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화폭에 피어난 봄을 마중하다
미술관이 화폭에 피어난 봄을 마중하다
  • 조윤진 기자
  • 승인 201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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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기운이 꽃샘추위를 피해 미술관으로 성큼 들어왔다. 봄을 맞은 전시관 곳곳에서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0일(수) 춘분(春分)을 맞아 봄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회 세 곳을 소개한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매화를 탐하다

▲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선릉역 1번 출구에서 약 50m 직진하면 오른편에 포스코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 2층에 자리한 ‘포스코 미술관’ 입구에는 소박한 매화나무 한 그루가 붉은 꽃봉오리를 틔워 봄을 알리고 있다.

  포스코 미술관은 매화도(梅花圖) 전시회 ‘梅花(매화), 피어 천하가 봄이로다’를 한창 진행 중이다. 20일(수)까지 열리는 이 전시에서 옛 매화도를 통해 화폭에 펼쳐진 선인의 절개와 지혜를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은 약 90점으로 ▲근대 이전 ▲근대 ▲근대 이후로 나뉘어 전시됐다.

  첫 번째 전시관에서는 근대 이전의 매화도를 다룬다.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힘찬 붓놀림이 돋보이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화폭에 담긴 매화나무에는 위를 향해 곧게 뻗은 가지에 하얀 매화가 촘촘히 피어있다. 이 작품은 설곡 어몽룡이 16세기 중반에 그린 묵매도(먹으로 그린 매화 그림)로, 굵은 가지가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솟아 있다. 조선 초․중기 사대부는 지조를 뜻하는 흰 매화를 매난국죽(梅蘭菊竹)의 하나로 즐겨 그렸다.

  근대의 매화도를 다룬 두 번째 전시관에 들어서면 붉은 매화가 바로 보인다. 조선 말기부터 화가들은 여성을 상징하는 홍매를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전시관 왼편에 가느다란 가지 끝까지 섬세하게 그려진 이 홍매도는 19세기 말 화가인 정학수의 작품이다. 화폭에는 오른쪽 하단에서부터 사선으로 뻗어 올라가는 매화나무 가지를 따라 핀 진한 분홍빛의 매화가 담겼다.

  두 번째 전시관에는 매화나무가 그려진 8폭의 병풍이 붉은 벽을 배경으로 서있다. 병풍 속 매화나무는 가운데 굵은 가지를 중심으로 가느다란 가지를 양 옆으로 늘어뜨리고 있다. 가느다란 가지 끝에는 매화 송이가 점점이 피어있다.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에 황영두 화가가 일제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그린 ‘일지병매(一枝屛梅)’다. 병풍의 오른쪽 하단에 그가 적은 시조에는 매화의 고상한 모습을 배워 일제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나 있다.

  미술관에서는 현대 작가의 매화도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전시관에 있는 홍매도에는 푸른색을 띄는 매화나무 가지에 연분홍색 매화꽃이 듬성듬성 피어 있다. 이 매화도는 20세기 초 박노수 화가의 작품으로 대담한 구도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았다.

  전시를 관람한 홍정연(서울시 송파구․26)씨는 “수묵화 전시라고 해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검은 가지에 붉게 핀 매화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전시를 보고 나니 정말 봄이 눈앞에 다가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색실로 한 땀 한 땀 봄을 수놓다

▲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압구정파출소 건너편 골목을 따라 약 80m를 걷다 보면 왼편에 ‘에프앤아트 스페이스(FnArt SPACE)’가 보인다. 유리문을 열고 내려가는 계단 중간에는 ‘春(봄)’이라는 흰 벽에 연두색 글자가 적혀있다. 계단 끝에 자리한 빨간 철제 문을 열면 지하 전시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에프앤아트 스페이스 갤러리는 4월6일(토)까지 김성실, 송유림 신인작가의 작품을 모아 전시 ‘春(봄)’을 진행한다. 두 작가는 각기 다른 주제의 작품을 만들었지만 따뜻한 이미지의 천 소재와 밝은 색상 등의 공통점을 살려 전시회 이름을 봄으로 지었다. 전시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며 관람객은 전시관 구조를 따라 송유림, 김성실 작가 순으로 작품을 번갈아 볼 수 있다.

