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 의약사업부 사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이미지는 온갖 리베이트와 접대를 해야 하는 건전하지 못한 직업, 여자에겐 힘든 직업이라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나는 그 ‘힘든’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서 하루하루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고, 3달간 일하며 보고 느낀 것을 전해주고 싶다.

  내가 일하고 있는 안국약품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복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ETC)을 주로 판매하는 국내 기업이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토비콤’으로 대표되는 일반의약품이 자사의 제품이다. 하지만 매출의 90%가량을 차지하는 것은 전문의약품 영업으로 주로 ‘로컬’과 ‘종병’으로 나뉜다. 나는 1차병원을 상대로 하는 ‘로컬영업’을 맡고 있다. 로컬현장에서는 의사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다양한 마케팅툴을 이용해 처방을 이끌어 내는 것이 주 업무다. 최근 정확한 의약품정보를 전달하고 의료시장 전반에 대한 혜안을 가져야 하는 의약품정보전달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MR(medical representative)로 불리고 있다.

  나의 하루를 정리하며 보다 쉽게 MR이 어떤 직업인지 알려주겠다. 오전 8시 30분 잠깐 의사를 만나 아침인사를 시작으로 영업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병원의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저녁 6시까지 의사를 만나 제품을 홍보하거나 새로운 거래를 위한 신규처 방문이 계속된다. 가끔은 의사들과 점심을 같이 먹으며 보다 유대를 강화시키기도 한다. 이 모든 활동을 각자 정해진 지역에서 혼자하게 되므로 철저한 자기관리능력과 원활한 대인관계능력 더불어 의약품에 대한 지식까지 요구되는 만능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하는 직업이다.

  그렇다면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내가 왜 제약회사를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식품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의약, 보건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봉사활동, 교직이수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게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대학보 사진기자로서의 활동은 이 직업을 택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서 다양한 상황과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보단 즐기고, 자유롭게 업무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내 적성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이 제약회사를 선택하게 된 또 다른 이유이다. 최근 추세는 외국계 뿐 국내 제약사도 여성 MR의 비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으며 영업, 마케팅, 홍보 등 다양한 직무로 직무순환의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여성 MR의 장점도 많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에서 감정공감능력과 기분 좋은 글귀를 담은 손편지처럼 세심한 감성마케팅은 큰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선후배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혼자서 끙끙대기보다 교내 취업프로그램을 통해서나 가족, 현업의 선배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길 바란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암담한 내 현실을 꺼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취업이 어려운게 당연한 이 시대에 잠깐의 부끄러움은 아무것도 아니다. 취업만큼 나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는 없다. 무작정 힘들다 생각 말고 이 또한 소중한 경험이라 생각하며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꼭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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