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올해 본지는 창간 59주년을 맞았다. 본지는 1954년 2월12일 창간호를 시작으로 학내외 소식을 보도하는 데 앞장섰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본지 기자는 보도, 기획기사를 취재·작성할 뿐만 아니라 칼럼을 통해서도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거나 대학생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자성하기도 했다. 본지의 칼럼 코너인 ‘상록탑’은 당시 기자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본지는 1970년~현재까지 이르는 상록탑을 분석해 본지 기자의 목소리를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학생운동과 함께 민주화의 목소리 높였던 1970~80년대

  1970년대는 군부 독재를 반대하는 시위가 진행되는 등 민주화 운동이 활발했던 시기다. 대학 내에도 사회와 함께 민주화의 바람이 불었다. 본지 기자들은 칼럼을 통해 민주화 운동 등과 같은 사회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고민하는 대학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972년 6월19일자 467호에 실린 칼럼 ‘다음 사회를 만드는 대학’은 대학생은 학생운동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현 사회와 구분되는 대학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칼럼은 대학 축제와 선거 기간인 5~6월을 조망하며 독창적이고 질서정연한 가운데 자치를 이룰 것을 강조한다. 1973년 6월11일자 488호 칼럼 ‘사랑과 혁명’을 쓴 기자도 ‘최근의 국내정치, 경제동향에 둔감한 대학생에게 센스 있는 지성인의 매력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사회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1980년대 칼럼에서 더욱 적극적인 목소리가 나타난다. 기자는 당시 사회의 급박한 상황을 지면으로 전달하며 대학에 압력을 가하는 공권력을 비판했다. 1985년 9월16일자 803호에 실린 칼럼 ‘대학은 불타고 있는가’를 쓴 김혜숙 기자는 ‘학원 내 공권력인 경찰의 재투입, 학원안정법의 계속 고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대학의 상황 자체를 지키고, 이끌어 나가려는 신념뿐이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1987년 3월2일자 832호에서 김형주 기자는 이를 칼럼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이 칼럼은 학교가 문을 닫아 본지 발행이 약 130일 동안 중지됐던 사건을 전했다. 그는 칼럼에서 ‘학보를 제 때에 전달치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의 무게만큼이나 그동안의 지루하고 힘겨웠던 ‘투쟁’에 비해 속 시원한 결과 하나 얻어내지 못한 채 제자리로 돌아와야만 하는 기자들의 심경은 착잡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한 1990년대 칼럼

  1990년대 본지 칼럼은 자본주의가 가속화됨에 따라 황금만능주의로 변해가는 사회를 비판했다. 기자는 노동자 문제를 언급하고, 학생 운동하지 않는 대학생은 ‘정치무감증’에 걸렸다고 표현했다.
1991년 10월7일자 952호 칼럼인 ‘“자본주의를 팝니다”’를 쓴 김경숙 기자는 박노해 시인의 말을 인용하며 자본주의로 물들어 가는 사회를 통탄해하는 글을 썼다. 김 기자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열망을 지닌 한 노동자로서 내가 혁명가가 된 것은 특이한 것이 아니고 바로 당신들이 만들어 준 것입니다’라는 구절로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임금협상 문제를 지적했다.

  변준희 기자는 1992년 5월4일자 967호 칼럼에서 자본주의 사회가 대학생의 삶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말하며 행동하는 대학생이 될 것을 주장했다. 그는 ‘학생운동 위기론’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90년대를 살고 있는 우리네 대학생들은 사회, 경제, 정치, 자신의 진로 어디에서도 전망을 발견할 수 없다. 때문에 이 위기를 일소하기 위해 이제, 운동은 희망과 공포의 괴물을 냉철하게 걷어내는 현실적인 ‘정치 감각’이 돼야 옳지 않을까’하고 이야기했다.


△취업난에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말, 2000년대 칼럼

  2000년대에 접어들면 계속되는 경제 불황 속에서 취업난이 악화된다. 2000년대 대학생이 고민하는 것은 학생운동, 사회주의보다 눈앞에 놓인 취업 문제다. 2000년대 칼럼에는 취업을 고민하는 학생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칼럼에는 취업공부를 하느라 동아리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해 취미를 만드는 학생 등 불안한 대학가의 모습을 담았다. 또한 기자는 칼럼을 통해 취업만 하고자 하는 대학생을 비판하며,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년 3월10일자 1327호 칼럼 ‘쓴소리 하는 대학생’에서 유명진 기자는 성북구의회의 의정활동을 감시하며 구의원들에게 ‘쓴소리 편지’를 쓴 이화인을 소개했다. 그는 스펙 쌓기 보다는 주민을 솔선수범해 돕는 이화인을 통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2011년 9월26일자 1408호 칼럼 ‘자기소개서용 취미를 만드는 세상’에서 이소현 기자는 취미를 스펙으로 생각하는 대학생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면접관이 좋아하는 취미 목록을 보고 골프, 복싱, 판소리, 마술 등의 취미를 일부러 배운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스펙과 관련 없이 순수하게 야구에 빠진 이화인을 소개하며 취미는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대학생이 취업을 위한 맞춤형 인생을 살기보다 자신의 삶을 성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학보사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점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칼럼도 등장했다. 2011년 5월30일자 1402호에 실린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과감히 도전하자’는 칼럼은 언론인을 목표로 하지 않고 있음에도 열정적으로 학보 사진기자로 활동하는 배유수 기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 기자는 대학생이 스펙을 좇으면서 학보사의 인력난 또한 심화됐다고 말하며 하고 싶은 일을 과감히 도전하라고 언급한다. 칼럼의 말미에는 누구나 다 가는 길 보다는 자신의 발길이 가는대로 걸음을 옮기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칼럼을 통해 사회를 비판하고, 의견을 피력할 뿐만 아니라 자신과 같은 고민을 겪는 대학생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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