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지구 저편 한 여자아이의 가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우리는 왜 지구 저편 한 여자아이의 가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 김은미 교수(국제학과)
  • 승인 201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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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주간은 추수감사절 주간이었고, 우리는 채플 시간에 아프리카 꼬마 여자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계속 다니고 졸업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도록 작년 한 해도 채플에서 헌금했던 돈을 가지고 염소를 한 마리씩 사주는 사업에 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구 저편, 먼 나라에 있는 여자 아이의 초등학교 등교 여부에 대해 우리가 왜 고민을 해야 할까?

그러나, 우리가 고민하지 않으면 그 여자아이는 초등학교를 못 다니게 되고 어쩌면 10살도 안 된 어린 나이에 나이 많은 아저씨에게 시집을 가서 집안 일과 자녀 양육에 어린 나이에 고단하고 빈곤한 삶을 살 수도 있고,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단지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가 멀리 있는 꼬마아이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그 꼬마의 아픔은 바로 얼마 전 우리 삶의 모습이었다. 우리의 아픔을 누군가 지구 반대편에서 걱정해 주지 않았다면 이화는 오늘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화는 지구 반대편의 선교사들에 의해, 그들이 가본 적도 없고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작은 나라 한국의 여자아이들이 유교의 전통 아래 교육도 받지못한 채 사회적인 삶이 전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데서 시작되었다.

1886년 이화가 설립된 해와 현재를 비교한다면, 21세기인 지금은 정말로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모습의 세계화가 전 세계를 하나의 유기적인 공동체로 엮어놓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그 해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전 지구적인경제위기를야기했고, 2012년 현재도 진행형이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이라는한국 노래 하나로 전 지구에서 뮤직 비디오 조회건수가 4개월여만에 8억건을 넘었고, 133일만에유튜브 조회수 8억369만건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조회수 기록을 세웠을 뿐 아니라, 2달만에 214만 명의 유튜브 이용자로부터 ‘좋아요’를 받아 최다 추천 기록을 세워 기네스 북에 올랐다. 미국과 같이 세계의 중심부의 변화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20세기의 세계화였다고 하면, 21세기 세계화는 과거에는 주변부로 간주되던 곳의 문화나 경제 현상이 빠른 속도로 세계에 전파되는 것을 포함한다.

다시 아프리카의 꼬마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러면 싸이의 노래가 전 세계에 눈 깜박할 사이에 쓰나미처럼 퍼져나가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 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지구 저편의 여자 아이가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인간다운 삶을 살 지 못하고 있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더욱이 한국처럼 무역의존도가 높고, 세계화지수가 높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우리는 책임감을 가지고 돌보아야 할 이웃의 개념을 단순히 우리 동네, 우리 나라를 넘어 지구촌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이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얘기를 하면, 어떤 사람들은 한국에서도 아직 남녀평등이 요원한데, 남의 나라 여자 어린아이의 문제까지 걱정을 하고, 과연 우리가 그들에게 남녀평등에 관한 한 나누어줄 선진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지 반문한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도 아직도 남녀평등이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개발도상국에서 함께 나누어 줄 수 있는 경험이 더 많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어떤 면은 우리가 그들로부터도 배우는 진정한 파트너십에 기반한 국제개발협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제대학원에서는 2007년부터 개발도상국의 여성공무원들을 한국국제협력단과 함께 장학금을 제공하면서 "개발과 여성"이라는 석사학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 초기에 수단에서 왔던 올라라는 학생이 있었다. 3월 새 학기가 시작하고 거의 한 달은 복도에서 만날 때 마다 훌쩍거리면서 한국에서 사는 것이 너무 힘들고, 날씨는 너무 춥고, 공부는 너무 어렵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그 학생이 그런데 졸업논문을 쓰겠다고 찾아와서 수단의 여아들의 초등학교 진학과 졸업에 관한 논문을 쓰겠다고 했다. 나는 그 때 아프리카의 여자 어린아이와 여자들이 얼마나 고단한 삶을 어릴 때부터 살고 있고, 공부를 하지 못 했기 때문에, 본인의 빈곤과 질병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평생을 보내는가를 배우게 되었다. 그렇게 논문을 수차례 수정을 거듭하며 어렵게 완성하고서 내게 해 준 얘기가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나는 이제 내 나라로 돌아가면 다른 여자 친구들도 빨리 한국에 가라고 할 거예요.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 와서 처음에는 너무 고생스러웠지만, 일년 넘게 이화에서 공부하면서, 강해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이제는 어떠한 어려움도 두렵지 않아요. 한국 사람처럼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어떠한 장애가 나타나도 노력해서 끈기를 가지고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웠어요. 나는 이화에서 학문뿐만 아니라, 삶의 습관과 가치관이 변화되었어요. 그러니깐 나는 이제 돌아가면 한국에 직접 가서 살면서 공부하고 오면, 너도 나처럼 열심히 사는 법을 배워서 너뿐만 아니라 네 가정과 사회를 살릴 수 있게 될거야!"라고 얘기하겠다고 했다. 나는 오늘도 그 친구의 얘기를 생각하면서, "왜 먼 나라의 여자 아이를 위해서 우리가 걱정을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사람에게, "우리가 관심을 안 가져도 되는 이유가 있나요? 우리가 나누어 줄 수 있는 좋은 교육과 삶의 자세가 있는데도 그냥 있을 수 있나요? 우리가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을 키워줄 수 있다면, 이는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라고 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