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자유전공학부가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연세대, 한국외대 등 일부 대학이 최근 잇따라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거나 다른 학부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자유전공학부 학생 대다수가 상경계열 전공으로 몰리고, 자유전공학부의 불분명한 성격, 정체성 등이 주원인이다.
  반면 본교의 자유전공학부인 스크랜튼학부는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토대로 자유전공학부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 관련된 분야를 하나의 영역으로 묶어 공부하는 트랙제도가 그 비결이다.


△인기학과 진입을 위한 관문이 돼버린 자유전공학부

 
자유전공학부는 1년 동안 전공 구분 없이 수업을 듣고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 학부다. 일반적으로 자유전공학부 학생은 의대나 약대, 사범대, 예체능 계열을 제외한 나머지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 2007년~2009년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법학과가 사라지면서 남는 정원을 흡수하려는 목적으로 생겨났다.

  작년부터 서울대, 한국외대 등 자유전공학부가 있던 서울 소재 12개 대학 중 네 곳이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했다. 자유전공학부에 소속된 학생이 취업에 유리한 상경계열로 몰리는 현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기업이 상경계열을 우대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자유전공학부에 다니는 학생들은 경제학이나 경영학 등을 전공하고자 한다. 서울대가 2011년 발표한 통계를 보면, 2009년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한 시기 자유전공학부 학생의 46%가 경제학과 또는 경영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자유전공학부 관계자는 이 현상의 원인으로 대부분의 자유전공학부가 전공 선택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경희대 자유전공 권영한 행정실장은 “전공을 선택하는 시기마다 40~50%의 학생이 상경계열 학과에 지원한다”며 “경쟁률이 높은 학과에 쉽게 진입하기 위해 자유전공학부에 들어오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자유전공학부를 신설 학부와 통합하기도 했다. 연세대는 내년부터 신설하는 글로벌융합학부에 자유전공학부를 흡수할 계획이다. 연세대 정인권 교무처장은 “자유전공학부 학생 과반수 이상이 상경계열 학과로 진입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 진입조건을 강화한 대학도 있다. 고려대는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공 정원에 제한을 뒀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지준영 학사팀장은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한 학생들이 경영학과와 경제학과에 70% 이상 지원했다”며 “그 현상을 막고자 한 전공 마다 30명 이내로만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홍익대 역시 학생이 몰리는 건축대와 미술대 디자인학과 정원을 성적별로 각각 11명, 6명으로 제한했다.

  이외에도 일부 대학은 사전조사를 토대로 자유전공학부를 다른 학부로 전환했다. 2009년 자유전공학부를 개설한 중앙대는 도입 1년 만에 자유전공학부를 공공인재학부로 변경했다.  자유전공학부 학생을 대상으로 전공 선택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33명 중 100명 이상이 상경계열 전공을 지망했기 때문이다. 이에 중앙대는 2학기에 공청회를 진행해 행정학사와 정책학사로 구성된 공공인재학부를 신설했다. 자유전공학부 학생은 자유전공학생으로 졸업하기를 희망한 소수 학생을 제외하고 신설학부로 학적을 변경했다.


△자유전공학부 정체성 불분명해 학생들 진로 결정 어려워

  전공 구분 없이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의 특성이 한계점이 되기도 한다. 이가 다른 전공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서울대 최정연(자유전공․10)씨는 “한 자리에서 같은 전공수업을 들으며 친해지는 다른 전공과 달리 자유전공학부는 개인에 따라 듣는 과목이 산발적이라는 점 때문에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를 특정 분야에 특성화한 학부로 개편한 대학도 있다. 한국외대는 내년부터 자유전공학부를 LD(Language&Diplomacy)학부로 개편할 예정이다. LD학부는 고급 외교관과 고위 공직자를 육성하는 것이 주목표다. 한국외대 전략기획팀 관계자는 “자유전공학부가 단순히 여러 전공의 교과 과정을 하나로 결합한 형태였기 때문에 정체성이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며 “학부개설 초기 감수했던 부분이었지만 문제를 끌어안고 자유전공학부를 운영하는 것보다 학부를 개편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은 자발적으로 자유전공학부의 개편을 건의하기도 했다. 성균관대는 작년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자유전공학부를 글로벌리더학부로 전환했다. 글로벌리더학부는 로스쿨 진학을 대비하는 ‘법무 트랙’과 행정고시 등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정책학 트랙’으로 나뉜다. 성균관대 교무팀 관계자는 “진로를 위한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원하는 일부 학생은 자유전공학부를 전환한 글로벌리더학부로 진입했고 이외의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전공으로 진학하게끔 했다”고 말했다.

  반면 몇몇 학생은 자유전공학부 폐지가 일방적이며 갑작스럽다고 주장했다. 한국외대는 내년부터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학칙개정공고안을 올해 3월25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한국외대 정바름(자유전공․11)씨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유전공학부생이었는데 학교 측에서 막무가내로 학부 폐지 공지를 올려 당황스럽다”며 “설혹 좋은 의도로 내린 결정일지라도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유현숙 팀장은 “학생에게 여러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자유전공학부의 취지는 좋지만, 그에 맞는 인재상과 교육과정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교육과정으로 자유전공학부 이어가는 본교

  본교의 자유전공학부인 스크랜튼학부는 상호 연관된 전공을 자유롭게 듣고 전공으로 인정하는 트랙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트랙은 ▲통합적 문화연구 트랙 ▲디지털인문학 트랙 ▲사회과학이니셔티브 트랙 ▲과학과 생명 트랙 ▲사회와 정의 트랙 등으로 나뉜다. 학생이 원하는 트랙이 없으면 여러 트랙을 조합해 새로운 트랙을 만들 수도 있다.

  스크랜튼학부는 학생의 전공 선택 쏠림현상이 적은 편이다. 올해 12학번 스크랜튼학부생은 통합적 문화연구 트랙에 21%, 디지털인문학 트랙에 10%, 사회과학이니셔티브 트랙에 5%, 과학과 생명 트랙에 26%, 사회와 정의 트랙에 26%가 지원해 골고루 분포됐다. 스크랜튼학부 김세화 학부장은 “구체적인 교육과정이 있어 전공 편중문제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며 “트랙마다 ‘학문 간 담 낮추기’, ‘Scranton Honors Thesis Symposium’ 등 비교과 행사를 여는 방식으로 학부생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스크랜튼학부 입학생이 아니어도 스크랜튼학부 복수전공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본교 스크랜튼학부의 특징이다. 본교생은 1학년이 끝나고 스크랜튼학부 부전공 신청을 하면 심사를 받고 진입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작년 스크랜튼학부에 진입한 장다솜씨(사회‧11)씨는 “평소 문화 분야에 관심이 있어 스크랜튼학부 통합적 문화연구 트랙에 지원했다”며 “‘Culture&Society’ 등 다른 학생들이 들을 수 없는 스크랜튼 필수 강의 등이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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