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대선)를 앞두고 정책 공약에 대한 대학생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 후보의 정책 공약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 대학생의 시각으로 검증하는 학생들도 있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정책 공약에 관심을 보이는 대학생 중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네가지없는대학생모임’과 ‘대학생정책감정단’을 만나봤다. ‘네가지없는대학생모임’은 대선 후보들에게 등록금, 청년실업 등 대학생과 관련한 문제의 해결을 촉구한다. ‘대학생정책감정단’은 경제민주화, 복지, 외교안보 분야의 대선후보 정책 공약을 검증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네가지없는대학생모임 “대학생의 ‘4가지’ 문제 해결해주세요”
“대선을 앞두고 대학생이 공약에 대해 의견을 표출하지 않으면 대학생 관련 공약이 정치적으로 이용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선후보에게 대학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려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대선후보에게 대학생이 겪는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네가지없는대학생모임’은 10월18일 출범식을 갖고 요구안을 내놓았다. 이들은 ‘빼빼로 데이’를 기념해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안이 적힌 빼빼로를 직접 선물했다. 약 40명의 대학생으로 이뤄진 네가지없는대학생모임의 이교영 대표를 서면 인터뷰했다.

네가지없는대학생모임은 대학생이 겪는 어려움을 토대로 ▲반값등록금 ▲주거권 ▲청년일자리 ▲대학개혁을 대학생의 대표적인 4가지 문제로 선정했다. 이들은 문제 선정을 위해 한양대, 경희대 등에서 ‘네가지없는대학생모임’의 취지를 알리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WANTED 서명’을 진행하기도 했다.
“반값등록금, 대학생 주거 문제 등 대학생이 겪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이 이번 대선 들어 화두에 올랐어요. 이와 같은 문제는 저와 제 친구들의 고민이기도 하죠.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 위해서는 대학생이 모여 대학생의 시급한 문제를 선정하고 대선후보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네가지없는대학생모임은 출범 후 대학생의 목소리를 대선후보들에게 전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과 모임의 회원이 속한 대학교의 캠퍼스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반값등록금 관련 공약을 지켜달라는 요구의 하나로 반값등록금 국민본부와 함께 108배를 진행하기도 했다.

네 가지 문제 중에서 이들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은 ‘반값등록금 실현’이다. 이 대표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반값등록금 공약에 대학생은 이미 지친 상태라고 말했다.

“반값등록금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더 구체적인 공약이 필요해요. 네가지없는대학생모임은 구체적인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고지서상의 명목 등록금을 절반으로 내리고 이월적립금에 제한을 두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합니다.”

이들의 두 번째 요구안은 대학생의 주거문제 해결이다. 이번 대선 후보 중 대학생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기숙사 확충을 공약으로 내건 이는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뿐이다.

“수도권 대학교 기숙사 수용률은 10%대에 머물러 있고, 지방 출신 학생은 평균 월세 40만원을 내면서 고시원, 옥탑방, 반지하방을 전전하고 있어요. 이러한 대학생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생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전월세상한제를 입법화하는 등의 요구안을 만들었죠.”

이 대표는 비리를 저지른 사학재단이 퇴출되는 등의 대학개혁이 이뤄져야만 대학생이 겪는 문제가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교가 외부의 감시를 받지 않는다면 사학 재단이 계속해 비리를 저지를 수 있죠. 결국 학생은 높은 등록금을 내고도 교육의 질을 보장받지 못해요. 대학개혁이 이뤄졌을 때 대학생들의 생활 속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들은 대선 후보가 진정성 있는 공약을 마련하기 위해 먼저 대학생의 삶에 공감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대선후보가 대학생의 삶에 공감해야만 임기 동안 문제 해결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다고 믿는다. 이런 이유에서 이들은 대선후보에게 대학교 투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말로만 좋은 정책을 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죠. 실제로 많은 정치인이 좋은 정책을 내놓고 당선 이후에는 정책을 축소하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어요.”

네가지없는대학생모임은 대선 후보가 진정성 있는 공약을 마련하기 위해 먼저 대학생의 삶에 공감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말로만 좋은 정책을 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죠. 실제로 많은 정치인이 좋은 정책을 내놓고 당선 이후에는 정책을 축소하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선후보가 대학생의 삶에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선후보에게 대학교 투어를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어요.”

네가지없는대학생모임은 부재자투표를 홍보하고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는 등 다른 학생의 투표권 행사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부재자투표에 대해 잘 몰라 투표를 하지 못하거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투표시간에 투표를 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네가지없는대학생모임은 각 캠퍼스에 부재자투표 홍보물을 나눠주고, 부재자 투표 신청 부스를 차릴 예정이다.

