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땅에 모종 심는 게릴라 가드닝 바람…국외에서는 환경단체를 통해 전문적으로 활동하기도


  게릴라전을 하듯 도심에 몰래 꽃을 심는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이 국내에 싹을 틔웠다. 게릴라 가드닝은 2004년 영국의 회사원인 리처드 레이놀즈(Richard Reynolds)가 삭막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시작한 환경운동이다. 국내 게릴라 가드닝은 도심에 식물을 키우는 행동 전반을 의미한다. 반면, 외국에서는 활동범위를 밤에 몰래 꽃을 심는 행동만으로 한정한다. 1일 세계 게릴라 가드닝의 날을 맞아 국내외에서 확산 중인 게릴라 가드닝에 대해 알아봤다.

△녹색 걸음마를 시작한 국내 게릴라 가드닝

  쓰레기가 쌓여있던 골목길에 하룻밤 사이 꽃 화분이 들어섰다. 본교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아영(서울시 마포구‧32)씨는 4월18일 이화여대2가에 꽃을 심었다. 꽃을 보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덜 버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게릴라 가드닝을 하면서 주변 상점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며 “학교 앞을 가꾸며 이웃 간의 정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게릴라 가드닝을 하는 사람들인 게릴라 가드너는 대부분 온라인 친목단체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1일 오후4시 홍대 전철역 앞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게릴라 가드너 11명이 모였다. 이들은 전철역 인근 주차장에 비올라(viola)와 메리골드(marigold) 등의 모종을 심었다.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 ‘깊은평화’씨는 “소규모였지만 게릴라 가드닝을 실천해 기쁘다”며 “앞으로도 개인의 힘을 모아 도심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게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치된 구조물을 활용해 게릴라 가드닝을 한 경우도 있다. 작년 6월에는 광화문 광장에 있는 녹색성장체험관 앞 컨테이너 박스(컨테이너)가 정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홍보관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담당자가 바뀌며 애물단지가 된 컨테이너를 재탄생시킨 것이다. 녹색성장체험관 정의숙 관장과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가 컨테이너를 개방형으로 개조했다. 정 관장은 “지금은 시민이 컨테이너로 찾아와 식물을 가꾼다”고 말했다.


△녹색 행진으로 성장한 국외 게릴라 가드닝

 국외의 게릴라 가드닝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이뤄진다. 작년 12월24일 영국 런던 밤거리의 가로수가 사과를 품었다. 게릴라 가드너들이 크리스마스트리의 장식용 공에서 착안해 가로수 가지마다 사과를 리본으로 묶어 매달아 놓은 것이다. 이처럼 국외에서의 게릴라 가드닝은 식물을 심기 어려운 겨울에도 진행된다.

 특히 외국의 게릴라 가드닝은 장기전이 돋보인다. 영국의 한 게릴라 가드너는 2005년부터 8년째 런던에서 익명으로 게릴라 가드닝을 하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방치된 버스 정류장에 식물을 심기 시작했다. 그는 게릴라 가드닝 과정을 시간대별로 찍고 게릴라 가드닝 사이트(guerrillagardening.org)를 통해 사람들과 이를 공유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공장소 약 1천 곳에 꽃을 심었다.

 게릴라 가드닝 문화가 자리를 잡은 미국에서는 환경단체를 통해 게릴라 가드닝이 전문화됐다. 미국의 게릴라 가드닝 단체 ‘그린에이드(Greenade)’는 콜로라도에서 녹색수류탄(green grenade)이라는 씨앗뭉치 자판기를 보급 중이다. 꽃씨와 흙과 퇴비를 섞어 만든 녹색수류탄은 단순히 뿌리기만 해도 씨앗이 자연스럽게 발아해 모종을 심기 어려운 곳에도 손쉽게 게릴라 가드닝을 할 수 있다.

 가드닝 전문가는 게릴라 가드닝을 도시화에 대한 저항이라 설명했다. 가드닝에 관해 여러 논문을 발표한 천안연암대 손관화 교수(가드닝전공)는 “게릴라 가드닝은 사람들이 지나친 도시화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방식”라며 “방법이 어렵지 않고 공적인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환경운동인 까닭에 사람들의 수용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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