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12시30분에 찾은 이화·포스코관 B152호에는 수강생이 가득 차 있었다. 이 강의실은 주로 대형강의가 진행된다. 정원은 약 170명이지만 강의실 앞뒤에는 보조책상이 약 40개 놓여있다. 책상에는 ‘재정학 수업에서 사용하는 책상입니다’, ‘미시경제이론에서 사용하는 책상이니 치우지 말아주세요’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이곳에서 150명 정원의 대형강의를 듣는 ㄱ(섬유·10)씨는 “사람들이 많이 듣는 대형강의는 주로 지정좌석제가 아니라서 뒷자리에 앉으면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100명이 넘는 학생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본교 대형강의 개설 현상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학기 본교는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대형강의 개설 수에서 3위를 차지했다. 지난 3년(2011년~이번 학기)간 본교 대형강의 개설 수는 타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많은 편이다. 이는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를 통해 ‘강좌당 학생 수’를 분석한 결과다.


△본교 대형강의 수 전국 4년제 대학 3위…교수와 학생 모두 대형강의로 끙끙

  이번 학기 본교 대형강의는 124개로 전국 4년제 대학 173개 중 3위였다. 대형강의 개설 수 1위는 서울대(163개), 2위 연세대(162개), 3위 본교(124개), 4위 경희대(97개), 5위 인하대(91개)였다.

  5개 대학의 전체 강의 중 대형강의 비율에서는 본교가 4.8%로 2위를 차지했다. 대형강의 비율 1위는 연세대(5.1%), 2위 본교(4.8%), 3위 인하대(3.3%), 4위 서울대(2.3%)와 경희대(2.3%) 순이었다.

  대형강의를 진행하는 교수와 수강하는 학생은 모두 강의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형강의인 ‘미시경제학’과 ‘경제수학’을 수강하는 ㄴ(철학·12)씨는 “대형강의는 강의실이 크고 수강생이 많아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고 교수님과 의사소통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학생 150명이 듣는 전공수업을 진행하는 ㄷ교수는 “대형강의는 학생이 참여하는 발표 등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며 “채점의 편의를 위해 시험 문제를 주로 객관식으로 내기 때문에 수업 내용에 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물어볼 수 없어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대형강의 개설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학기 대형강의 ‘서양미술의 이해’, ‘동물의 행동’, ‘거시경제학’을 듣는 한다은(문정·12)씨는 “적은 인원이 듣는 수업보다 대형강의에서는 쉽게 집중할 수 없다”며 “같은 과목이라도 수강인원을 나눠 여러 분반이 개설되면 학생의 수업 선택권과 수업의 질도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ㄹ(경제·11)씨는 “전공 수업이 거의 대형강의로 개설되기 때문에 수강신청도 치열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옆 사람과 팔이 닿는 등 수업 환경이 좋지 못하다”며 “전공과목이라도 대형강의 개설을 줄여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1학기 본교 강의 개설 현황…대형강의↓ 소형강의↑

  대형강의 개설은 타대에 비해 많았지만 그 수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본교 대형강의는 2년 전보다 약 30% 감소했다. 전체 강의 중 대형강의 비율은 2011년 1학기 6.8%였지만 이번 학기는 이보다 2% 포인트 낮아진 4.8%였다. 2년 전에는 본교 강의 100개 중 7개정도가 대형강의였지만 올해는 100개 중 약 5개가 대형강의다.

  한편, 50명 이하의 학생이 듣는 소형강의는 증가했다. 지난 3년간 소형강의는 2011년 1학기 1천882개, 2011년 2학기 1천627개, 작년 1학기 2천36개, 작년 2학기 1천718개, 이번 학기 2천111개로 늘었다. 이번 학기 본교 전체 개설 강의 10개 중 8개는 소형강의였다.

  이에 대해 교무처는 “일부 교양과목의 경우 학생의 수요가 많거나 담당교수의 요청으로 불가피하게 많은 인원이 수강하기도 한다”며 “대부분의 전공과목은 적정 인원이 수강하고 있지만, 대형강의가 개설되는 특정 학과의 경우는 지속적인 교원충원을 통해 학생의 수업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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