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꼬마물떼새는 땅 위에 둥지를 튼다. 이때 포식자가 둥지로 다가오면 어미새는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다친 것 마냥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포식자를 자기 쪽으로 유인한다. 소나 말 같은 초식동물이 걸어오면 둥지를 밟지 못하도록 꼿꼿이 서서 홰를 친다.

  외양이 회백색 털을 가진 생쥐 같은 북아메리카주머니쥐는 천적에게 공격을 받으면 입 밖으로 혀를 내민 채 죽은 척을 한다. 심지어 포식자가 물어도 죽은 연기는 계속된다.

  이처럼 생물은 변화무쌍한 환경, 포식자의 공격, 질병 등에 끊임없이 방어한다. 자연사박물관에서 2월20일에 열린 ‘생물의 방어’ 전시는 포식자의 공격에 대한 피식자의 다양한 방어법을 보여준다.

  전시는 ▲발각 전 피식자의 방어 ▲발각 이후 피식자의 방어 ▲방어에 대한 포식자의 재공격 ▲동물의 방어 놀이터 등 네 가지 코너로 구성됐다. 관람객은 각 코너에서 생물이 포식자의 위협에 방어하는 모습의 사진, 모형 등을 볼 수 있다. 관람객이 스크린에 다가가면 동물이 방어를 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재생되기도 한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먼저 ‘재빨리 도망쳐요’, ‘번쩍 빛을 내요’ 등의 생물의 방어 방법을 형상화한 알록달록한 기호가 보인다. 이 기호는 먹이 사슬을 연상시키는 삼각형 모양으로 생물의 방어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이-러닝(e-learning), 영상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관람객의 참여를 이끌었다. 관람객은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스컹크, 복어 등의 동물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상황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관람객은 또한 암실의 스크린을 통해 목도리 도마뱀이 목에 있는 비늘막을 펼쳐 방어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며 영상 체험을 한다.

  ‘동물의 방어 놀이터’ 코너에서는 풍선을 이용해 복어를 만들 수 있다. 풍선을 불어 복어가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을 체험해 보는 것이다. 이외에도 도슨트가 자연사에 관련된 책을 읽어주는 코너를 시간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생물이 일부러 포식자를 놀라게 하는 방어법도 전시됐다. 호주에 서식하는 파란혀도마뱀은 천적을 만나면 입을 벌리고 파란색 혀를 내민다. 북아메리카에 사는 뿔도마뱀은 혈압을 높여 눈에 피를 가득 모은 다음 물총처럼 내뿜는다. 디디우스모르포나비는 평소에는 날개를 접고 있다가 위협을 느끼면 푸른빛과 금빛을 띠는 날개를 펼쳐 방어 태세를 갖춘다.

  피식자의 방어를 넘어서기 위해 포식자의 공격법도 진화한다. 큰재개구마리는 독성을 가진 먹잇감을 사냥했을 경우 며칠 동안 나뭇가지나 가시에 찔러놓고 독성이 약해지면 먹는다. 수리부엉이는 고슴도치의 가시 돋친 등을 부리로 벗겨내고 먹는다.

  자연사박물관 최재천 관장은 “자연의 생물은 살아남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있는 힘을 다해 달리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인간만 치열하게 사는 게 아니라는 것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를 관람한 박정인(서울시 강서구·54)씨는 “아이가 목도리 도마뱀 영상을 특히 재미있어 했다”며 “아이들이 직접 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좋았다”고 말했다.

  생물의 방어 전시는 11월30일까지 월요일~토요일 오전10시~오후4시(7,8월 방학 기간에는 토요일에 개관하지 않는다) 자연사박물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자연사박물관은 조형예술관 A동 옆에 위치했으며 전시는 4층에서 진행된다.(문의: 3277-4700)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