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영(경영·12)씨는 등교하면서 카페에 들러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샀다. 점심에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면서 일회용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일회용품이 환경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개인 컵이나 젓가락을 갖고 다니기 번거로워서다. 최씨는 “부담 없이 한 번 쓰고 버릴 수 있어 무의식적으로 일회용품을 자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일회용품을 집어 드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일회용품은 손쉽게 쓰고 버릴 수 있어 간편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항목에 ‘노력하지 않는다’고 답한 20대 비율이 2008년 16.7%에서 작년 46.4%로 올랐다.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20대 비율은 올해 처음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본지는 식목일을 맞아 서울소재 7개 대학 내 생활협동조합(생협)과 편의점에서의 일회용품 판매량을 조사했다.

  생협에 따르면 서울소재 대학에서 일회용젓가락이 하루에 최소 200개 이상 사용된다. 본교 생협은 3월25일~31일 기준 일회용젓가락을 67개 판매했다. 본교 생협은 같은 기간 학생들이 약 2만개 이상의 일회용젓가락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서울대 생협은 작년 기준 30개입 일회용젓가락을 1천241개 판매했다. 이는 평균 물품판매량이 740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높은 수치다. 연세대 생협이 집계한 일회용젓가락 일일사용량은 약 1천개다. 연세대 생협 임철순 대리는 “학생들이 일회용젓가락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계산대에 비치했다”며 “한 번에 일회용젓가락을 두 세 개씩 가져가는 학생도 있어 사용량이 많다”고 말했다.

  학내 편의점에서도 일회용젓가락의 수요가 높다. 본교 ECC내 편의점에서는 하루에 일회용젓가락이 약 230개가 사용된다. 고객의 80% 이상이 대학생인 고려대 편의점은 하루에 일회용젓가락을 약 380개 사용한 것으로 추산했다.

  종이컵은 일회용젓가락보다 판매량이 높았다. 본교 생협은 3월25일~31일 일주일간 종이컵 3천216개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자판기를 통해 판매된 종이컵은 약 1천500개 수준이다. 본교 편의점도 50개입 종이컵을 하루에 약 100개씩 판매했다. 이외에도 동국대 생협은 3월 한달 간 판매된 종이컵이 2만7천700개라고 밝혔다. 경희대에서도 자판기를 통해 학생들이 한 달에 약 3만3천700개씩 사용하는 실정이다.

  종이컵 수요가 높은 이유는 개인 컵을 잘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교 생협이 판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개인 컵을 사용하는 본교생은 464명에 불과했다. 국민대 생협 정소은 대리는 “커피를 마시는 학생이 많아 하루에 약 1천개의 종이컵을 사용하지만 텀블러를 사용하는 학생은 70명 정도”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은 개인 컵을 휴대하는 것이 불편해 종이컵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ㄱ씨는 “개인 컵을 가지고 다닌 적이 있지만 무겁고 번거로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며 “굳이 개인 컵을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회용품 사용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재활용을 해도 마찬가지다. 재활용을 할 경우, 일회용품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화학약품이 첨가됐기 때문에 재활용 과정에서 오히려 환경호르몬 등의 유독물질을 배출한다. 환경호르몬은 피부염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성호르몬에도 영향을 미친다. 매립을 해도 일회용젓가락과 종이컵은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20년 이상이 걸린다.

  일회용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환경오염은 발생한다. 고려대 임송택(식품자원경제학과 박사과정)씨는 “종이컵 1개의 무게가 약 5g인데, 나무로 종이컵을 만들고 소각하는 과정에서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종이컵 1개당 약 11g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본교생이 하루에 종이컵을 하나씩만 써도 8천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태희 기획팀장은 “사람들은 종이컵이 재활용이 잘되는 물품이라 오해하지만 폐지와 섞였을 때는 수거율이 낮아 재활용이 매우 어렵다”며 “일회용품을 주로 이용하는 연령대인 20대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종이컵 사용에 대한 안일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협은 학생들의 개인 컵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자기 컵 쓰기’, ‘자기 젓가락 쓰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생협은 음료를 살 때 개인 컵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음료값에서 100원을 할인해주고 있다.
 
  한편, 환경을 생각해 개인 컵을 사용하는 학생도 있다. 박지윤(분자생명․13)씨는 생협에 갈 때마다 개인 컵을 가져간다. 그는 “개인 컵을 사용하면 음료도 저렴하게 마실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만 사용하기 때문에 종이컵보다 위생적이다”며 “개인 컵을 들고 다니는 사소한 습관만으로 환경도 살릴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고 말했다.

  환경동아리 이큐브(E-CUBE)는 대학생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큐브는 작년 ‘20대 이화인이 지켰으면 하는 환경과의 12가지 약속’이라는 주제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것을 강조하는 ‘2012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큐브 최상아 회장은 “지금은 일회용 테이크아웃 커피에 사용되는 종이컵홀더를 줄이기 위해 부원이 직접 만든 ‘에코 컵홀더’를 판매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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