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품은 대학 박물관 문을 두드리다
과거와 현재를 품은 대학 박물관 문을 두드리다
  • 조은아 기자, 천민아 기자
  • 승인 201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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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 박물관에서 진행된 ‘터키?한국도예 초대전-전통과 변화’에는 32명의 터키 작가와 95명의 한국 유망작가의 작품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도예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우리 세대의 마지막 공개가 될 동궐도가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전시됐다. 동궐도는 일제가 창덕궁과 창경궁을 무분별하게 훼손하기 전의 모습을 담은 화첩으로 우리나라의 전통이 느껴지는 단아한 색감과 섬세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최형욱 기자 oogui@ewhain.net


  겨우내 적막하던 대학 교정이 개학과 함께 싱그러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학생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새로운 전시가 열렸다. 본지는 고려대 ‘동궐 특별전’, 연세대 ‘윤동주 시인 유고·유품 기증 특별전’, 한양대 ‘터키∙한국 도예초대전’을 소개한다.


△조선의 봄을 만나다
 
  조선시대의 봄은 어땠을까? 고려대 박물관(박물관)에서 5월12일까지 열리는 ‘동궐 특별전’ 에서 질문의 답을 확인할 수 있다. 6호선 고려대역 1번 출구 오른쪽의 계단을 올라가면 아치형 창문이 달린 회색건물의 박물관이 보인다. 이곳에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가 1820년대 후반에 도화서 화원을 시켜 창덕궁, 창경궁을 그린 그림인 ‘동궐도’가 전시되고 있다. 고려대 박물관에 따르면 국보 249호인 동궐도는 훼손 우려로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민간에 공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전시회에서는 두 가지 형식으로 그린 동궐도를 볼 수 있다. 고려대가 소장하고 있던 ‘인(人)’본과 동아대가 소장하고 있던 ‘천(天)’본 혹은 ‘지(地)’본으로 추정되는 작품이 한 자리에 전시됐다. 둘은 색채 표현이 조금 다르다. ‘인(人)’ 본은 색채 표현이 조금 더 짙고 ‘천(天)’ 혹은 ‘지(地)’본이 은은하다. 동궐도의 천(天)∙지(地)∙인(人)의 세 개 본 중, 현존하는 두 개가 한 곳에 공개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궐도는 일제강점기에 훼손되기 전 아름답고 눈부셨던 봄날의 궁궐 모습을 담아냈다. 박물관 지하1층 벽면에 넓게 펼쳐진 동궐도는 창덕궁과 창경궁의 봄날 광경을 묘사한다. 동궐도에는 왕과 왕후가 생활하던 내전, 왕과 신하가 대외 정치 업무를 보던 외전 등의 모습이 세밀하게 그려졌다. 내∙외전 뒤로 두 궁을 잇던 후원이 보이고 그림 중앙에는 측우기, 해시계 등이 있다. 가로 5.76m, 세로 2.73m 크기의 작품은 그림 속 기왓장 하나하나를 셀 수 있을 만큼 정교하다.
 
  섬세하게 그려진 고운 선과 화사한 색감도 주목할 만 하다. 군데군데 그려진 나뭇잎은 같은 모양 하나없이 개성 있다. 작품 곳곳에는 봄의 풍경을 알리듯 분홍 진달래, 노란 개나리가 그려져 있다.
 
  동궐도의 배경인 창경궁은 이후 일제에 의해 동물원으로 개조되는 등 수모를 겪었다. 후원은 일제에 의해 ‘폐쇄되고 비밀스러운 곳’이란 부정적 의미를 담은 비원이 됐고 무분별한 개방으로 손실됐다.
 
  고려대 박물관에서는 동궐 뿐 아니라 북궐인 경복궁, 서궐인 경희궁 등 조선의 궁전을 느껴 볼 수 있다. 동궐도 외에도 경복궁의 배치도, 김정호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수선전도(서울지도) 그리고 내∙외궁에서 사용했던 왕실 물품 등도 함께 전시된다.


△윤동주의 인생은 짧았지만 예술은 길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날에도 시인 윤동주는 지식인으로서 식민지 현실에 대해 고뇌했다.
 
  ‘윤동주 시인 유고·유품 기증 특별전’이 연세대 연세·삼성 학술정보관 1층 조용선 전시실에서 3월20일까지 열렸다. 전시회에는 자신의 순수한 마음과 저항 정신을 아름다운 시어로 담은 윤동주의 육필 원고와 유품이 전시됐다. 윤동주는 연세대의 전신 연희전문학교 졸업생으로, 이번 특별전은 그의 유족이 윤동주의 유품을 모교에 기증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벽면을 차지한 지도가 보인다. 지도에는 전시품인 육필 원고와 유품이 옮겨 다닌 장소가 화살표로 표시됐다. 이 지도를 통해 육필원고와 유품이 우여곡절 끝에 한 자리에 모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윤동주가 직접 묶어낸 「하늘과 바람과 별과 時」는 일제강점기 일본 경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윤동주의 친구였던 정병욱 선생의 고향집 마루 밑에 숨겨진 뒤 해방 후 빛을 보게 된다. 또한 북간도 용정의 생가에 보관되던 그의 시 노트는 여동생이 봇짐 속에 감춰 간신히 서울로 가져왔다.
 
