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약 46억 년 전에 태양계의 다른 별들처럼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행성으로 생성됐다. 약 38억 년 전에 생명체가 처음 나타났고, 약 50만 년 전에는 현생 인류가 출현했다. 46억 년이라는 지구의 나이를 우리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1년으로 축소하고 1월 1일 0시를 지구 생성 시점으로 하면, 2월 27일경에 첫 생명체가, 12월 31일 23시 2분경에 인류가 출현한 것이 된다. 그리고 서기 2천년은 1년 중 14초에, 20세기 백년은 0.7초에 조금 못 미치는 시간이 된다.

  지난 20세기는 길고 긴 지구 역사와 비교하면 한낱 찰나에 불과하지만, 지구에는 거의 마지막에 나타는 인류에 의해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세계 인구가 15억에서 60억으로 4배 증가했고, 경작면적이 5배, 에너지 사용이 16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배, 물 사용량이 9배, 어획량이 40배, 산업 생산량이 40배 증가했다. 그 결과 지금 지구는 기후변화, 에너지·자원 고갈, 사막화, 물 부족, 생물멸종 등과 같은 심각한 환경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기후변화는 지구 생태계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기상수문재난이 지난 30년간 15배나 증가했으며, 최근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금세기 말에는 지구평균온도가 최대 6.4℃까지 올라가고, 북극의 빙하가 완전히 녹아 해수면도 최대 59cm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지구의 주요 동식물이 대부분 멸종위기에 처할 뿐만 아니라, 인류는 물 부족, 해충 창궐, 전염병 확산, 폭염, 가뭄, 홍수, 태풍, 기아 등으로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것은 우선 선진국의 책임이 크다. 현재 선진국에 살아가는 인구는 20%(약 12억5천만 명)에 불과하지만 지구자원의 86%를 소모하고 있다. 그로 인해 배출되는 폐기물과 폐가스는 지구환경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산업혁명이후 지금까지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 76%가 선진국의 석탄과 석유 사용으로 배출됐고, 현재 기후변화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개도국에서 살아가는 80%(약 57억5천만 명) 인구는 지구자원 14%만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지구환경문제에 대한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존을 위한 심각한 지구 생태계 파괴가 이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대규모 삼림파괴, 사막화, 생물멸종 등이 대부분 개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매년 파괴되는 삼림면적은 1370만ha나 되며, 자연재생과 인공식재를 고려해도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641만ha)보다 넓은 730만ha가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 산림파괴로 줄어드는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20∼23%를 차지하며, 이는 전 세계 자동차 배출량보다 많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도국을 중심으로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개도국에는 지구 신생아 100명 중 97명이 태어나고, 20억 명이 넘는 18세 이전의 지구 청소년들 중 90%이상이 살고 있다. 이들이 자라면서 선진국 생활방식을 따라가고 생존을 위해 지구 생태계를 더욱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

  유엔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수많은 환경협약을 체결하여 세계 각국의 동참을 유도해 왔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경우, 해결은커녕 계속 악화되고 있다. 그래서 유엔은 이번에 보다 실질적이고 강력한 녹색기후기금(GCF)이라는 대책을 내놓게 되었다.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 총 8000억 달러(약 900조 원)의 기금을 조성하여 중병에 걸린 지구를 치유하자는 것이다.

  유엔의 대책이 우리나라에 큰 행운을 가져왔다. 우리 정부가 지난 10월 말 녹색기후기금을 총괄하는 유엔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구 힐링캠프가 우리나라에 오게 된 것이다. 근래에 보기 드문 대단한 국가 경사다. 금융, 컨벤션, 관광, 환경산업 등에서 연간 3800억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얻고, 수천 명에 달하는 고급 일자리가 만들어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유엔기구가 상주함에 따라 국가 위상이 향상되고 안보도 한층 강화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것을 국가 경사로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지구환경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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