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통해 예술가를 위한 무료 법률자문가 김다혜씨, 재능기부 첼로앙상블 이화첼리의 김나연씨, 손글씨 기부하는 안예담씨를 만나다

▲ 김다혜씨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 안예담씨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한국점자도서관은 책을 낭독해 녹음기기로 녹음하는 봉사활동 지원자를 받고 있다. 기부 받은 목소리는 시각장애인이 도서를 좀 더 빨리 읽을 수 있도록 녹음 도서로 만들어진다. 이처럼 기부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돈이나 물건을 통해 나눔을 실천했다면 이제는 본인이 가진 재능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본교에도 이색 재능기부를 통해 사회를 따뜻하게 하는 이화인이 있다. 가난한 예술가에게 무료로 법률 자문을 해주는 김다혜(로스쿨·4기)씨, 국내 대학 최초의 첼로 앙상블로서 기아 구조를 위한 음반을 제작한 ‘이화첼리’의 김나연(관현악․11)씨, 자신만의 손글씨로 사람들이 원하는 글귀를 써주는 안예담(방송영상․10)씨를 만나봤다.  


△비주류 예술가에게 무료 법률 자문하는 김다혜씨 

  “계약이 부당하진 않은지, 작품이 도용당한 것은 아닌지 전문 변호사에게 묻기 부담스럽다면 저희에게 오세요.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

  가난한 예술가가 표절 시비, 부당계약에 보호받을 수 있도록 무료로 법률 자문을 해주는 단체가 있다. 본교 로스쿨생 17명이 연세대 로스쿨생과 함께 활동 중인 ‘젊은 예술가를 위한 법률 상담실’이다. 본교생 대표를 맡고 있는 김다혜(로스쿨·4기)씨는 바쁜 학기 중에도 예술가의 법률 자문가로 일하고 있다.

  젊은 예술가를 위한 법률 상담실은 원래 연세대 로스쿨에서 리걸 클리닉(Legal Clinic·로스쿨 학생의 법률소외계층 대상 자문 활동을 지원하는 대학 산하 기관)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본교와 연세대는 작년부터 함께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 본교 상담실은 리걸 클리닉인 연세대 상담실과 달리 학생 자치 동아리로 운영된다.

  김씨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자문한 의뢰 내용은 ‘음원정액제(음원 재생 횟수와 상관없이 일정액을 지불하고 음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의 부당성이다. 김씨는 작년 6월 유데이 페스티벌(U-day Festival‧홍대 인디밴드가 음악 산업의 공정한 경쟁과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한 축제)에 참여해 음악가에게 음원정액제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 음원정액제가 시행되면서 비주류 음악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더 적어진 것이다.

  “유명 가수는 음원 수익료뿐만 아니라 방송, 공연 등을 통해 돈을 벌 수 있지만 인디 가수는 음원 수익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대형 음원 사이트가 정액제를 빌미로 저작권료를 조금만 지불해도 수입을 위해 정액제에 동의할 수밖에 없어요.”

  예술가의 상당수는 부당계약이나 저작권 침해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그를 찾는다. 계약서 검토를 부탁하는 이도 있다. 부당 계약이나 표절 사례가 빈번하지만 이 중 실제로 소송 의지가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젊은 예술가는 소송을 준비해봤자 불리한 것을 알기 때문에 사전 법률 지식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합니다. 법률 지식을 미리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계약상 불이익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학업을 병행하며 실제 사건을 맡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김씨는 재능기부를 통해 자신이 더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예술가에게 감사해요. 로스쿨 안에서만 공부하다보면 법률 지식을 실제 사건에 응용하는 능력이 제일 취약해요. 의뢰인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공부하다보면 실제 사건에 법률을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었어요.”

  김씨는 모든 예술가들이 망설이지 않고 법률 상담실에 자문하길 바란다. 대부분의 의뢰인이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상담실을 찾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예술가를 상대로 한 부당 계약과 2차 저작권 침해 피해가 상당한 만큼 예술가도 사전 법률 지식을 미리 알아두라고 강조했다.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법률 상담소라고 해서 정말로 젊은 예술가만 자문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저희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든 예술가의 고민 상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든 자문을 요청하세요!”


△기아 구조를 위한 음반 제작한 ‘이화첼리’의 김나연씨

 ‘Amazing Grace, Songs From A Secret Garden, Libertango…….’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이화첼리’를 치면 약 30곡의 음악이 검색된다. ‘Share the love(사랑을 나눠요)’와 ‘All of These Moments, On the Road(길 위의 모든 순간들)’란 앨범에 포함된 이 곡들은 본교 관현악과 학생으로 구성된 첼로 앙상블 ‘이화첼리’가 기아 구조를 위해 녹음한 재능기부 작품이다.