이 대표는 대학생이 ‘4가지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유권자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주길 바랐다.

“요즘 대학생은 등록금, 주거비용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졸업할 때가 되면 취업하기 바쁘죠. 그럴수록 대학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고 투표권을 행사해야 해요. 이것이 바로 대학생 자신을 위한 길이 될 겁니다.”

△대학생정책감정단 “대학생의 시각으로 공약 검증합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데도 정비되지 않은 공약이 우후죽순처럼 발표돼 유권자는 후보의 공약 자체를 평가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유권자가 ‘이미지 선거’나 ‘네거티브 캠페인’에 휩쓸리게 된다고 생각해요.”

‘대통령의 품격’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대학생정책감정단’에서 활동하는 경제민주화 분야 조민지 팀장, 복지일자리 분야 최혜정 팀장, 외교안보 분야 정주영 팀장을 14일 오후6시 건국대 상허연구관 318호에서 만났다. 각 대선후보의 공약을 ▲경제민주화 ▲복지일자리 ▲외교안보 분야로 나눠 평가하는 대학생정책감정단에는 약 40명의 대학생이 활동하고 있다.

대학생정책감정단은 실천적 정치문화를 추구하는 20대 모임인 ‘미래를여는청년포럼’의 활동 중 하나로 공개 모집을 통해 10월 출범했다. 조씨는 감정단원이 대학생이기 이전에 한 명의 국민이라는 생각에 공약에 관심을 갖고 이를 검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정책감정단에서 활동하는 학생은 새내기부터 고학번 학생까지 다양해요. 우리가 대통령을 뽑는 국민이기 때문에 대선후보의 공약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후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들은 경제민주화, 외교안보 관련 정책을 대학생의 시각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대학생은 이전 세대와 달리 정치적 이념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정책 공약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제시돼 있는 외교안보 관련 정책은 보수, 진보 등 이념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에요. 대학생은 이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전 세대와 다르기 때문에 ‘색깔’에서 벗어나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죠. 이런 시각이 이상적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상적인 것이 결국 정답 아닐까요.”

대학생정책감정단은 공약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파악하고, 각 후보가 제시한 공약이 사안을 해결할 수 있을지 실현 가능성을 중점으로 공약을 검증해왔다. 이들은 경제민주화, 복지, 외교안보 분야에서 각 한 팀씩 구성해 발제문을 작성하고 모여 토론했다. 대선후보의 자서전을 읽으며 그들의 정책 공약에 대해 살펴보기도 했다.

대학생정책감정단은 이번 대선후보의 공약이 상충되거나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어떤 후보는 퇴직 연령을 늦추는 공약과 20대의 일자리를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함께 발표했어요. 하지만 전체 일자리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이는 동시에 진행할 수 없는 공약이죠. 청년 창업을 지원한다는 공약도 현실적으로 자영업이 포화상태고 영세사업자가 많아 그 공약이 안정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의문이 듭니다.”

복지 분야 팀장인 최씨는 대선후보가 제시한 대학생 관련 공약이 해당 사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만들어졌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선후보는 대학생에게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겠다’고 하고, ‘무조건 반값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하기도 해요. 그러나 정작 살펴보면 재정 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없어 보여요. 학생 입장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반값등록금 공약 외에도 학자금 대출의 금리를 낮추고, 대학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게 만드는 공약인데 말이죠.”

이들은 바람직한 지도자상으로 ‘소통할 줄 아는 대통령’을 꼽았다.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관심으로 정책을 세우고, 이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대통령을 왕과 비슷한 개념으로 여기기도 해요. 대통령에게 국가를 이끄는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이 있어야하지만 그 태도가 ‘제왕적’이어서는 안 되죠.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과도 소통과 합의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대학생정책감정단은 대학생에게 정치에 거리를 두기보다 이를 일상적으로 여기기길 바랐다.

“흔히 대학생의 정치 활동이라고 하면 어떤 ‘색깔’을 띤다고 생각해 거부감을 가지기도 하죠. 하지만 대학생의 정치 활동은 정치에 대한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친구와 함께 어제 본 드라마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대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하나의 정치 활동이죠.”

대학생정책감정단이 검증한 공약에 대한 평가는 11월21일에 신촌 토즈 비즈센터에서 있었던 ‘2012 대선후보 정책 분석세미나’에서 최종 발표됐다. 이들은 11월30일 정책 검증 내용을 대선후보 캠프에 질의서 형식으로 전달했다. 앞으로 대선 매니페스토 실천과 20대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