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보이는 라디오로 여성의 삶 이면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3월27일 ‘여성의 삶이 보이는 라디오 기획단(여성 문화제 기획단)’이 여성의 날 105주년을 맞아 대학생 문화제 ‘여성의 삶이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했다. 이 문화제에서 이들은 여성이 일하는 현장을 상황극으로 연출했다.

  이들이 비춘 여성의 노동 현장은 변변찮았다. 한 학생은 전화상담실 직원과 시민의 대화를 상황극으로 재연했다. 이 직원은 ‘아가씨 이름이 뭐야?’ 같은 비상식적인 질문에 답해야 했다. 다른 학생은 한 소장이 임신한 보육노동자에게 배를 앞치마로 가리라는 말을 들었던 사연을 소개했다.

  서비스직이 산업의 축으로 떠오르며 노동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육체적, 정신적 노동 간의 관계는 물론이다. 「노동과 페미니즘」 중 ‘판매직 감정 노동의 재평가’(박홍주, 2000)에 따르면 이와 같은 서비스 경제화가 급속하게 확산되며 기존의 육체적‧정신적 노동의 이원적 노동 범주도 변화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육체나 정신 중 하나만을 사용하는 노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노동 구조가 자리 잡고 있는 사회 속에서 양극에 내몰리는 존재는 여성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암묵적으로 여성이 가사 전담자라고 인식한다. 베스트셀러인 여성 자기계발서에서도 결혼, 출산, 양육에 관한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혹자는 여성이 삶에서 일과 양육 등 가사를 양립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를 여성 개인에게서 찾는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겨레>가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에 의뢰해 일하는 여성 279명에게 여성이 임원이 되기 어려운 이유(중복응답)를 물었다. 이들은 남성에게 핵심 업무를 맡기는 조직문화를 첫째 이유로, 남성 최고경영자 중심의 가부장적 재벌 문화를 둘째로 꼽았다.

  흔히 여성이 담당하는 양육과 가사는 여성에게 경력 단절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등 넘어야 할 큰 산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사회는 여성의 이러한 노동을 비생산적인 일로 평가한다. 또한, 육체적 노동만을 교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해 여성이 ‘여자다운’ 특성을 활용해 주로 종사하는 서비스직의 정신적 노동, 즉 감정 노동을 등한시한다. 그럼에도 여성이 개인적인 이유로 사회 내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은 누구의 발상인가. 여성 노동구조에 대한 성찰과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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