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7일 중강당에서 ‘여성의 삶이 보이는 라디오’ 열려…15개 대학 참여해 여성의 노동과 성폭력 등에 대해 의논해

▲ 성신여대 동아리 메이데이(Mayday)는 3월27일 중강당에서 진행된 ‘여성의 삶이 보이는 라디오’ 1부에서 서울시 다산 콜센터 직원의 사연을 상황극으로 재현했다. 메이데이는 콜센터 직원이 감정 노동자로서 취객의 전화를 받으며 성희롱, 폭언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3.27MHz ‘여성의 삶이 보이는 라디오’의 반지수입니다.”
 
  중강당 무대 좌측의 디제이(DJ)에게 조명이 비춰지며 라디오 방송이 시작됐다. 디제이는 “이 사회에서 빛나지 않는 것들, 주목되지 않는 여성들의 삶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보겠습니다”라는 인사말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여성의 삶이 보이는 라디오 기획단(여성 문화제 기획단)이 대학생 문화제 ‘여성의 삶이 보이는 라디오(여성 문화제)’를 여성의 날 105주년을 맞아 3월27일 오후7시30분 중강당에서 개최했다. 약 200명의 학생이 참석한 이번 여성 문화제는 여성주의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이 참여해 15개 대학에서 자발적으로 기획한 행사다. 이 행사는 라디오 프로그램인 ‘보이는 라디오’ 형식을 빌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귀를 기울이면Ⅰ ▲귀를 기울이면Ⅱ ▲함께 듣는 변화, 울려퍼지다 등 3부에 걸쳐 진행됐다. 학생들은 상황극, 토크쇼 등을 통해 여성의 노동, 성폭력, 변화하고 있는 인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회색지대의 여성노동자와 손을 맞잡다

  디제이는 1부에서 사연 세 개로 여성노동의 현장을 소개했다. 그는 ‘네네 고객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첫 번째 사연에서 콜센터 직원의 감정노동에 대해 설명했다. 성신여대 학생은 실제 콜센터 직원과 인터뷰한 내용을 각색해 상황극으로 재연했고, 무대에는 콜센터 직원과 시민 역할을 맡은 학생이 등장했다. 시민은 콜센터 직원에게 “제가 아까 카페에서 들은 음악의 이름이 뭐죠?”, “아가씨 이름이 뭐야?”라는 등 비상식적인 질문과 언행으로 콜센터 직원을 당황케 했다.

  참여 학생은 같은 상황을 콜센터 직원의 시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두 번째 사연인 ‘콜센터 직원의 편지’다. 상황극에서 콜센터 직원으로 분한 학생은 시민의 술주정에 기계적으로 응대하며 “난 언제쯤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노동조합(노조)을 만들면 바로 잘리겠지?”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여성 문화제 기획단은 세 번째 사연을 통해 여성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세 번째 사연에서는 고려대와 아주대 학생이 청소, 보육노동자와 인터뷰한 내용을 발표하거나 관련 영상을 보여줬다. 고려대 학생은 보육노동자가 임신을 하자 소장이 ‘보기 흉하니 앞치마로 가려라’고 했다는 등의 사연을 피피티로 보여주기도 했다.


△편견에 가려진 여성의 성폭력을 꺼내보다

  디제이는 2부에서 한 여대생의 사연을 소개하며 여성의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레이터가 여대생의 사연을 읽었고 사연내용은 화면에 띄워졌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성폭력 사건을 재구성해 만든 이 이야기는 여대생이 엠티에 가 술을 먹고 쓰러진 사이 남자 선배가 해당 여대생의 가슴을 만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캐스터 역할을 맡은 학생은 성폭력과 관련된 편견에 대해 퀴즈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관객은 퀴즈쇼에서 직접 손을 들고 편견 내용을 맞췄다. 편견은 1위부터 ▲연애관계에서는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성폭력은 여성이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성폭력은 나와 무관한 일이다 ▲성폭력 가해자는 정신이상자다 ▲성폭력은 여성의 야한 옷차림, 억제할 수 없는 남성의 성충동 때문에 일어난다 순이었다.

  디제이는 2부의 마지막 순서로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김두나 활동가과 ‘성폭력 문제의 대책’이라는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했다. 김 활동가는 “현재 제도적인 정책은 단기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며 “평소 성폭력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고민하고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를 시작하는 사람과 희망을 외치다

  사회자는 “여성의 삶이 잘 보이고 잘 들리셨나요?”라는 물음으로 3부를 시작했다. 3부에는 본교 공공서비스노조 이대분회의 손종미 분회장이 연사로 나섰다. 손 분회장은 “유령같이 살던 여성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찾게 됐다”며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아름다운 여성노동자가 되도록 최일선에서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는 본교 여성 문화제 기획단 임솜이 단장과 경희대 여성문화제 기획단장의 연설로 끝을 맺었다. 임 단장은 현 정권의 여성정책이 대다수의 여성의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며 “여성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성문제가 개인의 책임이라는 편견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설이 끝나자 무대 뒤편에는 장미가 그려진 커다란 현수막이 내려와 벽면을 채웠다. 현수막에는 ‘대학생의 연대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장미그림은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일어난 파업의 구호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러나 장미도 원한다.”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때 빵과 장미는 각각 노동자의 생존권과 존엄권을 상징한다. 여성 문화제 기획단은 여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달간 진행한 행사사진을 장미모양으로 형상화해 장미의 권리를 주장했다. 경희대 단장은 “지금 대학생이 한 송이씩 심기 시작한 꽃을 사회 전체로 퍼뜨리기 위해 노력하자”고 소리쳤다.

  성균관대 박귀란(사회·12)씨는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여성문제를 한 자리에서 다룬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으로 여성이 받는 차별 등 여성이면서도 놓치고 있던 부분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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