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는 2008년 국내 최초로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입학처는 지난 5년간 이화글로벌인재전형, 특수재능우수자전형, 자기계발우수자전형 등 다양한 종류의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해 재능 있는 인재를 선발하도록 시도해 왔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재능을 인정받아 입학한 이화인은 현재 이화의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 성장해가고 있을까.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해 본교에 입학한 이예원(정외·10)씨, 이주연(국문·11)씨, 강민지(언정·12)씨를 만나봤다.


△강화도 홍보책자를 최초로 독일어로 번역한 이예원씨(이화글로벌 인재전형)

  이화글로벌인재전형으로 사회과학부에 입학한 이예원(정외·10)씨는 외교관을 꿈꾸던 학생이었다. 그는 2010년 외국어에 특기가 있고 세계 지도자로서 자질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는 이화글로벌인재전형에 합격했다.
 
2002년 독일로 이민 간 이씨는 6년 동안 독일에서 생활했다. 항상 한국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외국인 친구들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씨는 우리나라를 홍보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이후 그는 독일주재 한국대사관에 전화해 홍보용으로 쓸 작은 태극기와 팜플렛 30부를 부탁했다. 그러나 대사관은 그의 요청에 반응하지 않았다.

 “대사관의 홍보 의지가 소극적인 것에 대해 회의를 느꼈습니다. 홍보란 게 거창한 게 아니라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잖아요. 이때 외교관이 돼 한국을 알리는데 앞장서겠다고 결심했어요.”

 2008년 한국으로 돌아온 이씨는 강화도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그는 마을을 여행하던 중 강화도의 훌륭한 역사 유적에 대한 설명이 다양한 외국어로 안내돼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의 독일어 실력을 활용할 기회를 찾고 있던 이씨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씨는 강화도에서는 처음으로 기존의 홍보책자를 독일어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번역을 끝낸 후에는 강화군청에 관광지마다 책자를 배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군청에서도 대사관과 마찬가지로 냉소적인 반응을 취했어요. 노력한 것에 비해 큰 홍보 효과를 이끌어낼 순 없었지만 입학사정관제에서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과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려는 시도 자체를 인정받은 것 같아요.”

 이씨는 본교에 입학해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그 새로운 꿈이란 국제기구에서 여성 평등권 문제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그가 지금과 같은 꿈을 갖게 된 데는 본교가 큰 역할을 했다.

 “제가 이화여대의 학생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받는 불이익에 대해 좀 더 영민하게 반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성’에 대해 남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본교에서 공부하며 저는 여성이 유리천장을 극복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꿈을 갖게 된 거죠.”


△블로그 통한 필기 비법 공개로 10대에 파워블로거가 된 이주연씨(특수재능우수자전형)

  이주연(국문·11)씨의 노트를 펼쳐보면 색색의 도형과 함께 수업 내용이 정갈하게 필기돼 있다. 첫 장을 넘기면 나오는 왼쪽 페이지의 여백조차도 필기가 돼 있는 그녀의 노트에서 그녀의 꼼꼼함이 묻어난다.

 이씨는 2007년부터 필기 비법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운영한 ‘파워블로거’다. 그는 ‘비비드’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필기 방법에 대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씨의 경력사항이 인정돼 그는 2011년 특수재능우수자전형으로 본교 인문과학부에 입학했다.

 이씨가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처음에는 학습자료를 얻을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방문했지만 이후 ‘나도 한 번 나만의 필기방법을 올려볼까?’라는 생각으로 첫 포스팅을 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현재까지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이씨의 블로그가 필기방법으로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개설 1년 만에 포탈 사이트의 메인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2008년부터는 하루 평균 2천명, 누적 인원 2백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씨의 블로그를 찾으며 그 해 ‘파워블로거’로 선정됐다. 고3이던 2010년에는 자신의 필기법을 공개한 『노트필기 1등급 공부법』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수능 준비를 하면서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보는 사람도 있었어요. 제가 다른 사람이 블로그에 올린 공부방법을 따라하며 도움 많이 받았던 것처럼 저도 필기방법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제 글 덕분에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들의 댓글을 읽을 땐 정말 뿌듯했죠.”

 이씨는 이러한 이색 이력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본교에 입학하게 됐다. 그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썼던 일기를 바탕으로 입학사정관제 입시 비법을 녹인 『걱정마 틀림없이 잘 될거야』를 작년에 출간하기도 했다. 친구들이 여행을 다닐 동안 그는 방학 내내 원고를 쓰며 완고 후 6개월 만에 책을 냈다.

 “제가 수험생으로서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할 당시 실질적인 정보를 구하기 어려웠어요. 마침 입학사정관제 입시에 대한 책을 내보자는 출판사의 제안에 후배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써보기로 했죠.”

  현재 이씨는 고등학교 시절 꿈이었던 국문과 교수가 되기 위해 국문학도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한국어 도우미 활동, 책 발간 작업 등도 꾸준히 하고 있다.

“남들이 보기엔 제가 특별한 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단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하는 것뿐입니다. 제 꿈은 지금처럼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에요.”


△CNN 앵커를 꿈꾸며 이화에 입학한 강민지씨(자기계발전형)

 한우리집 기숙사 강민지(언론․12)씨의 방 벽면에는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백지연 등 유명한 진행자들의 사진이 한가득 붙어 있었다. 강씨는 간이 칠판에 유성사인펜으로 번호를 매겨 미래에 자신이 이룰 목표를 써놓았다.

 강씨는 작년 자기계발전형을 통해 언론홍보영상학부에 입학했다. 자기계발전형은 교내·외 활동 영역에서 자신의 역량을 계발한 인재를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전형이다.

 고등학교 시절 영어를 좋아했던 강씨의 꿈은 CNN앵커였다. 영어라는 언어적 도구를 사용해 그의 생각을 세상에 전하면 그의 꿈인 글로벌 리더(Global leader)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교내 영자신문동아리의 편집장을 맡아 영자 신문을 만들고 영어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멘토링 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다. 또한, 반장과 전교학생회장을 도맡으며 리더십을 습득했다.

 2012년 강씨는 입학사정관 전형과 논술 전형에 동시 합격하며 주변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학과가 아닌 학부에 소속된 생활을 하는 동안 겉도는 기분을 느껴 방황하기도 했다.

 “2학기에 들어서는 내 진정한 꿈이 과연 언론인이 되는 것인가, 이루고자 하는 꿈이 아니라 만들어 놓은 꿈은 아닌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어요. 언론이라는 분야에 내 자신을 밀어붙인 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고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씨는 고등학교 때 특기를 살려 영어회화 동아리에 가입했다.

“입학 전의 초심을 되찾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어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영어실력이 뛰어난 동기들을 많이 만났고 큰 자극을 받았죠.”

 강씨는 입학사정관제로 들어온 학생들에 관한 학교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정 분야의 재능을 인정받아 수시로 선발된 만큼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입학 후 실망이 컸어요. 입시 때에는 여러 전형을 통해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했지만, 그 학생들이 모두 똑같은 커리큘럼 속에 던져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학교의 지원으로 학생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재능을 훨씬 크게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재 강씨는 미래에 대한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아직 1학년이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제 길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몇 년 후 멋진 언론인으로 성장해 있을 제 모습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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