓였다. 이화동산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화장실 광경 때문이다.

  아침 일찍 ECC열람실 앞 화장실에 가면, 대체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싶어 말문이 막힌다. 화장실의 모든 변기 뚜껑이 닫혀 있는 날은 양반이다.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리지 않았거나, 사용한 휴지가 넘쳐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칸이 대다수다. 이 모든 게 다름 아닌 우리 ‘벗들’의 자취라니 당황스럽고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 뿐만이 아니다. 뚜껑이 닫혀 있는 변기는 다음 이용자에게 ‘복불복’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학생들은 소위 '까나리액젓‘이 걸리지 않길 바라며 뚜껑을 열거나 물을 내리는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문제를 일으킨다. 나는 교내 화장실을 쓰면서 발로 변기 뚜껑을 올리거나, 물을 내리는 학생들을 가끔 봤다. 어느 날은 ECC 화장실을 쓰는데, 물을 내리는 레버 위에 선명한 발자국이 나있었다. 더럽게 쓴 화장실은 다음 이용자도 더럽게 쓸 확률이 높다. 전 이용자가 나에게 불쾌감을 줬으니, 나도 다음 이용자를 배려할 필요가 없겠다는 심리인걸까. 이렇게 ’더러운 화장실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깨끗한 화장실을 만드는 일은 싱거우리만큼 간단하다. 물을 내리기 위해 변기 뚜껑을 닫았다면 다시 올리기만 하면 된다. 휴지통에 휴지가 넘친다면 한두 번 발로 밟아주면 그만이다. 나부터 조금만 배려하면 뒷사람도 화장실을 깨끗이 쓸 것임을 기억하자. 미화원 아주머니도 수고를 더실 수 있을 것이다. 겉만 아름다운 이화 교정이 아닌, 속도 깨끗한 캠퍼스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기말고사 기간에는 아침 일찍 등교해도 한결같이 기분 좋은 학교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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