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구 권농동에 위치한 '우주(WOOZOO)' 1호점 최은별 기자 byeol2728@ewhain.net


  일부러 ‘부대끼며 사는 삶’을 택한 이들이 있다. 이들은 한집에 여러 사람 혹은 여러 가족이 함께 살며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셰어 하우스(share house)’에 산다. 셰어 하우스는 이미 미국, 일본 등에서는 보편적인 주거 문화다. ‘우주(WOOZOO)’ 1호점, 성미산 마을의 공동주택 2호점도 이러한 셰어 하우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같은 방에서 같은 꿈을 꾸는 우주 1호점

  서울시 종로구 권농동 골목에는 ‘WOOZOO’라 적혀있는 빨간 대문 집이 있다. 이곳에는 3명의 대학생이 함께 살고 있다. 이곳이 ‘우주 1호점(1호점)’이다.

  1호점은 주거 문제를 다루는 사회적 기업 ‘피제이티 옥(PJT OK)’이 처음 지은 집이다. 작년 11월 완공된 1호점은 한옥을 개조한 주택으로, 크기는 약 15평이다. 빨간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책상이 놓여있는 작은 마당이 있다. 1호점 내부는 거실, 부엌, 방 등으로 구성돼 아기자기하다.

  작년 8월 피제이티 옥은 신촌, 회기동 쪽을 직접 방문해 집을 찾아다녔다. 피제이티 옥의 구성원들은 첫 집인 만큼 의미를 두고 싶었다. 박씨는 “회사 이름 ‘옥’은 ‘집 옥’을 의미하기도 하고, 한국의 얼을 살리고자 한옥 형태의 집을 짓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후, 종로구 권농동에서 적절한 공간과 가격의 집을 발견됐다. 피제이티 옥은 사회적 디자인 기업 ‘엔스파이어(Enspire)’와 협업해 1호점을 재구성하고, 1호점을 1개월 만에 완성했다.

  1호점은 벽을 허물어 공동 공간을 넓혔다. 그 결과 3인 1실의 침대 방, 거실, 부엌이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1호점 거주자 국민대 백도현(회화·13)씨는 “1호점에는 마당, 옥상, 거실 등 함께 있을 수 있는 공동 공간이 많아 함께 사는 형과 이야기할 시간이 많다”고 말했다.

  입주자는 우주타임, 신용 확인 등의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함께 생활하고 사는 ‘파트너’ 인만큼 예방 장치인 ‘우주타임’이 있다. 우주타임은 약 30분 동안 우주 대표와 지원자가 살아온 이야기, 가치관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대표 김정헌씨는 “우주인은 ‘누가 이 공간을 가장 잘 사용할 수 있을까’, ‘다른 입주민도 이 사람과 함께 살고 싶어 할까’를 기준으로 선발한다”고 말했다.

  창업자를 위한 1호점의 세입자는 모두 창업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갖고 있다. 이들을 위해 거실 옆 업무 공간에는 화이트 보드, 긴 책상, LCD TV가 준비됐다. 1호점은 ‘컨셉 하우스(concept house)’라고도 불린다. 컨셉 하우스는 공통된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이 모인 집으로, 10개의 우주당 하나씩 만들어질 예정이다. 컨셉 하우스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관련 종사자에게 조언을 얻는 멘토링(mentoring)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우주는 대학생뿐 아니라 ‘주거 소외 계층’인 사회초년생, 외국유학생 등에게도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컨셉 하우스 외에도 꿈이 정해져 있지 않은 대학생을 위한 셰어 하우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옆집, 윗집이 ‘가족’이 되는 성미산 마을의 공동주택

 ‘휴일, 잘 보내세요!’, ‘2월 회의결과→봄 맞이 건물점검 사항 메모해주세요.’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 마을의 공동주택 2호(2호)의 현관 게시판에는 위와 같은 여러 문구가 적혀있다. 이처럼 한 공동체에서 사는 이들은 게시판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있다.

  2호는 작년 7월 완공됐다. 재작년 설립된 1호에 이은 두 번째 주택이다. 개인 공간과 공동 공간으로 나뉜 2호에 사는 거주자들은 공동․개인 현관 2개를 거쳐 자신의 개인 공간인 집에 들어간다. 건물 안에는 공동 공간으로 사용하는 회의를 하는 ‘느티재’, 베란다, 옥상 등이 있다.

  5층 건물을 사용하는 2호에는 여덟 가구가 살고 있다. 층마다 두세 가족이 각자의 집에서 사는 것이다. 이 중 한 가구를 제외한 일곱 가구는 모두 핵가족 형태다. 나머지 하나는 개인 5명이 함께 모여 한 가구를 만들었다.

  한 건물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2호의 입주자들은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모두 신발을 벗어야 한다. 이들은 2호에서 생활할 때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데 이때 입주자들은 모두 ‘맨발’이다. 공동주택 기획 코디네이터 박종숙씨는 “개인 집뿐 아니라 건물 전체가 자신의 집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미산 마을 공동주택의 특이점은 개인 집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설계하고, 집의 구조를 정한다는 점이다. 건물의 외관은 회색, 짙은 회색 등 각기 다른 색이 겹쳐 있다. 공통된 외관을 가졌다면 하나의 집인 것이다.

  2호에는 공동체적 삶을 누릴 수 있는 공간 또한 많다. 2호의 공용 공간 느티재와 ‘공동 물품 보관소’가 그렇다. 느티재는 입주자들의 공용 공간으로, 손님을 초대해 밥을 먹거나 각자의 집에 큰 행사가 있을 때 모이는 장소다. 이곳은 약 10평 규모로, 깔끔하게 정리돼있다. 매달 한 번 씩 진행되는 입주자 회의 또한 이곳에서 열린다. 박씨는 “공동 물품 보관소에는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물건 및 캠핑 용품 등을 보관하고,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3층에 사는 독립 가구 구성원은 다른 집과 달리, 또 하나의 셰어 하우스로 살고 있다. 복층 구조인 ‘독립 가구’ 집에는 공동 공간과 개인 공간으로 나눠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입주 전 약 6개월간 매주 한 번씩 만나 공간에 대해 회의를 했다. 그 결과, 1층에는 4개의 개인 방을 배치했다. 1인 1실, 2인 1실로 구성된 이 방은 석 달에 한 번씩 방을 바꿔 공평하게 사용한다. 2층은 공동 공간인 주방과 거실로 사용한다. 이들은 공동 공간에서 기타를 치기도 하고, 함께 밥을 먹기도 한다.
 
  생활 속의 불편함은 회의 시간을 통해 해결한다. 회의 시간에는 청소구역을 정하고, 공동생활비로 사야 할 물품 선정 등에 대해 주로 논의한다. 또한, 서로 별명을 부르며 생활하기 때문에 사이가 돈독하다.

  어셰 하우스는 여러 명이 함께 사는 만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서로의 외로움도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별명이 ‘구슬’인 입주자는 “여성 혼자 독립해 살 때 가장 걱정되는 건 안전”이라며 “공동주택에서는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경우 사람과 교류할 수 있어 외로움을 떨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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