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K 트랜스 이주와 로컬리티 연구단 전체 책임자 이영민 교수를 만나다

▲ 7일 이영민 교수가 연구실에서 이주민 문제와 트랜스 로컬리티(trans-locality)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을지로 3가에는 10층짜리 ‘몽골타워’가 있고, 일요일 아침 혜화동 성당에 가면 필리핀 사람들이 모여 있죠. 우리나라에는 인구의 40%가 이주민으로 구성된 지역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약 100명 중 1명은 이주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본교 SSK 트랜스 이주와 로컬리티 연구단이 8일 ‘글로벌 시대의 이주자 민족경관의 사회성과 공간성’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한 이번 심포지엄은 여섯 명의 연구자가 인문지리학과 사회학적 관점에서 국내외 이주 관련 현상들을 분석하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단 전체 책임자인 이영민 교수(사회과교육과)를 7일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도시지리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이주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 교수는 이주민 연구의 주요 개념인 ‘트랜스 로컬리티(trans-locality)’를 강조했다. 트랜스 로컬리티는 추상적 개념의 초국가주의(trans-nationalims)를 구체화한 것으로 이주민이 기존 생활 터전에서 새로운 생활 터전으로 이주하면서 생기는 지역 간의 관계에 주목한 개념이다. 이 교수는 기존의 이주민에 대한 연구가 추상적인 관점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 관점인 초국가주의(trans-nationalism)는 국가와 국가 간의 이주로만 주목했어요. 하지만 이주민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주민은 국가 단위보다는 지역 간 교류의 매개체로 바라봐야 한다. 이주민으로 인해 이주민이 살던 곳과 현재 사는 곳 모두에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는 이주민들을 우리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그들이 한국 어디에 정착하는지만 관심을 가집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이주가 한국 뿐 아니라 살던 도시에 영향을 준다는 거죠. 이주민들이 고향 사람들과 단절돼 사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 교수는 트랜스 로컬리티의 예로 연변 조선족 사례를 들었다. 한국으로 이주한 조선족은 한국에서 가사도우미 일로 번 수입의 대부분을 연변의 가족에게 보낸다. 연변으로 유입된 돈은 중국의 도시를 경제․사회적으로 변화시켰다. “연변의 수도인 연길은 도시 경관이 서울과 비슷할 정도입니다.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가 됐습니다. 이주민들 덕분에 사회적 교류가 활발해져 중국에는 스타벅스가 아니라 롯데리아 같은 한국 토종 프랜차이즈들이 번창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이주민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그들을 향한 시각을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이주민이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주민을 타자화합니다. 우리와 다름을 강조하고 선을 긋죠. 같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다르다는 경계를 지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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