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 재활 지원하는 디자인 기업 오티스타 설립한 이소현 교수 인터뷰

▲ 최형욱 기자 oogui@ewhain.net


“자폐인도 우리와 똑같은 사회구성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많은 관객이 다 같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라요.”

 자폐인의 작품을 활용한 디자인 상품 전시회 ‘선으로, 색으로, 사랑으로’가 4일(화)까지 ECC 극장에서 열린다. 전시회에는 자폐인 그림을 상품화하고 재활을 돕는 디자인 기업 ‘오티스타(AUTISTAR, AUTIsm Special TAlents & Rehabilitation)’의 자폐인 디자이너 14명의 상품이 전시 및 판매됐다. 8월에 열린 ‘제1회 자폐인 디자인 공모전’의 당선작 약 40점과 이 작품이 그려진 디자인 상품 또한 전시됐다. 전시회 준비가 한창인 11월29일 전시장에서 이소현 교수(특수교육과)를 만났다.

 이 교수는 자폐 아동 교육 분야에서 약 30년간 종사해오면서 미적 감각이 뛰어난 학생에게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에는 자폐라는 용어나 연구가 없던 시절 지적장애아 중 유독 마음이 간 아이들이 있었어요. 미국 유학 시절, 이들이 자폐 아이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 교수는 자폐인의 미적 능력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개최했다. “전시회를 통해 자폐인도 훌륭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 뛰어난 실력을 갖춘 자폐인 디자이너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했죠. 작품 판매 수익금과 사람들의 자폐인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은 체계적인 디자인 교육을 위한 첫 발걸음이 될 거예요.”

 이번 전시회 준비는 장애인 사회 공헌 기업 모델을 만들려는 그의 연구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장애인 스스로 사회·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기업 모델을 구상했다. 그 일환으로 ‘디자인 스쿨’을 설립해 14명의 자폐인 디자이너를 양성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본교 대학원생에게 디자인에 대해 배웠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집에서 혼자 원하는 그림을 그렸다면, 디자인 스쿨에서는 이들의 작품이 상품으로 나올 수 있도록 디자인 이론을 가르쳤어요. 예를 들어, 자폐인 학생이 카드 모양이나 머그 넓이에 맞춰 도안을 그리는 과정은 정식 디자이너가 되는 데에도 필요한 과정이에요.”

 이 교수는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침구로 상품화된 ‘아홉 가지 성령의 열매’를 꼽았다. 성령은 기독교에서 하나님의 영을 이르는 말이다. 이 작품은 전시회 내 가장 고가다.

 “붓글씨로 사랑, 희락 등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한자로 쓴 작품이에요. 대부분 사람은 자폐인의 그린 그림으로 고가의 이불을 만들 거라 상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는 오티스타를 운영하며 힘에 부칠 때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멈추지 않고 갈 수 있게 한 힘은 학생과 학부모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너무나도 행복해하고, 부모들은 자녀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돼 기뻐했죠.”

 이 교수는 이번 전시회로 ‘돕는다는 생각에서 장애인의 작품을 구매한다’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흔히 사람들은 자폐인의 작품이기 때문에 사준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뒤집고 싶어요. 사람들은 예쁘고 아름다운 자폐인의 그림을 선택하고, 가질 수 있으니 더 기쁨을 얻는 셈이죠.”

 이 교수는 이번 전시회에 더 많은 작품을 상품화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자폐인 디자이너의 그림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는데 경제적 여건 때문에 더 많은 상품을 만들 수 없었어요. 앞으로 회사가 발전해 여력이 생기면 전시회를 계속해서 개최하고 싶어요.”

 그는 오티스타의 최종 목표는 장애인이 재능 활동을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자립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을 위한 갤러리를 만들고, 아카데미를 통해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일반인과 자폐인이 모여 차도 마시고, 그림을 그리는 카페형 갤러리를 만들고 싶어요. 한쪽에는 자폐인 디자이너의 물품을 상시 판매하는 공간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한, 현재의 디자인 스쿨보다 체계적인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는 디자인 아카데미를 세우는 게 저의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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