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70주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름답다”
어린왕자 70주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름답다”
  • 황선영 기자
  • 승인 2013.0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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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체성과 인간관계, 취업에 대한 고민은 꿈 많은 20대에게 항상 꼬리표로 따라다닌다. 대학생이라면 나는 어떤 사람인지, 주변 사람과 행복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또는 내 진로의 행방이 무엇인지 걱정하기 마련이다. 

  “어른들은 참 이상하군.”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 Exupery)의 소설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는 7개의 행성을 여행하며 만난 어른들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어린왕자가 만난 어른들은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거나, 무기력한 술꾼이거나, 허황된 지식을 가진 지리학도 등으로 그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우리 20대는 지금 어린왕자가 말하는 ‘이상한 어른’이 될까봐 걱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이런 고민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올해 출간 70주년을 맞은 「어린왕자」를 통해 그 해답을 얻고자 한다.


△내 정체성은 양이 담긴 상자 속에 있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 입학이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대학에 오니 더 큰 고민이 생겼어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전공이 나와 맞는지 혼란스럽죠. 끌리는 전공보다 취직이 잘되는 전공에 눈길이 가고 체면, 출세 같은 겉치레에만 신경 쓰게 되는 제 모습이 안타까워요.” -건국대 ㄱ(컴공‧13)씨

  대학 신입생이라면 한 번쯤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10대를 벗어나 20대가 되는 순간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이에 어린왕자는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어린아이는 자신 외의 모든 것을 제쳐놓고 오로지 자신의 내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능력을 지녔다.

  “자신이 원하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건 어린아이들뿐이야. 아이들은 누더기 인형을 가지고도 많은 시간을 놀 수 있고 그 인형을 아주 소중한 것으로 만들거든. 그래서 만약 그 인형을 누군가가 빼앗아 가면 아이들은 울게 되는 거야.”

  어린왕자는 조종사가 그려준 상자에서 자신이 원하는 양을 봤다. 우리도 각자의 마음 속 상자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어린왕자의 순수한 마음으로 내면의 상자를 바라본다면 진정한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처럼 스스로에 집중해 찾은 ‘상자 속 양’의 모습이 바로 진정한 정체성이다.


△관계는 한 송이 장미꽃이다

  “요즘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지 못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저 친구는 과연 나를 친한 친구로 생각할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죠. 주변에 그냥 인사하고 지내는 친구는 많지만 제 행복과 슬픔을 진정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는 없어 항상 외로워요.” -본교 ㄴ(심리‧10)씨

  삶의 본질은 유대에서 나온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관계는 서로를 위한 노력과 수고가 들어야 맺을 수 있다. 어린왕자는 “꽃밭의 오천 송이의 장미꽃보다 내 별에 있는 장미꽃 한 송이가 더 중요한 이유는 내가 항상 물을 주고 병풍으로 바람을 막아주며 그녀의 불평과 자랑에도 귀 기울여주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어린왕자도 지구에서 만난 여우를 친구로 만들기 위해 매일 같은 시간에 여우를 찾아갔다. 반면 조종사는 끊임없이 대화를 요구하는 어린왕자를 무시한 채 비행기를 수리하느라 나사를 조립하는 데만 집중한다. 눈앞의 현실에만 몰두해 친구를 위한 걱정과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나만의 별이 있어 밤하늘이 아름답다

  “이번에는 꼭 붙을 거라고 항상 다짐하지만, 매번 공채 시험에 떨어져 낙담하는 제 모습이 이젠 익숙하죠. 언젠가는 취업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도 확신이 서지 않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요.” -고려대 ㄷ씨

  취업을 앞둔 대학생의 마음은 모두 똑같다. 졸업과 동시에 직업을 가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취업난에 빠진 대학생에게 어린왕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라고 말해준다.

  누구에게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은 있다. 확실한 것은 미래는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는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사랑하고 기대한다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수백만 개의 별 중에 오직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꽃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 마음속으로 ‘저 별 어딘가에 나의 꽃이 있겠지…’라고 생각할 테니까.”

  우리나라는 자살률 세계 1위, 행복지수 OECD 회원 34개국 중 32위를 기록하고 있다. 단순히 이 수치를 보고 ‘나는 지금 행복한가’를 묻기 전에 ‘나는 지금 행복해 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것이 어린왕자가 순수함으로 청년에게 용기를 주는 목적일 것이다. 어린왕자 70주년인 올해, 한번 쯤 책장 속에 묵혀뒀던 어린왕자를 다시 불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