  김나연(관현악․10)씨는 바쁜 와중에도 불구하고 이화첼리의 총무로 활동하며 첼로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그가 소속된 이화첼리는 2004년에 창단된 국내 대학 최초의 첼로 앙상블이다. 그는 배일환 교수(관현악과)의 지도를 받으며 1년 동안 음반 작업, 자선 음악회 등에 참여해 왔다. “이화첼리는 저희가 가진 음악적 재능을 나누기 위해 10년 동안 꾸준히 연주 활동을 하고 있어요. 첼로과의 모든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이화첼리를 구성하고 있고 졸업하고서도 여전히 남아 재능기부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화첼리는 2007년, 2012년 두 번에 걸쳐 재능 기부 앨범을 발매했다. 앨범에는 아침이슬,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같이 대중에게 친숙한 가요부터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현대 기독교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이 포함돼 있다.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정유진씨, 클라리넷티스트 이상재씨 등이 앨범에 참여해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저희가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다고 해서 정통 음악만을 연주하는 것은 아니에요. 다양한 레퍼토리의 음악을 친숙하게 연주함으로서 많은 사람이 재능 기부 앨범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앨범 녹음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첼로과의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만큼 녹음 작업은 규모가 큰 김영의 홀에서 진행됐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성원이 모두 새벽에 등교해 녹음에 참여했다. “전성원의 연습이 끝나고 나면 파트별로 따로 남아 추가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들 지치고 힘들었지만 모두가 한 마음이 돼 녹음을 마친 후 상쾌한 새벽공기를 잊을 수가 없어요.”

  앨범발매부터 해외 연주회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김씨는 학기 중에도 단원들과 정기적으로 모여 혹독한 연습을 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배 교수와 단원 간 완벽한 호흡으로 연습 분위기는 늘 화기애애하다. “파트끼리 따로 남아 추가 연습을 할 만큼 공연 준비가 만만치는 않아요. 하지만 힘든 연습 속에서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시는 배일환 교수님 덕분에 늘 연습실 분위기가 즐거워요.”

  김씨는 더욱 다양한 장르의 곡으로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이 꿈이다. 그는 이화첼리가 첼로 재능 기부를 통해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화첼리의 앨범을 구매하시면 음원수입료 전부가 전 세계의 기아를 구조하는 데 쓰입니다. 저희의 앨범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봉사에도 함께 참여해주셨으면 해요.”


△교내, SNS 등에서 손글씨 재능기부하는 안예담씨

  “카카오톡도 낭만적일 수 없을까요?”

  안예담(방송영상․10)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친구들의 카카오톡(카톡)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을 보며 씁쓸함을 느꼈다. 수차례씩 바뀌는 상태 메시지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못해서다.

  안씨는 카톡도 낭만적이고 인간적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작년 겨울 친구들이 부탁하는 글귀를 직접 손글씨로 적은 후 이를 카톡 사진용으로 쓸 수 있도록 보내줬다. 그의 친구들은 그들의 사연이 담긴 손글씨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고 꾸준히 이를 유지했다. 이에 보람을 느낀 그는 카카오톡, SNS 등을 통해 손글씨 재능 기부를 시작했다.

  안씨는 작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손글씨를 썼다. 처음에는 페이스북 친구에게만 손글씨를 써줬지만 손글씨 사진이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끌며 손글씨 의뢰가 들어왔다. 이렇게 그가 손글씨를 선물한 사람은 6개월 동안 약 200명에 이른다. “신기했죠. 처음엔 제 손글씨 사진에 친구들만 ‘좋아요’를 눌렀는데 모르는 분도 제 손글씨를 칭찬하는 댓글을 달아주시고 자신의 사연을 말하며 손글씨를 부탁하기도 했으니까요. 제가 SNS에서 사용하는 별명인 ‘닮닮’의 ‘닮’자를 따서 제 글씨체에 ‘닮체’란 별명도 붙여줬어요.”

  응원에 힘입어 그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하여’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한다. 그가 올해 1월에 페이스북에서 진행한 손글씨 기부 행사에는 150명 정도가 참여했다. 그는 한 명 한 명에게 본인의 손글씨가 적힌 엽서와 달력을 선물했다. 손글씨를 원하는 사람이 늘며 이제는 페이스북에서 매주 수요일 선착순 5명을 대상으로 손글씨 기부 행사를 하고 있다.  “전 모든 순간이 이벤트라고 생각해요. 사람의 인생에서 언제 행운이 올지 모르잖아요. 이럴 때는 마치 제가 행운을 선물한 기분이에요.”

  손글씨가 인기를 얻으며 손글씨를 상업적 수단으로 활용해 보라는 주변의 권유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손글씨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생각은 없다. 전문 캘리그라피스트(글씨를 아름답게 도형화하는 전문가)에게 피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자신의 손글씨를 평생의 직업으로 삼는 분들이 있어요. 그 분들은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손글씨를 연습합니다. 그런 노력에 비하면 전 취미 수준이죠. 그분들의 예술성에 누가 될까봐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그는 ‘재능 기부를 하는 이화인’이란 수식어에 대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손글씨를 선물하는 일에 대해 ‘재능 기부’보단 ‘사람 사이에 마음을 교환하는 일’이라고 불러주길 바란다. “손글씨를 써주며 처음 보는 사람의 가장 깊은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손글씨를 통해 제가 받을 수 있는 특혜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수시로 교내에서 손글씨 행사를 할 계획이다. 노란 머리에 까만 안경을 낀 여학생이 크로키북과 붓펜을 든 채 이화의 교정에 앉아 있다면 용기 있게 다가가 보자. 그는 때로는 ECC 선큰가든의 바위 위, 생활환경관 학생식당에 나타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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