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에 유일한 중형 지역서점인 홍익문고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가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53년의 역사를 지닌 홍익문고는 당장 사라질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서대문구의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따르면 이 사업 중 홍익문고를 존치하는 사안만이 변경돼 이대로라면 홍익문고는 이후 최대 100m 높이의 상업시설 사이에 자리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곳곳에서 도심 활성화를 위한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성북구는 지난 10월14일 미아균형발전촉진지구 내 ‘신길음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시행을 인가받기 위한 절차로 주민공람(사업 진행 과정을 홈페이지에 게재해 열람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 논의는 더욱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성북구의 계획에 따라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진행되면 이 지역에 주상복합 건물 3동과 업무용 빌딩 등이 건설된다. 광진구도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구내에 주상복합 건물 2동을 건설할 예정이다.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뉴타운 등 주거 정비사업과 달리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도심을 중심으로 한 도시기능의 회복을 목적으로 도시환경 개선이 필요한 지역에서 시행하는 도심활성화 사업이다. 홍익문고는 서울시가 지정한 정비사업의 신촌 부지에 속해 약 30억원의 건물 신축비용을 부담하고 새 건물에 입주해야 했었다. 이에 ‘서대문도서관친구들’, ‘이한열추모사업회’ 등 65개 지역주민단체에 속한 주민 약5천명이 모여 ‘홍익문고 지키기 주민모임’을 만들어 홍익문고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53년 동안 홍익문고는 그 시간만큼 서대문구 지역 주민의 추억을 담고, 지역 공동체에 지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홍익문고 지키기 주민모임은 홍익문고가 신촌 주민과 대학생에게 남은 ‘마지막 보루’라고 했다. 이 같은 문화적 가치를 지닌 건물을 단순히 경제 논리로만 판단해 도심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상업시설로 탈바꿈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홍익문고의 사례는 재개발·재건축을 비롯해 진행될 도시환경정비사업이 나아갈 바를 제시한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도 중요하지만, 홍익문고는 곳곳의 프랜차이즈 서점과 달리 홍익문고는 역사성과 지역 문화공동체로서의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앞으로 진행될 도시환경정비사업에 제2, 제3의 ‘홍익문고’가 포함될 수도 있다. 지역의 문화공동체를 구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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