  전시관 왼편에서는 송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바닥에 놓인 약 20개의 빈 유리병이 눈에 띈다. 각기 다른 크기의 유리병은 맨 바닥에 놓여있거나 손뜨개 받침위에 얹어져 있다. 송 작가의 ‘a bleak house’다. 그는 개인의 욕망, 불안 등을 그린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소설 ‘황폐한 집(Bleak House)’의 제목을 빌렸다. 그는 비어있는 유리병으로 황폐한 집을 표현해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불안을 보여준다.

  전시관 오른편에는 김 작가가 천에 흙을 담고 실로 기워 만든 작품이 전시됐다. 오른쪽 벽에는 권총과 자동차 모양의 봉제인형 7개가 듬성듬성 붙어있다. 아이의 상상력과 작가의 해석을 합친 작품으로, 각각 ‘the gun’과 ‘the car’다. 색색의 천이 조화롭게 기워진 봉제인형은 초등학생이 만든 듯 도안부터 삐뚤빼뚤하다. 김 작가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봉제인형으로 재료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전시는 마지막 작품인 송 작가의 ‘stand in a tale’로 마무리된다. 오른쪽 벽면에는 색실로 촘촘히 수놓은 실크샤(실크로 만들어진 망사 천)가 걸려있고, 실크샤에는 서로를 등진 두 마리의 새가 옅은 잉크로 그려졌다. 두 새의 꼬리는 다양한 색으로 화려하게 수놓아지다 끝으로 갈수록 형태를 잃어버린다. 송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그가 생각하는 불안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관람객이 불안에 대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에프앤아트 스페이스 김유나 큐레이터는 “이 전시는 최근 사라지고 있는 바느질을 예술 활동으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부드러운 천을 다채로운 색의 실로 깁고 꿰어 만든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봄기운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붓 끝에서 피어난 야생화가 도자기에 봄을 불어넣다

▲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을지로입구역 7번 출구에서 약 100m 직진하면 롯데백화점이 보인다. 롯데백화점 12층에 도착하면 파란 벽에 그려진 왕관모양의 로얄 코펜하겐(Royal Copenhagen) 도자기 마크가 전시회를 알린다.

   롯데갤러리 본점이 봄을 맞아 왕실도자기 전시회 ‘덴마크 헤리티지(heritage), 꽃으로 피어나다’를 25일(월)까지 진행한다. 이 전시회는 덴마크 왕실의 공식식기인 ‘플로라 다니카(Flora Danica)’와 ‘블루 플루티드(Blue Fluted)’를 소개한다. 플로라 다니카에는 생화를 그대로 도자기에 담아낸 듯 도자기 중심에 다채로운 색의 꽃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블루 플루티드에는 푸른색의 작은 꽃송이가 가느다란 줄기로 그릇을 감싸듯이 피어 있다.

  전시회장 왼편에는 도자기와 물감이 어지럽게 놓인 플로라 다니카 장인의 작업실로 연출됐다. 장인은 이곳에서 식물도감을 보며 사기그릇에 야생화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플로라 다니카라는 도자기 이름 역시 이 식물도감의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진열된 사기그릇을 통해서도 도색과정을 볼 수 있다. 책상 옆에는 미완성된 사기그릇 약 15점이 진열됐다. 진열된 그릇을 순서대로 보면 그릇에 유화를 입히기 전까지의 단계를 순차적으로 알 수 있다.

  전시관 왼쪽 끝에서는 완성된 플로라 다니카 도자기를 볼 수 있다. 이 중 하얀 사기그릇 12점은 파란 벽과 색채대비를 이룬다. 각각의 그릇에는 덴마크의 야생화가 꽃잎 하나까지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이 그릇은 약 300년 전 덴마크 왕실에서 사용하던 플로라 다니카 도자기를 현대식으로 만든 것이다. 사기그릇이 걸려있는 벽 오른편에서도 실제 왕실에서 사용한 플로라 다니카 도자기를 사진을 통해 볼 수 있다.

  도자기를 가지고 직접 식탁을 꾸며볼 수도 있다. 기념도자기가 붙어있는 벽 왼쪽에는 도자기로 가득 찬 식탁과 빈 식탁이 있고 식탁 뒤 파란색 벽면에는 ‘믹스앤매치(Mix&Match)’라는 단어가 보인다. 이곳에서는 관람객이 로얄 코펜하겐 도자기로 직접 테이블 세팅을 해볼 수 있다.

  로얄 코펜하겐 최예람 PR매니저는 “도자기에 담긴 야생화를 통해 봄을 떠올릴 수 있도록 전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