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로서 한국현대사를 연구하고 시민에게 강의할 것”


  광화문 앞 세종로. 태극문양의 대형 현수막이 걸린 신축 건물이 시선을 끈다. 작년 12월에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 근현대 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다. 이곳에는 1945년~현재의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시대순으로 전시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태극기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사용된 축구공까지, 총 6층의 전시실에 근현대 유물과 시민들의 기증품 약 1천백 점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보여준다.

  개관부터 2년간 이곳을 이끌 수장은 작년까지 본교 사회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한 김왕식 초대 관장이다. 그는 20년간 본교 강단에서 한국정치론을 가르쳤다. 김 관장은 작년 12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으로 취임해 현재는 공무원 겸직 금지법에 따라 교수직을 휴직한 상태다. 김 관장을 1월7일 관장실에서 만나 그가 그리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정치학자인 그가 국립박물관장으로 임명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역대 국립박물관장 대부분이 사학계와 문화인류학계 출신이다. 김 관장은 이에 대해 한국근현대사에서 정치학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 80년간 역사에서 정치사는 한국 사회의 발전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정치학자 역시 한국현대사를 연구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김 관장은 정치·경제·사회 등 주제별 전시를 통해 한국근현대생활사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일본에 1년간 방문교수로 있을 당시 에도 박물관을 방문한 후 우리나라에도 당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박물관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에도박물관을 한 바퀴만 돌면 에도시대 일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주제에 걸쳐 당시 사람들의 생활사를 알 수 있죠. 우리나라 박물관도 거창한 역사뿐만 아니라 소소한 생활사도 다룰 수 있어야 해요.”

 이를 위해 그는 옆의 주한 미국 대사관 건물을 박물관으로 개조해 박물관의 규모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박물관은 주제별 전시를 할 공간이 없어 통사적 전시만을 하고 있고 부족한 수장고(유물 보관 창고) 때문에 약 2만 점의 문화재들이 국립중앙도서관과 여주 사립수장고에 흩어져 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이 2017년 용산으로 이전할 계획입니다. 주한 미국 대사관 건물을 우리 박물관에 포함해 세종로가 진정한 문화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박물관 규모 확대를 공론화하고자 합니다.”
 
  그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역사의 굵직한 사건만 보기보다 관심을 받지 못한 보통 사람들의 생활사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그가 50년 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독일로 갔던 광부와 간호사의 기증 전시관을 볼 것을 추천하는 이유다.

  “독일에 파견됐던 광부와 간호사들이 직접 기증한 사용물품을 통해 그들이 타지에서 얼마나 힘들게 생활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고국의 가족들에게 쓴 가슴 절절한 편지도 꼭 읽어보세요.”
 
  한편 광복회 등 일부 역사단체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개관 전 개관 철회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박물관 설립 전 정부가 공개한 설립 계획서에서보다 ‘한국의 경제발전’을 주제로 한 전시관의 규모가 다른 전시관에 비해 커졌다고 주장했다. 특정 인사가 미화되고 민주주의의 가치는 홀대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는 일부 단체들이 박물관이 개관하기도 전에 보고서 초안만 보고 특정 인물의 이름이 몇 번 나오는지만 셌기 때문입니다. 우리 박물관은 실제로 우리의 고난과 시련을 국민들이 어떻게 극복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20년간 대학 강단에 섰던 김 관장은 임기 2년 동안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일반인을 위해 한국 현대사를 강의할 계획이다. 그는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생활사를 반영한 특별 전시회도 열 생각이다.

  “비록 2년간 이화여대를 떠나게 됐지만 저는 이곳에서 끊임없이 현대사를 강의할 것입니다. 시민들의 가족 방문지로 성장할 대한민국박물관의 미래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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