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아영씨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이대역에서 본교 정문까지 이어지는 거리의 이름은 ‘걷고 싶은 거리’다. 하지만 아무 데나 널린 쓰레기들, 더러운 얼룩이 군데군데 묻어있는 인도 등 이름에 걸맞지 않은 길거리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을 아름답게 바꾸기 위해 남몰래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 빈 타인의 땅에 몰래 식물을 심거나 씨를 뿌려 녹지를 조성하는 것)을 통해 본교 앞 거리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옥스포드 키친 김아영(서울특별시 마포구·32)씨다. 그를 1일 옥스포드 키친에서 만났다.

  김씨는 평소 가게 앞 전봇대에 불법 투기된 쓰레기로 고민했다. 근처 상인들은 쓰레기 처리를 두고 다투기도 했다. “주민과 상인 모두 쓰레기 불법 투기로 불만이었지만 아무도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서울시청과 서대문구청에도 연락해 봤지만, 구체적인 대안도 구하지 못했죠. 이대로 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김씨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책에서 봤던 게릴라 가드닝을 떠올렸다. “누가 작은 쓰레기 하나를 버리면 남들도 따라서 같은 곳에 버리게 되는 것이 문제였어요. 처음부터 쓰레기를 버릴 수 없게 예쁜 꽃을 갖다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가드닝 경험이 없던 김씨는 한 NGO 행사에서 게릴라 가드닝 정보를 얻었다. 김씨는 행사에서 가드닝 전문가, 디자인 전공생 등을 만나 게릴라 가드닝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김씨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거리를 바꿔나가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그는 재활용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캠페인을 진행했던 경험을 활용했다. “게릴라 가드닝을 진행한다는 글을 카페에 올렸더니 이대생 몇 분이 와서 함께 하기도 했죠. 상자에 흙을 채우는 것부터 마무리까지 많은 도움이 됐어요.”

  김씨는 4월18일 첫 게릴라 가드닝을 실천했다. 김씨는 게릴라 가드닝 실행 몇 주 전에 미리 불법 투기된 쓰레기를 치운 후 더럽혀진 벽면을 화사한 색감의 페인트로 칠했다. 버려진 빵 상자에 흙을 담아 꽃시장에서 김씨가 직접 고른 꽃을 심어 화분을 만들었다. 김씨는 벽면에 ‘가져가지 마시고 예뻐해 주세요!’라고 쓰고 상자 화분을 놓았다. 

  게릴라 가드닝 이후 매일 같이 쌓여있던 쓰레기는 눈에 띄게 줄었다. 쓰레기봉투가 쌓여있던 자리에 이제는 빵 상자를 차곡차곡 쌓아올려 만든 상자 화분이 있다.  

  게릴라 가드닝을 진행하면서 김씨는 예상치 못한 소득도 얻었다. 쓰레기 처리 문제로 싸우는 등 긴장감이 팽팽했던 상인들 사이에 유대가 생긴 것이다. “제가 하는 일을 좋게 보고 도와주신 분이 많아요. 아파트 관리인 분이 청소도구를 빌려주시는가 하면 씨앗을 기부해주신 분도 있고요. 가드닝을 마치고 나서 며칠 후에는 이름 모를 분이 나무 화분을 몰래 갖다 놓으시기도 했죠. 몰랐던 이웃과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김씨는 게릴라 가드닝을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가드닝 공간에는 액자도 걸 수 있고 낙서를 할 수 있는 칠판을 걸어놓을 수도 있죠. 아니면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을 걸어놓을 수도 있고요.”

 그는 학교 앞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이화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러분도 함께 학교 앞 공간을 가꾸는 활동에 작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해요. 학생 한사람의 노력이 모여 이대 앞 거리가 더 아름다워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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