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위공직자부터 스타강사, 연예인 등 유명 인사의 논문 표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는 표절에 대한 불감증이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본지는 2일~3일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화인의 표절 의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이번 설문은 ▲표절경험 ▲표절 교육 경험 ▲표절 예방 교육 필요성 ▲인용방법 ▲표절에 대한 죄의식 등 11개의 문항으로 이뤄졌으며, 10개 단과대학 학생 404명이 참여했다.


△캠퍼스 내에도 ‘표절 인식’ 빨간불 … 10명 중 6명이 표절에 대한 죄의식 없어

  이화인의 표절 인식은 미흡한 편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226명(55.6%)이 표절의 기준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박미옥(인문․13)씨도 “표절에 대한 기준 자체를 모르겠다”며 “표절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인식 자체가 무뎌진 것 같다”고 했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에 따르면, 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의 전부나 일부를 그대로 또는 내용을 변경해 자신의 것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것에 비해 표절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응답자 중 표절에 대해 명확하게 안다고 답한 학생은 174명(44.4%)이었다. 하지만 실제 표절 지식을 묻는 질문에 정답을 맞힌 학생은 전체 응답자 중 63명(15.5%)에 불과했다.

  설문에 응답한 본교생 10명 중 4명은 자신이 기존에 썼던 글을 다른 곳에 다시 써서 제출한 적이 있다고도 했다. 자신이 기존에 쓴 글의 다시 이용할 때도 표절에 주의해야 한다. 자신이 기존에 쓴 상당한 부분 혹은 전체를 다시 사용하는 것도 ‘자기 표절(Self-plagiarism)’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자기 표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글을 다시 사용하더라도 원래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

  학생들은 표절에 대해 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 채 표절 행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176명(43.5%)는 책, 문헌 등의 참고 자료나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 자료의 일부를 출처 표시 없이 그대로 자신의 리포트에 인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출처 없이 참고 자료나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인용하는 것은 ‘표절’에 해당한다. 그러나 설문에 응답한 본교생 10명 중 6명은 표절에 죄의식을 느낀 적이 없다고 했다. 박수지(인문․12)씨는 “한국 사람은 인터넷에서 구한 정보에 대해 ‘남의 것’이란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며 “인용에 대한 인식부족이 표절을 더욱 야기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아’다르고 ‘어’다른 표절 기준 … 표절 교육도 부족해

  인용과 표절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학생도 응답자의 31.9%(129명)에 달했다. 이 중 과제를 제출한 경험이 있는 12학번 이상의 학생이 102명(79%)이었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인용 방법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학생도 194명(48.1%)이었다. 이 같이 인용과 표절을 혼동하는 학생들을 위해 2009년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창의재단에서는 ‘인용의 원칙’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직접인용은 1차 자료에 한정하며 타인이 인용한 것을 재인용하면 반드시 그 사실을 밝혀야 한다. 또 영어 등 외국어로 쓰인 문헌을 인용할 때는 인용 부분을 번역해 본문에 끼워 넣고 원문은 각주로 처리해야 한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표절에 대한 교육은 미비하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표절에 관한 교육을 받은 학생은 132명(32.6%)에 불과했다. 본교는 신입생 기초교양과목인 ‘우리말과 글쓰기(우글)’을 통해 참고 자료 인용법에 대해 가르친다. 하지만 학생들은 우글에서 배운 것은 인용 방법에 대한 안내일 뿐 실질적인 표절 교육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양희조(심리․09)씨는 “우글에서 배운 표절관련 교육은 거의 기억에 없다”고 했다. 또 권지현(과교․10)씨는 “수업에서 표절에 대한 처벌 사례 등 실질적인 표절에 대해 알려주면 보다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대학은 학생에게 입학할 때부터 표절 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는 신입생 때 표절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킨다. 또 시카고대(University of Chicago)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으로 ‘대학에서 정직하게 글쓰기(Doing Honest Work in College)’를 나눠준다. 표절 방지를 위한 책으로 신입생 때부터 교육 해 실수로 인한 표절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해외 대학은 재학생에게는 제도를 통해 표절에 대한 마음가짐을 꾸준히 인지시킨다. 하버드대는 매 학기 재학생들에게 ‘표절을 하면 어떤 처벌도 감수한다’는 내용의 ‘학문 정직성 메모’에 서명을 받는다. 시카고대도 2002년 경영대학원부터 ‘명예 조항(Honor Code)’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학생들은 모든 시험이나 과제를 작성하기 전, 종이 위에 ‘절대 양심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문구를 적고 서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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