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녹음 파일을 배포, 거래하는 것은 모두 저작권법에 위배…인식 개선 필요

▲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ㄱ(방송영상‧11)씨는 지난 학기 수업에 지각하는 바람에 강의 시작부분을 듣지 못했다. 그는 강의 녹음 파일을 구하기 위해 사이버캠퍼스 수강생에게 쪽지를 보냈다. ㄱ씨는 같은 수강생에게 녹음 파일을 받고 커피전문점 기프티콘(음료 같은 상품을 모바일로 구입할 수 있는 모바일 메시지 쿠폰)으로 사례했다.

  강의 시간에 수업 내용을 녹음하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스마트폰을 통해 녹음이 간편해지면서 강의를 녹음하거나 녹음 파일을 학생들끼리 거래, 교환하는 일이 늘고 있다. 저작권법 제30조에 따르면 저작물을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문제되지 않는다. 단, 녹음 파일을 배포, 거래하는 것은 모두 저작권법에 위배된다.


△강의는 지적재산권에 보호를 받는 저작물…거래시 저작권법 위반

  ㄴ(화학․12)씨는 수강신청 날 원하는 과목을 신청하지 못해 첫 수업에 들어가지 못했다. 수강변경기간에 과목 신청을 성공한 그는 첫 수업 강의 녹음 파일을 찾는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마침 자신이 찾던 수업 녹음 파일을 가진 사람이, ㄴ씨가 들었던 수업 녹음 파일을 찾고 있어 파일을 서로 교환했다.
녹음 파일 교환․매매는 인터넷을 통해 빈번하게 이뤄진다. 실제로 4~15일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의 벼룩시장에 올라온 강의 녹음 파일 거래 글은 19건이었다. 학생들은 현금, 기프티콘 등을 사례로 제시하며 강의녹음 파일을 구하고 있었다.

  이처럼 교수의 강의를 녹음해 거래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된다. 본교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거래되는 강의 녹음 파일은 교수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거래되는 행위다. 강의는 교수가 학문을 설명하면서 교수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저작권법 제4조에 따라 강연 저작물에 해당한다. 이 저작물을 녹음 파일로 복제해 공유․교환․거래하는 모든 행위는 법에 위반된다.

  학생의 거래 행위는 저작물에 대한 소유권인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저작물은 저작권법 저작재산권 제16조에 의해 창작할 때부터 저작권이 발생되기 때문에 교수는 강의를 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강의 내용에 대한 저작권을 가진다. 일부 학생이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거래하는 행위는 저작재산권을 위반하는 것이다.

  저작물을 보호받기 위해 수업시간 내 강의 녹음을 전면 금지하는 교수도 있다. 이상용 교수(문헌정보학과)는 “녹음 파일이 유포돼 피해를 입은 사례를 접한 적이 있다”며 “교수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녹음 파일을 배포하는 학생은 처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이수현 주임은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하게 이용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강연자의 허락 없이 녹음한 강의를 유포하는 행위는 저작물 복제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는 거래 사실을 모르고, 학생은 잘못을 모르고…규제 방법도 없어

  녹음 파일 거래는 불법이지만 이에 대한 교수와 학생의 인식이 부족해 거래는 계속되고 있다.

  교수는 자신의 수업 녹음 파일이 학생들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이건호 교수(언론정보학과)는 “학생이 수업 중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따로 학습할 수 있도록 녹음을 허락했는데 매매되고 있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 장진숙 주무관은 “저작권법 시행령에 맞게 규제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며 “저작자가 허락 범위 안에서 이용 범위가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수업 녹음 파일 거래가 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ㄷ(언론․11)씨는 “녹음 파일을 거래하는 것이 법에 위반되는 행위인 줄 몰랐다”며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 녹음 파일을 서로 교환한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이에 한국저작권위원회 이 주임은 “무의식적인 저작물 사용으로 인한 저작권 위반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허락 범위 내에서 저작권을 올바르게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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