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이 된 ㄱ(국문‧12)씨는 개강이 반갑지 않았다. 학교에 입학한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속내를 털어놓을만큼 깊은 관계를 맺은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ㄴ(철학․12)씨는 며칠 전 친한 친구와 싸우고 페이스북 친구목록에서 친구의 이름을 삭제했다. 이후 친구와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생활하고 있다.

  실존주의 사상의 선구자인 쇠얀 오뷔에 키에르 케고르(Sren Aabye Kierkegaard)는 사람 행복의 90%가 인간관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새학기를 맞이한 이화인 모두 새로운 만남을 앞두고 있다. 기대와 달리 피상적인 인간관계 때문에 외로운 이화인을 위해 현대인이 인간관계에 실패하는 이유,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맺기 위한 방법 등을 책을 통해 살펴봤다.


△마당발이 진정한 인간관계의 정답은 아니다

  인간은 인맥을 중시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人間)’이라는 단어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뜻한다. 이는 인간이라는 말 자체가 관계라는 의미를 담는다는 것이다. 좋은 인간관계는 개인을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하고 사회적으로도 ‘인맥’이라는 이름의 자산이 된다. 그런 까닭에 최근에는 인맥을 쌓기 위한 사교모임이 유행하거나 토론, 합숙 등의 형태로 입사면접을 진행하는 등 업무능력이나 학점보다 인간관계 능력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는 양적인 인간관계 즉, ‘마당발(인간관계가 넓어서 폭넓게 활동하는 사람)’ 같은 사람을 의미한다. 「인간관계를 지배하는 9가지 법칙」의 저자는 한국인이 소속감을 중시하는 이유를 한국 사회의 피라미드형 사회구조에 따른 집단주의 성향 때문으로 꼽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소속된 집단이 많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잘 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한편, 마당발은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울 수 있다. 양적 인간관계에 치우쳐 질적 인간관계를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관계-너무 적은 친구」의 저자는 진실된 인간관계로 질적 인간관계를 강조했다. 저자가 제시한 바람직한 형태의 인간관계는 ▲개인적으로 곤란을 겪을 때 근처에서 부를 수 있는 관계 ▲사전에 알리지 않고 방문할 수 있는 관계 ▲여가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관계 ▲돈을 빌려주거나 어려움이 생길 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다.


△소극적 인간관계의 주범은 개인주의와 SNS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관계를 맺게 된다. 결국 수많은 관계 가운데 자신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경우, 그 관계가 깊이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해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진짜 문제다. 인간관계의 문제는 관계의 깊이에 따라 생기는 것이다.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의 경우 개인주의적인 대학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제대로 친구를 사귀지 못하기도 한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매일 같은 학급의 학생들과 교류하지만 대학교에선 스스로 인간관계를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의 2막 대학생활」의 저자는 대학을 유목사회에 비유했다. 그는 대학생이 각자의 생활에만 관심을 가지므로 겉으로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도 속으로는 외로운 유목민으로 전락한다고 설명했다.

  손쉬운 소통의 도구인 SNS(Social Networking Service)가 가벼운 인간관계의 원인일 수도 있다.「디지털 촌수, 변화하는 인간관계」의 저자는 개인 간의 유대감이 약화된 원인을 SNS의 발달에서 찾았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facebook)에선 ‘친구추가’ 버튼을 통해 손쉽게 타인과 관계를 맺고 목록에서 친구를 삭제해 관계를 끊을 수 있다.

  SNS를 이용한 간접 소통도 단편적인 인간관계를 낳을 수 있다. 짧은 글과 사진으로만 의사를 전달하는 SNS는 감정을 완전하게 교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 책의 저자는 개인 간 감정교류를 위해서는 손짓, 표정 등의 비언어적인 소통이 중요한데 SNS로는 비언어적인 표현이 어려워 단기적인 인간관계가 성행한다고 해석했다.


△건강한 나르시시즘은 긍정적인 인간관계로 이어진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일반적으로 이기심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표현으로 인식하지만 사실상 모든 인간관계는 이기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남의 골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속담처럼 인간은 일차적으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다. 결국 이기심(ego-centeredness)이라는 단어는 자신(ego)에게 집중(centeredness)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생각하는 마음’이라는 점에서 이기심은 나르시시즘과 의미가 유사하다. 「인간관계에서 진실한 마음을 얻는 법」의 저자는 좋은 이기심 즉, 건강한 나르시시즘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건강한 나르시시즘은 자만감이 아닌 자신감으로,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인간관계에까지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사랑은 타인에게 이어질 때 의미가 있다. 위의 저자는 심층적인 인간관계를 위해 ‘나르시시즘의 나비효과’를 강조했다. 이때 나비의 날갯짓은 나르시시즘의 활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신에 대한 사랑을 타인에게 베푸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감이 있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은 남을 사랑할 만큼 아량을 지니게 된다는 말이다.

  나르시시즘의 나비효과의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칭찬이다. 칭찬은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남에게도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방법이다. 인간관계의 천재라 불리는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는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 비판보다 칭찬을 강조했다. “오늘 입고 나온 옷이 참 잘 어울리네요”와 같은 사소한 칭찬을 통해서도 자기애를 남과 나눌 수 있다.

  진심을 숨기지 않는 태도도 타인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관계-너무 적은 친구」의 저자 역시 진실한 관계의 요소로 ‘투명성’을 꼽았다. 투명성은 개인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의미다. 저자는 개인이 스스로를 내보일 때, 타인은 곧바로 방어적인 태도를 버린다고 설명했다.

  자기애를 나누고 타인을 칭찬하는 것, 솔직해지는 것은 모두 자신의 변화에서 시작한다.  결국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스스로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스스로를 사랑하되 과감하게 변화시키는 것. 이것이 당신이 꿈꾸는 진정한 인간관계를 위한 과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