  전시장의 입구에는 윤동주의 어린 시절과 청년 때의 사진이 전시됐다. 현재 남아있는 윤동주의 사진은 많지 않다. 그의 가족이 남하하는 도중 일본의 검문이 두려워 유품 대부분을 버렸기 때문이다.
 
  윤동주의 땀이 밴 원고 노트도 볼 수 있었다. 그의 첫 번째 원고 노트인 ‘나의 습작기(習作基)의 시(時) 아닌 시(時)’와 두 번째 원고 노트인 ‘창(窓)’은 색이 바랜 채 남아있다. 빛 바랜 종이 위에는 윤동주의 시작(詩作) 날짜와 그가 여러 번 퇴고한 흔적이 보인다.
 
  윤동주는 시뿐만 아니라 산문도 썼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품도 있다. ‘달을 쏘다’는 그가 연희전문학교 시절 문화개론 수업의 학기말 시험에 냈던 답안으로 1939년 1월23일 <조선일보> 학생란에 발표했다.
 
  한쪽 벽면에서는 윤동주가 생전에 소장했던 다양한 도서를 볼 수 있다. 「백석시집」, 「정지용시집」, 「영랑시집」 등 현재까지 유명한 시인의 시집 외에도 일본어로 된 여러 책이 있다. 책 속표지에는 책을 구입한 날짜와 윤동주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이런 면에서 시인의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을 느낄 수 있다.
 
  전시장 중간에는 그의 자선시집(自選詩集) 「하늘과 바람과 별과 時」의 원본이 전시됐다. 정음사에서 펴낸 초판본 뿐만 아니라 증보판(일단 출판했던 인쇄물 등의 내용에 새로운 것들을 추가하여 다시 출판한 것)과 문고판(문고 형식으로 간행하는 책의 판)도 볼 수 있다.
 
  전시를 관람한 연세대 최윤수(전기전자·08)씨는 “윤동주 시인의 친필 원고를 보니 시인의 마음이 더욱 와 닿았다”며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의 아픔이 더 슬프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터키 초대전, 도예의 진수를 보여주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 안에 있는 한양대학교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 들어서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반짝이는 부엉이 한 쌍이 관람객을 반긴다. ‘터키∙한국 도예초대전’ 에 전시된 부엉이 도자기다.
터키대사관, 터키항공이 후원하고 한양대학교박물관과 사범대 응용미술교육학과가 주최한 이번 ‘터키∙한국 도예초대전’은 터키와 한국 작가들의 현대 도자 공예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터키 작가 32명과 한국 원로작가 및 신진작가 95명의 작품이 전시됐다.
 
  전시에서는 독특한 한국 작품이 눈에 띄었다. ‘청화백자와 면류관’(이부연 작)은 ‘전통과 변화’라는 주제를 잘 나타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백토로 만든 자기에 코발트색 안료로 그림이 그려진 전통적 청화백자다. 자기 입구 근처에는 가시면류관(예수를 처형할 때 로마 군인들이 그에게 씌운 가시로 만든 관)이 씌워져 있는데 뾰족하게 형상화된 가시면류관은 우리나라 전통의 청화백자 위에 얹혀 신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철학이 돋보이는 터키 작가의 작품도 있다. 부르쿠 카라베이(Burcu Karabey)의 작품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은 마치 해면 스펀지를 확대한 듯 구멍이 숭숭 뚫린 조형물의 형태가 인상적이다. 불투명한 점토에 커다란 구멍을 여러 개 내서 ‘투명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려 한 것이다. 그는 전시 관련 세미나에서 “닫혀 있으면서도 투과성이 있는 조형은 ‘삶과 변태(metamorphosis)’를 반영한다”고 했다.

  두이구 카라만(Duygu Kahraman)의 ‘디스이즈세라믹(this is ceramic)’은 이미지를 도자기 표면에 전사하는 모노프린트 기법을 사용해 산업 발전 이후의 도자기 발전 양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거칠고 딱딱한 질감에 상자 모양의 도자기에, 역설적으로 ‘fragile’(깨지기 쉬운)이라는 단어가 전사됐다. 두이구 카라만는 “전통적 도자기의 구조를 벗어나 새로운 철학적 사고를 준다”며 그 의의를 밝혔다.

  박물관 2, 3층에 걸쳐 전시된 조형물은 마치 낯선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전시는 4월 13일(토)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