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벗’이라 불리는 황희다씨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다크잡곡통밀빵, 부드러운 통밀빵, 뮤즐리 호밀빵. 흔한 빵 이름이 아니다. 이화인 사이에서 이미 유명인사인 ‘빵벗’이 매일 만드는 빵 이름이다. 따끈따끈한 빵만큼 따뜻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빵벗, 황희다(법학․13년졸)씨를 4일 앨리스하우스 에서 만나봤다.

  “대학교 4학년 시절 취업 준비를 할 때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회사에 취직하는 일인지 회의감이 들었어요. 저 자신이 공허하게 느껴졌죠. 스트레스를 풀려고 우리 학교 커뮤니티에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빵 굽는 일이다.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고 싶다’고 글을 적었죠.”

  황씨는 자신이 만든 빵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많은 본교생이 황씨가 올린 글에 ‘벗이 만든 빵 먹어보고 싶다’, ‘한번 팔아보면 어떻겠나’ 등의 댓글을 달았다. 그때부터 그녀는 ‘빵벗’이 됐다. “제가 쓴 글 이후에도 계속 제 빵에 관한 이야기가 커뮤니티에 올라왔죠. 학생의 응원을 보고 용기를 내서 오프라인상으로 빵을 팔았고 반응이 좋았어요. 그 이후부터 나도 잘 하는 게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황씨는 ‘건강한 빵’을 만든다. 황씨가 시중에 파는 음식은 아무것도 먹지 못할 만큼 심한 아토피와 알레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빵을 먹지 못한다는 게 너무 속상했어요. 시중에 파는 빵 중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재료가 들어간 것이 많아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 같은 아토피, 알레르기 환자도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빵을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어요.”

  황씨는 아토피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달걀, 우유, 버터 등 유제품을 빼고 빵을 만들기로 했다. 빵 재료의 필수요소인 유제품을 넣지 않고 맛있는 빵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황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저는 어떻게든 하고 싶은 것은 다 해야 직성이 풀려요.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은 보통 빵 과는 다르게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빵이라 저만의 새로운 요리법을 연구해 봤어요. 처음에는 빵이 너무 맛없어서 가족한테도 외면당하기도 했어요.”

  황씨는 커뮤니티 반응에 힘입어 작년 11월 본교 앞 카페에서 처음 빵을 팔았다. 카페를 빌려 자리를 마련한 황씨는 그날 하루 200인분이 넘는 양의 빵을 팔았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빵이 많이 팔려 깜짝 놀랐어요. 이화인이 제 빵에 이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줄 몰랐죠.”

  이후 황씨는 본격적인 빵 판매를 위해 올해 3월 본교 앞 앨리스 하우스 카페에 숍인숍(shop in shop)형태로 가게를 차렸다. 숍인숍은 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을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가게를 차리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은 많았다. “베이킹 기계, 도구 등을 혼자서 마련하려니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젊은 여자가 혼자 창업한다고 돌아다닌다고 우습게 보거나 만만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죠. 또 부모님께서는 제가 당연히 회사에 취직할 줄 아셨는데 갑자기 창업한다고 하니까 탐탁지 않게 여기셨어요. 가족의 응원을 받지 못한 채 가게를 열게 됐어요.”

  이런 황씨에게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이화인의 응원이다. 지금도 그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통해 받은 댓글이나 응원글을 보면 가장 행복하다. “가게를 차리는 동안 주변에서 아무도 응원을 해주지 않았지만 이화인만은 달랐어요. 제가 처음 빵을 팔았을 때 사줬던 학생들 얼굴 하나하나 다 기억나요.”

  황씨는 지금까지 자신이 받은 이화인의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본교 정문 앞 빅이슈 판매원에게 핫팩, 우비를 기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빵 하나에 핫팩 하나. 제가 생각하고 있는 기부 방식이에요. 올 여름방학 때부터 팔린 빵 개수만큼의 우비, 우산, 핫팩을 제가 직접 전달해 드릴 겁니다. 빵을 사준 이화인의 마음을 제가 다시 빅이슈 판매원께 나눠드리는 셈이죠. 앞으로 제 빵이 더욱 많이 팔리게 되면 도움의 손길을 점점 넓혀가고 싶어요.”

  황씨의 궁극적인 꿈은 일대일 맞춤 빵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는 과거의 자신처럼 건강상의 이유로 빵을 못 먹는 사람에게 몸에 좋은 빵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저도 예전에는 빵을 못 먹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제 빵을 먹으면서 더 건강해졌어요. 저는 당뇨 때문에 단 것을 못 드시는 어머니를 위해서 잼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런 것처럼 빵을 못 먹는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맛있고 건강한 빵을 만들어 준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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