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한 아름다운 질문
미래를 향한 아름다운 질문
  • 문경원 교수(서양화과)
  • 승인 201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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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초록빛이 가장 아름다운 오월입니다. 싱그럽기까지한 교정을 거닐며 최근에 어떤 분과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나네요.
 
A: 너무 큰 질문이란 건 알지만, 과연 예술이 뭘까요. 오늘날 예술에 필요한 성찰은 무엇일까요?
B: 난 그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아요. 어떤 정의는 출발이 아니라 끝이니까요…
A:“예술가란 과거를 잊어야 산다.”라고 하셨는데요. 제 생각에 그 말은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을 빌어 지금의 예술을 재단하면 안 된다는 뜻 아닌가요?
B: 글쎄, 과거의 전범에 스스로 속해버리는 건 난 바보라고 생각해요. 어떤 존칭으로서의 과거. 거기에 속하면 안 돼. 예술에서는 고아가 좋아요. 내 언어는 지구상에서 최초라는 허영으로부터 시작하고 싶은 거지요. 아마 그런 뜻에서 말했을 거예요.
나는 어제 쓴 시가 없어요. 어제 쓴 거는 어디로 가버리고 오늘 쓴 것에 흥을 내곤 하니.
 
  최근 몇 년동안 예술의 협업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참 많은 분들을 뵙고 좋은 말씀을 통해 그 분들의 생각과 철학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예술이란 울타리를 넘어 다른 분야의 많은 목소리 듣기를 했습니다. 저 스스로도 제가 하고 있는 일들, 예술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의미인지, 과연 필요한 것인가를 반문하면서 말이죠.

  참 신기한 것은 많은 분들이 스스로의 분야에 대해 “이 시대에 시는 죽었다”, “영화는 죽었다”, “건축은 죽었다” 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새로운 시작을 전제하고 계셨습니다. 현시대가 향하고 있는 지향점의 오류를 말씀하시면서도 또 다른 시작과 시대를 꿈꾸며…
 
  그렇다면 예술은 어떠할까요? 예술도 마찬가지 입니다. 혹자들은 현대 미술은 요란한 헛소리만 난무하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치부하기도 하고, 작품 앞에서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과 대면하는 경우보다는 오히려 난해한 작품 앞에서 허탈함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술은 내 삶과는 무관한 세계라는 생각을 합니다.  예술계 내부에서도 진정한 비평과 담론없이 단지 유명세에 기댄 작가들,  비평가와 큐레이터, 그리고 컬렉터들이 모여 앉은 테이블엔 진정한 예술이나 소통의 자리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이러한 오류나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을 꿈꾸고 말할 수 있기에 여전히 존재하고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과거의 재단이나 경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늘 오늘을 만들기에 그 오류나 목소리들도 아름답다 하겠습니다. 예술가들의 치열한 고민, 다소 비생산적일 수 있는 그들의 상상과 흔적, 그리고 그  시간도 아름답습니다. 예술은 정답이나 그 어떠한 확정적 메세지를 규정할 수 없기에 모호하기도 하지만 그 궁금증과 질문들이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제가 좋와하는 예술은 많은 물음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개인의 목소리이든 협업의 결과이든 시각적 감동이나 감상의 차원을 넘어 머물게 하는 작업들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삶에 던지는 무수한 질문들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이라는 규정을 넘어 한자리에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질문들은 어떤 질문인가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고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가짜 메세지가 많듯이 가짜 질문도 많지요. 그 질문이 의미를 갖고 힘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질문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예술로서 새로움과 창조라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이니까요.
 
  예술만 그럴까요? 삶은 어떠한가요?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고 살고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삶의 유한함을 느끼며 스스로의 의미를 되묻고 있습니다.  자기 존재를 스스로 어떻게 증명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진 자기 세계를 살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무수한 질문과 과정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질문을 가져야 할까요? 어떤 질문들을 만들어 가야 할까요?
 
  ‘시’가 ‘건축’이 ‘영화’가 ‘예술’이 스스로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새로운 탄생을 전제하는 삶에 대한 질문들입니다. 예술이 실체없는 아름다움의 의미를 묻고있지만 그 안에는 삶의 발견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 소중한 젊음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스스로의 ‘질문’을 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