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로 청년활동가 김민석(왼쪽), 정주신씨


  자신의 터전을 더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대학생 청년이 손발을 걷어붙였다. 중·장년이 대부분인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마을을 꾸렸던 과거와 달리, 지자체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넓히면서다. 서울시와 마포구는 올해 초 마을자치사업단을 만들어 10대~40대 청년을 모집했다. 이들 중 마을청년활동가로 첫 발걸음을 뗀 명지대 황새나래(시디․12)씨를 8일 서면으로, 명지전문대 김민석(부동산․10)씨, 한국성서대 정주신(사회복지․13)씨를 9일 만났다.


△“우리 마을 내가 만들어요” 황새나래씨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염리동 모양은 길쭉해요. 이 특징을 구체화해 염리동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로 키워보는 건 어때요?”

 “주민 슈퍼마켓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건 어떨까요?”

  3일 오후7시.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주민자치센터 2층 솔트카페(salt cafe)에 10대부터 70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카페에는 염리동 FCL(Future Community Leaders Band·마을자치사업단) 외에도 염리동을 기반으로 한 여러 주민단체의 회원이 둥글게 앉아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했다. FCL은 마포구가 주민이 중심이 돼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올해 3월 처음 모집했다. 올해는 마포구의 망원2동, 아현동, 연남동, 염리동의 주민 약 20명이 활동하고 있다.

  마포구 염리동에 사는 황씨는 염리동 마을자치사업단원이다. 협동조합, 마을자치에 관심이 많던 황씨는 자신의 아파트 공지사항에 붙어 있던 마을자치사업단 공모를 보고 사업단에 지원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마을 자체가 마을공동체에 관심이 많은 염리동에서 살면서 협동조합이나 마을자치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됐죠.”

  마을자치사업단은 마을 의제를 발굴하고, 마을사업 아이템을 창출하는 등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마을자치사업단은 지역특성에 맞게 동마다 주제를 선정하고, 단원은 사안을 토의를 통해 구체화한다.

  황씨의 터전인 염리동의 사업 주제는 지역 축제인 ‘염리동 창조마을축제’의 브랜드화다. 이에 염리동 마을자치사업단은 을을 잘 알릴 수 있도록 축제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토의에서는 마을의 축제와 대표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토의가 진행되면 여러 분야에 있는 사람이 각자의 특성을 살려 음악회, 연극 등 각 분야에서 대표자를 뽑아 활동할 것 같아요.”
 
  황씨는 염리동 마을자치사업단의 유일한 대학생으로 세대를 잇는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저는 다른 분에 비해 나이가 어려요. 덕분에 토의하면서 염리동의 젊은 층 이야기를 다른 연령대에 전해 줄 수 있어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황씨가 꿈꾸는 마을은 벽화, 표지판 등을 이용한 ‘사람 냄새’나는 마을이다. 그는 아파트와 대형 상가로 이뤄진 깨끗한 거리보다는 자신의 전공을 활용해 마을에 시각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을은 단지 먹고 자기 위해 머물러 있는 공간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 웃고 울며 함께 어울리는 공간이라 생각해요. 이런 마을을 위해 제 전공 분야뿐 아니라 마을 조합 자치 등 여러 분야에 대해 더욱 공부할 거예요.”


△활동가를 든든하게 돕는 또 다른 ‘청년활동가’ 김민석씨, 정주신씨

  “마을의 주민이 하나의 끈으로 이어져 있으면 좋겠어요. 마을 주민이 연결돼 있으면 범죄도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서로 다 같이 알고 지내면 그 사람이 한 아이의 보호자가 되면서 결국 마을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마을을 꿈꾸는 청년활동가 김민석씨와 정주신씨는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9일부터 ‘광역형’과 경영지원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광역형은 여러 구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에게 마을공동체 사업 아이템과 아이디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활동가의 활동을 보고받고 기록해 다른 활동가에게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정씨는 종합지원센터에서 사무 보조 등 여러 일을 하고 있다.

  김씨는 마을공동체에 관한 5번의 워크숍을 하면서 자신의 꿈도 생겼다. 특히 김씨는 워크숍 마지막 날 활동가들과 함께 서울시 강북구 ‘재미난 마을’을 방문하며 마을 활동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재미난 마을에서 마을의 축제를 기획하고 ‘엔진’역할을 하는 분이 자신의 활동이 담긴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주시면서 함께 한 활동가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간 시간이 생각나시는지 우시더라고요.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분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저도 그분처럼 우리 동네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들은 청년활동가로 활동하는 동안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 편안함과 안식을 주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마을 내에서 함께 먹고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주민이 동네에서 일해도 ‘먹고 살’ 수 있는 마을 공동체를 위해 저희도 열심히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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