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실 좌석에는 사람 대신 책과 생필품이 놓여있다. 자리는 비었지만 다른 사람이 앉을 수 없게 책이나 담요 등으로 영역 표시를 하거나 물건을 치우지 말라는 쪽지가 붙어있다. 본지는 이번 호를 통해 법학관 열람실 사석화 문제의 심각성을 보도했다.

  열람실 사석화 문제는 오래전부터 해결되지 않는 문제 중 하나다. 학생은 자신이 공부할 자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공공이 사용하는 열람실에 개인 물품을 가져다 둔다. 이런 현상은 특히 시험기간에 심각하게 나타난다. 스탠드, 안마기부터 목베개, 여러 권의 전공 책 등이 열람실 책상과 의자에 놓여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자리를 선점하지 못한 학생은 막상 자리 주인이 없는데도 개인 물품 때문에 앉지 못하는 것이다.

  일부 열람실은 이를 막기 위해 좌석발급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ECC 이화·신한 열람실은 이용시간과 외출시간을 제한하고 있으며, 경영대학은 작년 열람실에 좌석발급기를 설치했다. 이외에도 이화·포스코관 열람실, 중앙도서관 등이 좌석발급시스템으로 시간을 제한해 열람실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또한 완벽하게 통제가 되는 방법은 아니다. 이화·신한 열람실의 외출 시간을 늘려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실제로 열람실에 입실하지 않았는데도 학생증만 찍고 나오는 편법을 쓰는 학생도 있다. 외출 시간은 짧은 데 비해 입실한 것처럼 편법을 쓰면 수업을 듣고 와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좌석표를 발급받지 않고 자리에 착석하거나 이용 시간이 지났는데도 물건을 치우지 않는 학생도 있다.

  다른 대학도 사석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립대는 지난 달 22일 총학생회 차원에서 중앙도서관 등 열람실의 사석화를 관리하겠다고 공지했다. 이에 시립대 총학생회 복지국은 날짜를 정해 사석화 자리 물품을 일제 거둬가고 2주 보관, 그 이후 찾아가지 않는 물품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톨릭대 등 일부 대학도 도서관 사석화 방지 캠페인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석화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몫이다. 시험 기간이면 극에 달하는 좌석 경쟁 속에서 누가 피해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잠깐의 편리함 때문에 비겁한 수를 쓰기보다는 타인을 위해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생각은 곧 사람은 없는데 물건만 쌓인 물류 창고 같은 열람실을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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