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한 장관 후보자가 세금 탈루 의혹 등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지난 1월, 인수위원회 시절 물러났던 전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새 정부가 출범한 후 벌써 6명의 내정자가 낙마한 것이다. 이전 정권에서도 이와 유사한 모습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총 9명의 내정자가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등의 사유로 낙마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7명이 도중하차했다. 이들의 사퇴 이유를 살펴보면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탈세 등 불법과 도덕성이 주요 문제였다. 이와 같이 국가 최고의 인물을 뽑는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도덕성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나라 학교교육에서 도덕교육은 계속 축소, 약화되고 있으니 보통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동양사상인 유가의 이상적 인간상은 성인과 군자이다. 이들은 높은 도덕적 자각과 내적 성찰력을 지닌 인격자다. 또한 유가에서는 정치 할 사람은 먼저 자신의 도덕적 수련을 강조한다(修身霽家治國平天下). 공자는 인간을 크게 욕망에 얽매어 이를 만족하기 위해 살아가는 ‘소인(小人)’과, 극기복례를 추구하는 ‘군자(君子)’의 두 유형으로 나누었다. 공자는 인간은 이 두 가지의 모습을 모두 갖고 있지만 소인이 아닌 군자가 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공자는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상은 도(道)가 없어 사람들이 이익을 쫓아 기존의 정치 질서와 사회 규범이 붕괴하였고(天下無道), 인간의 도덕성 회복이 사회 혼란의 극복방법이라 하였다(克己復禮). 

  도덕적 인간은 동양을 넘어 서양에서도 지향하는 인간상이다. 기원전 4세기에 플라톤은 이데아 중 최고의 이데아를 ‘선(善)의 이데아’라고 하였는데, 선의 이데아는 4주덕(四主德, 지혜, 용기, 절제, 정의)을 쌓은 사람이 이를 알 수 있고, 또 실현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우리는 정치인의 비도덕성을 비판하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비도덕적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인의 욕심과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 하다 보니 도덕이나 선(善), 정의 등, 개인 또는 사회의 덕목을 생각할 여유가 부족한 것이다.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니부어(Niebuhr, R.)는 사람들은 본래 동정심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데, 그 동정심과 배려의 마음은 교육을 통해 성장하기도 한다고 하였다. 또한 사람들의 이성적 능력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의감을 갖게 하며, 교육을 통하여 정의감이 길러지는 가운데 사람들을 이기적인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도덕적 인간이 되는 방법은 멀리 있는 것 같지 않다. 영국의 경험철학자 흄은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공유하는 ‘동정심’이 도덕성의 참된 근거라고 말했다. 흄은 개인의 이기심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고통과 쾌락에 대한 감수성을 도덕감이라고도 했다. 우리는 도덕성의 기초가 되는 자아성찰 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하는 마음인 동정심을 통해 도덕성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비도덕성이 만연한 사회에, 개인적 이익에 휘둘리는 ‘소인’이 아닌 정의와 대의(大義)를 추구하는 ‘군자’로 나아갈 때가 바로 지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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