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졌다. 결국 피노키오는 푸른 요정에게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원래의 코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거짓말은 오래전부터 인간이 행하는 악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거짓말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공동체를 유지시키며 때론 기적을 부르기도 한다.


△거짓말은 무의식적인 자기방어기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예를 들어 옷가게에서 2만원 상당의 티셔츠 값을 깎을 때 ‘만원이 제 전 재산이에요’라며 일부러 만원이 든 지갑을 보여준다. 또 계산대에서 점원이 잔돈을 원래 액수보다 더 많이 줘도 잔돈을 얼른 주머니에 넣기도 한다. 「거짓말에 대한 진실」의 저자 마리 프랑스 시르(Marie-France Cyr)는 개인적인 이익을 지키려는 마음이 사람이 거짓말을 하도록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발동되는 방어기제 때문이다. 방어기제란 자아가 위협받을 때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속여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나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방어기제 중 하나로, 사람은 자신이 쌓아온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교양 있어 보이고 싶은 사람은 알베르 까뮈(Albert Camus)나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소설을 읽었다고 말한다. 상사에게 신뢰를 잃고 싶지 않아 교통사고가 나서 회사에 지각했다고 거짓말하기도 한다. 물론 밤새 술을 마셔 늦잠을 잔 사실은 절대 말하지 않는다.


△거짓말은 공동체 사회를 유지하는 필수요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직이 필수일 것 같지만, 오히려 거짓말이 대화의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한다. 「거짓말의 딜레마」의 저자 클라우디아 마이어(Claudia Mayer)에 따르면 사람들은 거짓말을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을 시작한다. 그는 거짓말이 복잡한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거짓말은 딱딱하고 기계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서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만든다. 의례적인 인사말인 ‘어떻게 지내요?’와 같은 질문을 받으면 막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이별한 사람이라도 ‘그냥 잘 지내요’라고 대답한다. 이 간단한 인사말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싫어하는 사람에게 ‘너와 같이 밥 먹기 싫어’라고 하기보단 ‘일이 너무 많아’라고 대답한다. 거짓말은 인간관계의 긴장과 갈등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며 주변 사람과 관계를 원활하게 한다.

  선의의 거짓말도 공동체 유지를 위한 기본 요소가 될 수 있다. 중요한 첫 만남에서 대게 상대방의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을 칭찬하는 행동이 이에 해당한다. 심지어 운동복에 코트를 입은 상대에게도 패션 감각이 창의적이라며 칭찬한다. 위 책의 저자는 이런 거짓말이 우정을 유지시킨다고 말했다. 느낀 그대로 솔직히 표현하는 것보다 상대방을 칭찬하는 거짓말이 서로 간의 심리적 장벽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거짓말이 없다면 공동체 내에서 원활한 소통이 어렵다.


△거짓이 없으면 기적도 없다

  거짓말은 때로 기적을 만들어낸다. 거짓말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인간의 삶에 기적이 찾아올 수 있다. 「사람은 8분마다 거짓말을 한다」는 거짓말이 만들어내는 기적을 설명한다.

  이 책의 저자 감바 와타루(Gamba Wataru)는 거짓말이 낳는 기적의 예로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를 들었다. 플라시보 효과는 의사가 비타민제를 진통제로 속이고 처방해도 환자의 복통이 낫는다는 거짓말의 효과를 말한다. 환자는 이 약을 먹으면 곧 나아질 거라는 의사의 거짓말을 진실로 믿고 스스로 질병을 극복한다.

  이 책의 예시로 나오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도 거짓말의 마법과 같은 위력을 잘 나타내는 현상이다. 피그말리온 효과에 따르면 마음속으로 항상 믿고 기대하면 언젠가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지능검사 후 학습능력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온 학생들에게 ‘가까운 미래에 학습 능력이 향상된다’고 거짓 통보를 하면 정말로 학생들의 시험점수가 눈에 띄게 좋아진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나는 네게 기대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 학생들이 그 말에 부응하고자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거짓말이 없다면 세상은 분명 삭막해질 것이다. 거짓말이 없는 세상을 가정한 영화 ‘거짓말의 발명’에서도 세상이 행복해지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는가. 1일(월)은 만우절이다. 만우절을 맞아 재밌고도 기발한 거짓말을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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